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간과 세상의 시간

무심히 다가온 봄의 따뜻함 보다,'기억하고 있다'는 한마디가 더 따뜻한.

by 오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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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간과 세상의 시간은 때로 다르게 흘러갑니다.
아마 지금 봄의 시간도 누군가에게는
와닿지 않는 머나먼 따뜻함, 일 뿐이겠지요.


나의 경우...

예전에 사랑하던 사람과 대판 싸우고

홀로 거리를 걸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날씨는 어찌 그리도 따뜻하고 포근하던지,

심지어 봄날이라 예쁜 꽃잎들이 살랑거리며 흩날리고 있었지요.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내 마음속에는 우르릉 쾅쾅 태풍이 치고 있었거든요.


그때의 봄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얼마나 따뜻했는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아무 기억도 나지 않아요.

아마도 그때의 봄의 따뜻함은

와닿지 않는 머나먼 따뜻함일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도

어쩌면 폭풍우 치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에게

오늘은 4월 16일.

벌써 2주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너무나 슬펐던 일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어요.

멀리서 지켜보았던 우리도 이토록 슬픈데

가깝게 그 일을 겪은 분들은

얼마나 더 마음이 슬플까, 를 생각해 보았어요.


계절이 돌아와 봄이 되고

세상은 다시 따뜻해졌지만

여전히 비바람 몰아치는 추운 마음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에게.


모두는 아닐 수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4.16일이라는 오늘의 날을

어느 주말의 하루가 아닌

2주기라고 기억하고, 추모하고 있어요.


바로 곁에서 직접적인 위로의 말을 전하진 못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 곳에서 간접적으로나마

그 마음을 남겨 봅니다.


무심히 다가온 봄의 따뜻함보다

'기억하고 있다'는 사람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어쩌면 마음속의 태풍을 가라앉히기에는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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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울고 싶을 때 그린 그림

당신이 울고 싶을 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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