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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주 Mar 31. 2023

첫 문장에서 결판 납니다.

 기자들은 첫 문장에 예민하다. 주야장천 들어왔던 말. '리드를 잘 뽑아야 한다.' 이유는 딱 하나다. 그래야 사람들이 읽어주기 때문이다.


 기자가 글을 썼는데 사람들이 읽어주지 않는다? 밥벌이를 제대로 못하는 거다. 6년 동안 현장에서 구르면서 느낀 건, 글을 쓴다는 건 노동이고 그 노동의 진정한 값어치는 피드백이었다는 거다. 내가 쓴 글을 다른 사람이 읽어주지 않아도 괜찮은 분들은 이 꼰대 같은 글을 읽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 않다면, 스치듯 한 번 읽어주시길.(읽어주세요 흑흑)


 읽는다는 것은 꽤나 고된 일이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없다면, 금세 지루해진다. 섹시한 글쓰기라는 매거진의 제목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다소 자극적일 수도 있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직접 체득한 바니.


 물론 나도 노력하고 있다. 내가 잘해서 쓰는 글은 아니다. 쓰고 싶어서 쓰는 글이다. 누군가에게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잘난 체랄까. 난  꼴랑 6년을 일했다. 기사를 써내면 데스크(부장)에게 깨지기 일쑤였다.




 첫 문장은 꽤 많은 것을 의미하고 있다. 글 전체의 주제를 나타내야 하면서 그 글의 분위기도 담아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궁금증'을 자아내야 한다. 이 글은 뭘까. 다음 전개는 어떻게 이뤄질까. 그래서 첫 문장은 가장 섹시해야 한다.


 섹시한 첫 문장은 결코 길지 않다. 오히려 짧다. 강렬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과욕을 부려서도 안된다. 담담하고 솔직하지만 눈에 띄게. 나는 그 문장에 볼드 처리를 안 했는데 남이 읽을 때 볼드 처리 된 것처럼 보인다면 성공이랄까.


 그 첫 문장을 받쳐주는 든든한 뒷 문장도 필수다. 첫 문장과 매끄럽게 연결되면서 시선을 잡아둬야 한다. 아무래도 좀 더 잘하고 싶다면, 리드가 들어간 첫 한 문단은 꽤나 고르고 골라야 한다.




 언시생 시절, 논술과 작문을 숱하게 써냈다. 스터디를 하는 친구들에게도. 입사하고 싶은 회사에게도. 그 시절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첫 문장이 있다.


 '국산 동태는 다 죽고 없다.'


 FTA에 관한 글을 쓰면서 냈던 첫 문장이다. 글 쓰는 사람들은 알 거다. 그 시절의 기억이 이렇게 첫 문장으로도 떠올려진다는 것을. 고심해서 고르고 고른 첫 문장은 잊힐 수가 없다.


 이 글을 읽고 첫 문장을 쓰기 망설여진다면 꽤 좋은 거다. 이리저리 굴려보고 뒤집어보고 쳐내가며 쓴 첫 문장은 다른 사람도 아닌 스스로가 알아보니까. 첫 문장에서 좀 더 확대해서, 각 문단의 첫 문장까지 섹시해진다면 어떨까. 쓰는 나는 머리가 아프지만, 독자들을 가둬두기 딱 좋을 거다.


현직시절의 나. 출장을 가는 날 아침 공항에서도 기사를 송고했다. 머리가 어지간히 아팠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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