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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것부터 합시다

by 이다

고생부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생을 하며 자부심을 느낀다는 말이죠.

자신의 불행한 과거를 합리화하는 인간의 놀라운 능력이 빚어낸 신조어죠.


저는 이 신조어 덕분에 제가 놀랍도록 자학을 신봉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제 속에는 쉬운 것은 가벼운 것이며 기피의 대상이고 가치 없는 것이라는 등식이 있는 것 같았어요.

얼핏 맞는 말 같지만 이 등식이 삶을 무겁게만 하는 것 같았어요.

사실 지금도 무슨 일을 하자고 생각하다 보면 태산 같이 어려운 일들이 머릿속에 꽉 찹니다.

말이 없어지고 얼굴이 굳어갑니다.

돌이켜 보면 어릴 적부터 항상 그런 식으로 작동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설정한 목표들이 아주 가끔 성취되기도 했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성취감이 그렇게 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 성취감은 잠시고 더 큰 목표를 달성하리라는 의무 같은 것들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던 것 같습니다.


왜 나는 항상 스스로를 지옥으로 몰아넣을까?

이건 선천적인 그리고 후천적인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바꿀 수 없죠.

그런데 이제 알았으니 좀 쉬운 것부터 하렵니다.

우리 쉬운 것부터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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