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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미래 Feb 18. 2023

둘 다 똑같이 사랑하고 싶어

50:50에서 1도 더 안 되는 거니?

이불속에서 늦은 아침까지 꿈틀대는 귀여운 10살 아이에게 오늘도 변태짓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잠에서 덜 깬 아이에게 (일어나라! 도대체 지금 몇 신 줄 아냐? 아직까지 퍼자냐고 워워~아침이니 참아야지) 너무 귀엽고 이쁘다고 우쭈쭈 해주면서 내복과 팬티를 살짝 내려 엉덩이에까지 뽀뽀를 쪽 소리 나게 해 준다.

이렇게까지 엄마가 널 사랑해 주는데 아직도 50:50 이야?

어째 똑같이 50:50이냐고? 엄마 1도 플러스 안 되는 거야?

"으응, 아빠도 사랑해 줘야지"

"뭐라고? 흥!  엄마 삐진다잉~ 오늘 아침밥은 없어!"

"괜찮아, 엄마. 우리 아침밥 제대로 먹은 지 오래되었잖아.

밥은 없어도 간식은 있는 거지? 간식 먹음 되지"

(늦게 일어난 주제에 말은 또)

아~아침부터 의문의 1패를 겪은 이 느낌 상당히 찝찝하다.

엄마가 든든한 아침 밥상을 안 차려 줘서 점수가 깎인 거였니?

그럼 내일부터는 1식 3찬에 국과 후식까지 정성껏 대령할 테니 어찌 플러스 1점이라도 안될까?



1년 365일 딱 붙어 있다가 최근에 몇 번 엄마가 널 두고 나간 적이 있었지.

얼마 전에는 엄마는 몇 년 만에 한껏 꾸미고 대학 동기들이랑 브런치 먹는다고 상당히 들떠있었어. 널 혼자 두고 맛있는 걸 먹으러 갔다고 서운해하던데 그렇다고 이게 마이너스 5점은 아니지?




엊그제 수학 문제를 푸는 도중 어렵다고 도와 달라고 했었지. 엄마는 공부는 혼자 하는 거라면서 10번 이상 더 읽어보고 또 읽어보고 나서 그때도 모르면 도와준다고 얘기를 했던 게 마이너스 7점 정도 되려나? 그나마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말이야.

엄마 말을 듣고 꽤 오랜 시간 혼자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겨우겨우 열심히 풀어서 기특하다고 칭찬을 하려고 했지. 허나 마지막 연산 하나 실수로 답을 틀리게 적어놓은 걸 본 순간, 기본이 안되어 있음 어떡하냐며 날카로운 말투로 얘기한  설마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니지? (마이너스 3점 추가)




소파와 한 몸인 거대한 빌런(적은 항상 내부에 있다)이 365일 티비와 베프 먹고 약속이나 한 듯 매일 같은 시간 각종 예능에 푹 빠져 웃고 떠드는 모습은 여전히 달갑지 않아(매일 저녁마다 부아가 치밀어 올라). 그 와중에 곁눈질하며 티비 보는 너에게 방에 들어가 네 할 일이나 똑바로 하라고(연산 하루 1쪽 푸는 거 그거나 제대로 하라고) 다그친 엄마가 좀 심하긴 했다. 그치? 이건 인정할게. 마이너스 10점 ㅜㅜ(얼마나 자주 곁눈질 했으면 요일마다 예능 스케줄을 줄줄이 알고 있더군. 특히 골때녀하는 날은 팀명까지 다 외우고 누가 골을 넣었나 궁금해서 계속 거실을 왔다갔다하더라)




요즘 피아노 치는 게 점점 더 좋아진다고 주 3회 가는 피아노를 5번 가고 싶다고. 3번만 가면 1시간 반씩 학원에서 더 연습하고 온다고. 처음 배울 때처럼 피아노에 대한 열정이 타오르면서 피아니스트가 될 거라며 그랜드피아노를 갖고 싶다 하는 너에게 피아노는 취미일 뿐이라고, 그 이상은 안된다며 마음 깊숙이 못을 박아버렸지. 어쩔 수 없어(음악은 우리 형편상 좀 힘들 것 같아, 네가 좀 이해해 주면 안 되겠니?ㅠㅠ) 미안해, 점수 깎아도 할 말이 없다. 이건 마이너스 10점 정도 하면 어떨까?




유독 추웠던 이번 겨울, 안 그래도 1층이라 더 춥게 보낸 겨울 내내 바닥에서 찬 냉기가 올라와 24시간 수면양말을 풀 장착 했지. 보일러를 틀어도 쉽게 온도가 올라가지 않은 집. 후리스 점퍼가 교복인 줄 착각하며 매일 필수로 입어야 하는 늙은 아파트 1층 집. 자는 도중 찬 공기가 올라와 종종 코가 막혔는지 이번 겨울부터 가끔씩 코를 골기 시작한 너에게 이제부터 코 고는 사람들끼리 같이 자라고, 아빠랑 거실에서 자라고 웃으며(?) 진심 어린 구박을 했지. 사실 아빠는 추워서 그런 게 아니야. 몸속 지방이 10Kg 이상 불어나 이미 오래전에 아파트를 무너뜨릴 기세로 거친 숨을 몰아쉰 죄로 거실로 쫓겨났어(마누라의 갖은 독촉에 제 발로 나갔..) 엄마랑 방에서 같이 자고 싶다고 매달리는 너에게 더 이상은 안된다며 엄마가 잠자리 독립선언을 했지? 아무래도 이게 제일 큰 마이너스의 주범이 아닌가 싶어. 잠 못 자는 괴로움이 꽤나 크거든. 마이너스 15점 크다 커, 흐엉!

(그래놓고 아직 우린 한 방에서 아주 자~알 자고 있지. 근데 너 혹시 그건 알고 있니? 오래전부터 가끔씩 우리가 자는 방에 밤마다 이갈이 귀신이 네 영혼 속으로 놀러 온다는 것을)




너의 큰 키는 괜찮지만 엄마처럼 하체비만의 저주는 걸리지 않길 바랐어. 하지만 피는 못 속이는 법. 어느샌가 꿀벅지의 은총으로 튼튼해진 하체와 붕어빵으로 다져진 살짝 나온 뱃살이 눈에 띄기 시작했지.

성조숙증과 비만이 걱정되어 밀가루폭탄만은 매사 피하려고 노력 중인 이 와중에(그래놓고 아침마다 왜 빵을 먹이는 건데?/방학이니 엄마도 숨 좀 쉬려고요/사실 엄마가 빵중독자라서요)  얼마 전 아빠랑 속닥속닥한 거 알면서도 모른 척했어. 밥 먹으러 나가자 해서 못 이기는 척 함께 나갔더니 별점 5개 우리 동네 최애 칼국수맛집(엄마에게는 마늘이 듬뿍 들어간 새빨간 김치 맛집)에 도착을 했네. 게다가 또 애도 잘 먹어야 한다면서 느닷없이 3인분을 시키더군(불과 얼마 전까지 1인분으로 둘이 나눠 먹었잖아).


우리 세식구가 좋아하는 칼국수 최애 맛집 칼국수와 김치


엄마눈치 보느라 그동안 먹지도 못한 칼국수가 눈앞에 나타나자 너는 정신줄을 내려놓기 시작했어. 폭풍 흡입과 동시에 면 줄어드는 속도가 아빠와 대등하더라고(엄마 꺼는 왜 양이 줄어들지 않은지 참으로 희한하네. 사실 김치만 두 접시째)

먹방 찍을 기세로 부녀가 둘이서 면치기 하는 기술 연마하는데 이것들을 그냥 저 주방 육수통에 자빠뜨려도 시원찮을 판국에 둘이 좋다고 눈웃음치며 배시시 웃는 꼴을 차마 눈꼴셔서 도저히 못 보겠더라고. 이래서 아빠가 좋은 거였어?(그래서 아빠 플러스 10점라고?)




저녁을 먹고 다들 쉬는 분위기. 오전부터 쌓인 설거지를 보니 괜스레 화가 잔뜩 쌓여 한숨을 내쉬는 찰나, 보드게임(하필 머리 쓰는 입체도형 퍼즐 맞추기 우봉고 3D) 하자고 난리 법석을 떠는 가 얄미웠지. 슬쩍 엄마눈치를 보더라고. 그 와중에 소파에 몇 시간째 누워만 있는 게 지쳤는지 반만 일어나서 그 자리에 앉아있는 빌런이 너의 레이더망에 걸려들었나 봐. 게임 좀 같이 해달라 살살 꼬셨더니 오늘따라 쉽게 승낙, 웬일? (이 게임 같이 해주면 아빠가 51 되는 거야? 이럼서/저 인간도 꿍꿍이가 있고만, 하긴 괜히 저러는 게 아니지/1이라도 올리는 게 쉬울 것 같냐?) 그 비싼 보드게임 내돈내산인데 나 혼자 어려워서 북 치기 박치기 집어던지기 해놓고 애랑 싸우다 눈물바다 만들어 다시는 안 한다고 분명 구석에 처박아놨었잖아. 언제 스리슬쩍 가지고 나온겨?(괜찮아. 앞으로 절대 그 게임에 나만 안 끼면 되니께) 게다가 저 인간이 그 어려운 게임을 진짜로 같이 해준다고? 공대 나와 건물 짓는 남자라 이럴 때라도 쓸모가 있긴 있구나. 둘이 잘 놀아서 참 다행이네. 엄마는 조만간 홍대로 나들이 가서 친구들과 함께 불타는 밤 보내다가 자정 넘어 들어와도 되는 거지? 오예~(아빠 플러스 15점)


엄마는 열외인 우봉고3D 보드게임 하는 시간




수요일 느지막한 저녁 8시, 아이와 함께 저녁을 다 먹고 각자 할 일을 앞둔 조용한 시간에 현관문이 열리네. 매일 보는 반갑지 않은 이 인간 작정하고 일부러 이 시간에 들어온 건가? "저녁 먹었어? 배고푸다. 치킨 시킬까?" 다 치운 주방에 다시 들어가서 밥 하기 싫다고는 차마 말 못 하고 "알아서 해" 했더니

골때녀 본방시간 10분 남기고 치킨과 떡볶이 세트가 문 앞에 도착을 했네. 낮에 몰래 사다 논 맥주를 자연스럽게 꺼내긴 했다만, 둘이 짜고 친 고스톱처럼 이러한 상황이 이미 계획된 것 같은 광경은 또 뭐지? 둘이서 월드컵 현장 재현하듯 꼴(골)~꼴~꼴이에요! 아우성치고 침 튀겨가며 닭다리 흔들어대고 서로 열띤 응원 속에 포크로 떡볶이 찍어가며 짝짝짝~ 짝짝하는데 나는 누군가? 난 왜 여기 있는가? 맥주만 홀짝홀짝. 오늘따라 따가운 목 넘김이 둘이 편 먹고 혼자 은따가 되어가는 기분을 느끼기에 충분한 밤이었다(설마 한 번에 아빠 25점 급상승은 아니지?) 씁쓸하구먼.



아직도 우리 부부는 엄마, 아빠 둘 중 누가 더 좋아? 이 질문을 아이한테 종종 하곤 한다.

둘 다 좋다고 말하면 언젠가부터 여전히 50:50이야?

엄마가 51 안 돼?(아빠는 아빠가 51이지?)

너무한다, 엄마가 매일 밥도 해주고 너 왔다 갔다 픽업 다 해주고 며칠 전에는 스벅 가서 네가 좋아하는 초코아이스크림도 사줬는데 어찌 아빠랑 똑같냐? 이러고

아빠는 아빠가 돈 벌어와서 너 지금 이거 먹는 거야, 아빠 없음 다들 굶어 죽는다고(요즘 세상에 먹는 거로 꼬시는 제일 유치 찬란한 인간이라는 생각밖에 안 드는데 애가 그걸 모르지) 억지를 피우곤 한다.


"엄마, 아빠 똑같이 사랑하고 싶어, 그게 잘못은 아니잖아. 똑같이 50;50이라고.

이제 그 말 좀 그만해주면 안 돼?"


"그래, 알았어. 알았다니까!(그러니까 엄마가 51이라고 말해줘, 그럼 뭐라 안 한다고)"


오늘밤에도 우리 부부는 하나밖에 없는 딸에게 단 1점이라도 점수를 따기 위해 활활 타오르며 고군분투하느라 여념이 없다.



사진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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