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봄

'아침 산책길에 나도 몰래 문득 너를 떠올리다'

by 정주원

하늘이 푸르른 아침 산책길에, 나도 몰래 문득 궁금해졌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유독 봄만 왜 한 글자만 지닌 채 태어났을까?

두 글자를 입에 다 머금을 수 없을 만큼 찬란한 계절이기 때문일까.

아름다운 것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아! 하고 내지르는 탄성처럼

두 번째 글자를 입에 담기도 전에

나는 봄! 하고는 탄성을 내지른다.

그렇다면 너는 내게 봄과도 같다.

너를 보고 마음 속 깊은 곳까지 탄성을 터뜨렸던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면.


두고두고 계속 푸른 하늘을 향해 생각의 풍선을 떠올려도

너는 내게 봄과 같다.

행동의, 생각의 이유를 잊게 만드는 너의 싱그러운 미소가,

점점 무거워지는 삶의 무게,

점점 폐부를 찌르는 매서운 겨울 바람같아지는 삶에,

작은 실수에도, 작은 행복에도 그 이유를 알아야만 할 것 같은

이 때 탄 마음에

이유없는 스무살의 설레임을 간직한 꽃씨를 심는다.

이유없이 찾아오는 사랑과

이유없이 지어지는 미소가

갈피를 못잡던 내 인생의 나침반에

나의 지금이 푸르른 봄, 청춘의 들판 한복판임을 잊지 않게 한다.

겨울 바람은 어느새 부드러운 봄의 따스한 공기가 되고,

나도 모르게 두꺼운 외투를 벗는다.


맑고 개인 화창한 날 만큼이나 비가 내리는 날도 있듯

너의 싱그러운 미소 뒤에는

비오는 잿빛 하늘과도 같은 우울함이 보인다.

하지만 너의 우울함은 거센 장맛비보다는,

봄비다.

너의 우울함은 장맛비처럼

내 몸을 무겁도록 적시지 않는다.

너는 우울함마저도

봄비처럼 수줍다.

봄비는

벚꽃을 모두 떨어뜨리지 않는다.

벚꽃잎에 촉촉하게 물을 먹이고

비가 개인 뒤 벚꽃은 연분홍의 빛깔을 뽐내며 다시 피어난다.

너의 봄비는

벚꽃들을 모두 떨어뜨리지 않는다.

봄비가 개인 날,

먹구름이 물러가고 그 사이로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푸른 햇살과

비에 촉촉히 적셔진 후 더 아름답게 피어난 벚꽃을 본 듯

너의 봄비는 다시 만날 너의 미소를 더 반갑게 한다.

너의 미소가, 너의 봄이 얼마나 소중한지 잊지 않게 한다.


너의 함께라면 내 삶은

영원히 싱그러운 봄과, 그 사이의 수줍은 봄비일 것 같아

영원히 떨어지지 않고 하늘로 날아오를 벚꽃잎처럼

네 곁에서 저 푸른 하늘을

오늘도 두둥실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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