쏙' 집어 라오
"월!! 월!! 으... 으.. 으르렁!!"
빨갛게 피어오르는 흙먼지 사이를 뚫고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듯한 개들의 날카로운 짖음이 차 유리에 부딪혔다가 튕겨져 나간다.
남편의 일 터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 '지름길'은 개천을 사이에 두고 두 길이 마주 보고 이어져있는데 어느 쪽을 선택해서 지나가든지, 구역 세를 과시하는 대여섯 마리의 개들을 지나쳐 통과해야 하는 곳이다.
당장이라도 중간 개천을 뛰어넘어 서로 물고 뜯을냥 짖어대고 날뛰는 것이 전쟁통이 따로 없다. 지나가는 차들이 파편이라도 튈까 눈치를 보며 조심조심 지나는 것이 일상인 곳이다.
그러던 어느 날.
타는 더위 때문에 조기 퇴근이 있던 남편 픽업을 위해 오랜만에 나섰다. 나는 라이언일병이라도 구하는냥 지름길 앞에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전쟁통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웬일로 조용하다.'이상하네...' 하며 천천히 길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는데 저 앞에 검정 털뭉치 개가 지름길 중앙을 살짝 비껴 쓰러져 있었다.
‘엇?… 심하게 싸웠나? 죽었나?ㅜㅜ’
나는 그 털뭉치 개를 밟지 않으려 최대한 한쪽으로 붙어 조심조심 지나왔다.
남편을 만나 운전석을 넘겨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남편에게 이 사실을 미리 알려줘야겠기에, “저기 가는 길에 검정 털뭉치 개가 죽어 있어. 밟지 않게 조심해서 지나가야 될 거야.”라고 말을 마칠 때쯤 그 개가 있는 곳에 다다랐다.
남편도 창밖으로 그 개를 찾는 눈치다. 그러더니 남편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 쟤??”
“응. 처음엔 누가 버린 누더기 천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보니 검정 털뭉치 개야. 불쌍해”
“쟤~애~~, 맨날 저러고 있어” 남편의 대답이 여유롭다.
“잉??"
이 지름길을 자주 오가는 남편은 대수롭지 않은 듯 덧붙였다. 내용인즉 이곳 라오스가 매일 덥지만, 더 심하게 더운 날에는 개들도 지쳐서 안 나오는데 저 녀석은 죽은 듯 길바닥에 늘어져 꼼짝을 않는다는 거다.
차들이 지날 때마다 일어나 길을 피해주기도 귀찮은 탓에 딱! 차가 지나갈 만큼의 거리를 둔 자리를 확보하고 눕는 눈치라는 거다.
라오스는 야외의 의자와 테이블, 집 앞 화분들이 대부분 무거운 돌이나 시멘트로 만들어져 있다. 라오스의 뜨거운 햇빛과 더위 앞에 장수하는 플라스틱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라는 얘기를 들었더랬다.
플라스틱이 엄청 뜨거워지는 건 일도 아닌 데다가 뜨거운 시간 앞에 녹고 삭아버리기 일쑤라니 그만큼 라오스 한낮 더위는 말 그대로 타는 듯한다. 그러니 매일 털옷 입고 사는 저 생명체는 오죽할까.
남편의 설명이 끝나고 반신반의하며 백미러로 뒤를 유심히 바라보는데 때마침 녀석, 우리 뒤꽁무니를 쳐다본다. 고개만 들어 '빼꼼.'
그제야 눈에 들어오는 나무그늘 명당자리.
"ㅎㅎ 똑똑한 녀석, 무덤자리가 아니라 명당자리에 누운 거였네!ㅎㅎㅎ"
어쩌면 신파극으로 끝날 뻔한 해프닝에 남편과 나는 마음 가볍게 웃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 더위야말로 어디 그늘 가서 쉬다 오면 좋겠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