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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미래 Apr 21. 2023

선의 세 가지 종류에 대해 알아보자

엄마의 선분, 반직선, 직선 정리

얼마 전 아이가 학교 수학시간에 2단원 평면도형 도입 부분에서 기본개념 1. 선의 종류 세 가지에 대해 배웠다. 단원 평가 대비 복습 겸 함께 다시 훑어보다가 머릿속에 선에 대한 생각들이 계속 떠올라 몇 자 적어본다.(며칠째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선분 : 두 점을 곧게 이은 선을 선분이라고 합니다.


첫 번째 선분이다. 두 점을 곧게 이은 선이 선분이다. 현재 애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 선분을 보니 아이를 키우다가 만난 애친구엄마와의 관계들로 보였다.

만약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다? 

"OO엄마"라는 이름으로 어린이집, 유치원 그리고 학부모가 되어 수많은 애친구엄마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게 되었다. 육아에 있어서 매우 필요한 관계이면서도 때로는 불필요하고 힘든 관계들이다. 가끔씩 비교라는 테두리로 엄마와 아이까지 초라하게 만드는 애친구엄마라는 험난한 사이의 관계들이 선분 같은 관계다. 두 점을 조심스럽게 이어 내기는 했으나 그 이상의 점과 선을 넘기기 참으로 어려운 사이가 아닐까? 예전에 이 관계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다며 이사까지 강행한 먼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지 짐작된다. 그동안 혹시라도 애친구 엄마들에게 이 점을 넘어 무례하게 행동했거나 실수한 적은 없었나? 돌이켜본다.



이리 다 써놨는데 다른 생각들이 또 훅 파고든다.


이 선분 같은 관계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따져보면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들어와 부부라는 인연으로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키우면서 생겨난 결과다.

시작은 결혼이었다.  굳이 꼭 할 필요가 없었던 결혼을 해서 부부가 되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이 같은 험난한 인간관계가 펼쳐질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몰랐으니 결혼을 한 거겠지? 알았으면 했겠냐고??!!

(제 발등을 너무나도 깊이 찍어버려서 지금 돌이키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아! 점점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이 부부의 관계는 선분 같은 관계일까? 반직선, 직선 같은 관계일까?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한때는 이 사람이라면 나의 밑바닥까지 다 내보일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있었다. 든든한 나만의 빽이 되어줄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선택한 사람이었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직선 같은 관계라 생각되어 부부의 인연을 맺고 살아왔다.

허나 오랜 시간 그 사람과 살다 보니 어느 순간 그(점) 이상은 건들지 말아야겠더라. 예전과 점점 달라지는 (나이와 함께 변화되는 뱃살과 탈모 증상 같은) 외모부터 그를 둘러싼 시댁식구와 친척들, 지인 관계, 사회 생활 하면서 겪는 다양한 일들, 그리고 돈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 토를 달고 가끔씩 대놓고 지적질도 하고 싶지만 도를 지나치면 안 된다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게 되었다. 점을 넘지 않고 팽팽한 선 안에서 이해하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는 게 최선이다. 싸워봤자 그 화는 아이한테 고스란히 전해진다. 선의 매듭을 억지로 풀어헤쳐서도 안되고 어설프게 길게 연결해서도 안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부부사이에 벽을 쳐서는 안 된다. 벽이 높아지면 결국 선이 넘나들수 없고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어 점들은 다시 연결되기 어렵다. 힘겹게 다시 만난 다하더라도 구부러지거나 휘어진 굽은 선(곡선)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반직선 : 한 점에서 시작하여 한쪽으로 끝없이 늘인 곧은 선을 반직선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는 반직선이다. 한 점의 시작점은 분명한데 한쪽이 끝없이 늘인 곧은 선이다. 그 한쪽이 어디까지 뻗어갈지 도대체가 알 수가 없다.

결혼으로 부부의 인연을 맺어진 인간관계에서 제일 힘든 사람들이 시댁식구들이다. 지금도 여전히 마찬가지다. 시댁식구들이 살고 있는 위층 옥탑방며느리로 6년의 세월을 버텼다. 그 시간 동안 며느리라는 탈을 쓰고 딱 그 선분 안에서 그동안 키워주신 친정부모님 얼굴에 먹칠만 하지 말자 정도로 그 이상도 아닌 이하도 아닌 딱 할 도리만 지키며 살아갈 작정으로 들어갔다. 주위사람들이 왜 뜯어말렸는지는 금세 알 수 있었다.

(제 발등을 깊이 찍는 게 취미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인심 좋으신 분들이라 결혼하기 전부터 한쪽에선 이미 그 관계의 점을 넘어버렸다. 며느리지만 가족을 대하듯 친딸(?)처럼 대해주셨다. 딸노릇은 적성에 맞지 않았다. 항상 접점을 넘어 그 이상을 원하셨고 꽤나 고단했다. 그 이하의 차디찬 밑바닥에서 홀로 외로웠지만 다행히 아이가 생겨서 견뎌냈다.

지금은 시댁이 차로 7분 거리다. (친정은 차로 서너 시간이다)

시댁 가는 길은 나른한 봄날 산책 걷기 코스로 제격이다. 시부모님은 가끔씩 핸드폰이 말썽을 부리거나 도움 청할 일이 있으시면 아직도 가끔씩 며느리를 부르신다. 아들은 고생하며 일하고 아가씨는 차로 30분 거리에 살고(내 딸도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딸처럼 아끼는 한가로운 며느리가 친히 집에 와서 언제든 그것들을 해결해 줄 거라 믿고 계신다. 이럴 때에는 애 친구엄마집에 초대받은 느낌으로 절대 빈손으로 가지 않은 센스를 발휘한다. 영의정 인절미 한 박스 인심 쓰듯 들고 가면 이제는 만사 오케이다.


직선 : 선분을 양쪽으로 끝없이 늘인 곧은 선을 직선이라고 합니다.


마지막 세 번 째는 직선이다. 선분의 양쪽을 끝없이 늘인 곧은 선이다. 끝이 없다는 말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끝을 알 수 없으니 깊이 파고들어 갈수록 새로운 모습이 나온다.

결혼으로 부부의 인연을 맺어 가장 소중한 존재로 우리 곁에 찾아온 딸이 하나 있다. 딸이 있어 직선까지 올 수 있었다. 우리 관계는 끝을 알 수 없는 직선 같은 관계다. 끝을 알 수 없으니 매일 지지고 볶고 파고 또 파고 뒤집고 엎는 사이에도 무한 사랑이 샘솟는다. (남편은 더러 미움이 샘솟는다ㅎㅎ)

그러나 자식을 낳고 키우다 보니 사랑으로만 생각하고 내려놓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내 자식은 뭐든지 잘했으면 좋겠다' 병에 걸린 그 욕심 많은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단원평가 대비 이 정도의 서술형 수학 문제정도는 뚝딱하고 풀어낼 줄 알았다. 어렵다고 말하며 하기 싫다고 울상 짓는 네 모습에 엄마도 당황했다. 다정하게 위로는 못 해줄 망정 "이 정도도 못하면 어쩌냐, 다 때려치워" 와! 목소리가 이리 큰 줄 몰랐네! 이렇게 화를 잘 낼 수 있는 엄마의 모습이 진정한 내 모습이 맞는 걸까?(왜 자꾸 다른 사람이 튀어나오는 거니? 분명 다른 사람 앞에서는 항상 쥐 죽은 듯 조용히 있는 사람이 맞나 의심스럽다) 그런 화내던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엄마 너무 좋아요"라고 말하며 꼭 안아주는 네 모습에 한없이 미안해지고 후회하며 눈물 흘리고 녹아내리는 사람도 같은 사람이다. 엄마는 너와 영원하고 끝없는 사랑에 빠지고 싶다. 너 역시 끝없는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운명을 타고 태어난 사람이다. 그 사랑을 충분히 누리며 오늘도 저 높은 곳을 향해, 네 미래를 위해 끝없이 힘차게 뻗어나가라! 혹여라도 너의 엉뚱하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이상한 행동들이 끝없이 막 튀어나와도 무한한 사랑으로 꼭 감싸주도록 노력해 볼게!





덧붙임) 두 점이 만날 수 있도록 나만의 점이 되어 결혼 후 이러한 인간관계를 맺도록 혁혁한 공을 세운 남의 편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서로 그 이상은 넘지 말아야 오랫동안 같이 살 수 있다는 말을 다시 한번 전하고 싶습니다.


사진출처 : 네이버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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