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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미래 Feb 24. 2023

밀려오는 불안감과 조급증

초3을 앞두고

긴 겨울방학이 어느새 일주일도 안 남았다.

올해 3학년이 되는 딸아이와 동굴 속에서 긴긴 방학을 어찌 지냈는지 돌이켜본다.

방학 기간 새 학기 준비는 3학년 수학 한 학기 정도의 예습.

그것도 전체적으로 그냥 한번 훑어본 정도에서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그 이상 깊이 들어가면 3학년 1학기 말 보통의 아이들이 분수를 만나게 되는 순간 집안을 나누게 된다는 이야기가 우리 집도 열외는 아닐 거다.

(사회와 과학은 어휘학습서만 구입해 놓고 펼쳐보진 않았다)



'초3 보다 중요한 학년은 없습니다'라는 책을 괜히 봤나?

초3을 앞두고 오히려 마음 편히 있었던 우리에게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우리 말고 엄마만)


엄마의 조급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 간 곳은 교보문고.


작년 겨울방학 막바지에도 서점에 갔을 때 우연히 새 학년 대비 진단평가 문제집을 받은 기억이 났다.

올해도 혹시나 진단평기 문제집을 공짜로 받을 수만 있다면 우리의 정보하나 파는 건 문제 될 게 없었다.

같은 자리 올해도 변함없이 업체 홍보직원이 활짝 웃으며 지나가는 우리를 놓치지 않았다.


"어머니~~~, 우리 친구 이제 몇 학년 되나요?"




어머니~!

요즘 이런 교육 하나 정도 집에서 안 하는 친구 거의 없어요.

한 번 시작한 부모님들이 얼마나 만족도가 높은지 계속 약정을 연장하시겠어요?

다른 업체 꺼했던 부모님들도 소문 듣고 저희 쪽으로 넘어오시거든요.


어머, 학습지도 안 하신다고요?

어쨌든 팔몬도 한 과목당 38,000원인데 담당 선생님이 집에 와서 10분 봐주고 가는 거잖아요.

3학년이니 과목수도 많아지는 데 저희는 전 과목이에요.

영어는 파닉스부터 시작할 수 있고요.

수학은 아이마다 달라요. 화면 보면서 문제풀이 하고

담당선생님이 화상으로 수업해 주세요. 모른다고 질문하면 바로 답변해 주는 시스템이에요.

3학년은 또 사회랑 과학 대비 하셔야죠.

첫날부터 바로 어려운 개념 나와요. 애들이 의외로 사회를 어려워하는 거 모르셨죠?

개념 모르면 수업 못 따라가는 거예요.

과학은 애들이 실험만 좋아하지 무슨 말인지 이해 못 해요.

확실히 준비해야 해요!


무엇보다 아이 스스로 혼자 하는 학습태도를 기를 수 있어요.

자기주도학습 들어보셨죠?(누가 보면 진짜 바보인 줄)

아이가 학교 갔다 오면 30~40분 정도 패드 앞에 놓고 자리에 앉아 그날 학교에서 배운 거 복습하고 다음 날 거 예습까지 완료하면 어머니 휴대폰으로 진도표가 나가요.

관리가 이렇게나 잘 되는 데 한번 체험해 보세요.

처음이시니까 담당선생님 정해지면 아이 진단 평가도 해드릴 거예요.

평가받고 10일 정도 해보시고 그때 결정하시면 돼요.

어머니가 요즘시대 공부 방법을 너무 모르고 계시는데 애가 하나예요?

 하나라고 너무 모르신다. 책만 읽는다고 되는 세상이 아니에요.

(애가 어느새 조용히 다른 곳에서 신간을 읽고 있었다)


아, 참!

코딩은 들어보셨죠?? 이제 코딩은 필수 과목이에요. 대학에도 관련 학과가 대세여서 그쪽으로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코딩도 중요하지만 또 저희는 한자까지 병행해요.

국어가 제일 중요한 거 아시죠? 국어를 잘하려면 한자도 많이 알아야 돼요.


저희 프로그램 한번 둘러보세요.

이런 체계적인 프로그램 모르신다니 너무 안타깝네요.


우리 친구한테 이런저런 기회를 많이 주셔야죠!!



아, 저희는 아직 집에서 하고 있어요.

(점점 자신이 없어진 목소리가 기어 들어가기 시작한다)

국어는 책 읽기 , 수학은 이뷔에스 문제집으로 하고 있어요.

영어는 엄마표로요-.-;;

코딩은 방과 후로 체험은 해봤어요.

한자는 한자어 위주로..


저학년 때에는 운동이랑 악기에 중점을 두면서..

어쩌고 저쩌고 코찌고....

(이 놈의 말줄임표 안 쓸라 하는데 자꾸 쓰게 되네ㅜㅜ)


죄라도 지은 냥 쥐구멍이라도 찾아가며

일일이 구차하게 우물우물 핑계 대는 건 무슨 시츄레이션?

(아놔!  드럽게 못한다ㅜㅜ

정보만 팔고 진단평가 문제집 하나 받아가기 겁나 힘드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는 거다)




솔직히 엄마로서 영 모르겠다. 

시대가 변했으니 그에 맞는 공부법을 따라가야 하는 것인지 뭐가 정답인지 차라리 명시해 주면 편할 텐데.


밤마다 유튜브에 광고 낀 교육 프로그램에 결제 유혹 넘어가지 않으려고 열심히 기웃거리다 눈알 튀어나오기 일보직전이다.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확히 어떤 교육 방법으로 아이 공부를 이끌어 줘야 하는지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어서 더 유튜브에서 헤맨다.

어디 가서 34일 합숙 훈련이라도 받아야 마음이 편하려나?




시대에 역행하는 것일까? 아님 시대에 뒤떨어지는 공부법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있는 걸까? 잔뜩 겁이 나고 두렵다.


책을 본다는 것은 아직까지 종이책으로 직접 한 장 한 장 넘겨서 보는 게 제 맛이다.

수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본인 스스로 개념을 익히고 오랜 시간 생각해서 문제를 풀고 틀린 답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명확히 짚고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영어는 라떼의 방식으로 문법과 쓰기 위주가 아닌 언어이기에 도구로서 듣기와 읽기가 먼저 병행되어야 한다고 혼자서 3가지 결론지었더니 그동안 맘이 편했는데.

(무엇보다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지)



시대가 바뀌었으니 공부 방법도 바꾸는 게 맞는 걸까?

그래도 저학년 때는 우리나라에서 '사랑해' 보다 중요한 세 글자 '국영수' 위주로만 생각해서 머릿속이 조금은 덜 복잡했다. 이제 중학년이라 '사과'까지 추가되니 불안감이 급상승중이다.(중학생이 아니라 초딩 중학년이다. 한참 키우신 어머님들의 코웃음 치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불안감을 떨쳐낼 방법이 있을까?

찾을 수만 있다면(돈만 안 든다면)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찾아내고 싶다.


오늘도 초보 엄마의 불안감과 조급증은 밀려온다.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는 업체는 우리의 정보가 담당선생님에게 넘어갔는지 오늘 바로 낯선 번호로 부재중이 찍혔다.


오늘은 남의 편 님이 갑자기 재택 근무하는 바람에 특별한 돌밥모드에 장착했고 애 픽업 왔다 갔다 하고 도서관 상호대차 책 찾아오고 반납하고 아이 친구생일 파티 참석하느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진득하게 통화할 시간이 부족했다. 일부러 받지 않은 건 아니지만 망설여지긴 했다.


이번엔 진짜로 흔들릴까 봐.







덧붙임) 엄마의 불안한 마음을 놓치지 않은 홍보직원의

스페셜 한 스피치 기술은 배워보고 싶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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