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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편> 아이를 위해 지금껏 내가 해온 노력들

by 반짝별 사탕

아이를 중학교 1학년이 될 때까지 키워오면서, 나는 늘 의식적으로 노력해왔다. 화려하고 예쁜 말을 아낌없이 건네지는 못했지만, 아이의 미래를 막아설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은 최대한 삼가려 했다.


물론 완벽히 지켜내지 못한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아이의 성장을 가로막는 말은 하지 않으려는 마음만큼은 놓지 않았다. 그 시간들은 나에게 인내라는 단어의 또 다른 의미로 자리 잡았다.


14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문득 돌아보니 여전히 따뜻한 말을 넉넉히 해주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며 죄책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 안에 없는 단어와 문장을 억지로 끌어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꾸미지 못하는 말들 대신 성장에 해가 될 수 있는 말들을 아껴가며 아이를 지켜왔다.

그렇게 흘러온 시간들이 과연 아이에게 어떤 성장을 선물했는지는 지금도 물음표로 남아 있다. 다만 분명한 건, 그 물음표 속에도 나의 진심과 인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이게 내가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일지 모른다. 내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참을 필요가 있냐고 되묻지만 나는 성장에 해가 되는 단어나 문장을 삼키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나의 감정은 하루에도 몇 번씩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린다.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예고 없이 쏟아지는 그 감정들이 나를 흔들고, 때로는 지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감정을 아이에게 쏟아내지 않으려 애쓴다. 왜냐하면 마흔을 갓 넘긴 지금도, 여전히 매일 다른 색의 감정들이 밀려올 때마다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몰라 힘겨워하는 나 자신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감당하기조차 벅찬 이 폭포수 같은 감정들을 아이에게 고스란히 흘려보낸다면, 그 무게는 아이에게 너무나도 클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면서도, 아이 앞에서는 그것을 꾹 눌러 담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제는 단지 꾹 눌러 담는 것에서 멈추지 않으려 한다. 화를 내지 않으면서도 아이에게 내 마음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배워가고 싶다.


그동안은 그저 참는 것으로 버텨왔다. 그러나 이제는 나의 감정을 아이에게 조금씩 건네되, 불필요한 무게나 날 선 기운은 덜어내고 싶다. 감정을 담지 않은 문장을 하나씩 써 내려가며, 아이와의 대화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 보려 한다.


어쩌면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늘 머릿속을 맴돈다. 그러나 나는 안다. 실패란 단순한 끝이 아니라, 다른 길로 나를 이끌어주는 안내판이라는 것을.


비록 지금의 도전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 과정은 반드시 나를 또 다른 길로 데려가 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실패조차 두려움보다는 배움이라 믿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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