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게 펼쳐진 백사장에 파란 하늘과맞닿은 맑고 투명한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곳이요. 나한테로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하며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까지 어느 하나 빼놓을 게 없는 완벽한 바다의 모습을 생각하면 혹시 떠오르는 곳이 있으신가요? 오늘처럼 더위와 몸싸움하다 지쳐서 지금 당장 풍덩 하고 뛰어들어 가고 싶은 바다가 제게는 있습니다. 물론 집에서는 꽤 먼 거리죠(적어도 세 시간 반이상 걸리는 데 즤집 남자가 다니는 남자라 운전은 기꺼이 해줍니다. 아시죠? 운전하고 짐 옮기는 것만 해주는 남자라는 사실이요)
오늘은 제가 굳이 외국까지 갈 필요 없이 휴가철을 앞두고 국내에서도 맘껏 스노클링 하며 한여름에 바다의 묘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사실 전라도 촌년이 바다라는 건 어릴 적에 갔던 변산해수욕장이 전부인 줄 알았던 시절도 있었어요. 전북 부안군에 위치한 변산(반도 국립공원)이라고 다들 들어보셨죠? 한때 변산은 X물이라고 물 반 사람 반에 서해라서 물이 깨끗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했던 말이에요. 바닷물이 빠지면 갯벌에서 조개는 캘 수도 있었지만 그 시절 스노클링은 듣도보도 못했어요. 그래도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이라 부모님과 함께 자주 놀러 갔던 기억이 나는데요. 지금은 그곳에 대명리조트, 워터파크, 오토캠핑장도 생겼고요. 여름엔 비치파티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생겨서 젊은 사람들한테도 꽤 핫한 곳으로 여전히 인기 관광지입니다.
초등 고학년이 되고나서부터는 엄마가 일을 하기 시작하셔서 그 이후에는 여행을 잘 다니지 못했지만 변산의 추억은 지금까지도 제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어른이 된 지금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다시 그곳에 가보고 싶네요.
저는 현재 딸이 하나 있어요. 지금 초3인 제 딸을 보면서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하면서 가끔씩 어린 시기를 회상하는데요. 그때마다 첫 번째로 부모님과 함께했던 변산해수욕장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엄마가 된 지금은 제가 어릴 적 제 부모님이 저와 친오빠를 위해서 그렇게 매 여름마다 바닷가를 다니며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시고 사랑을 표현해 주신 만큼 저 역시 아이에게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더라고요(솔직히 제가 더 좋아할 수도 있어요)
애가 없을 때 남편과 둘이서 바닷가에 간 적은 있지만 바닷물에 들어간 적은 없었는데 애가 생기니 달라졌습니다. 아이에게 바다에 대한 좋은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 저희 부부도 얼마 전부터 드디어 바닷가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저는 물에도 들어가고요. 남편은 음... 발만 담그는 것 같습니다. 올해는 남편도 달라질 거라 믿고 싶네요.
(너무 어릴 때가면 기억을 거의 못하는 것 같아요. 물론 어릴 때도 틈틈이 다녔습니다)
당일 캠핑 같이 가는 친구 남편이 매해 스노클링과 바다 수영을 하러 다닌 다고 해서 설마 우리나라에서 스노클링이 가능해? 무식한 티를 속으로 팍팍 내면서 무심코 한번 따라가 봤다가 알게 된 곳인데요. 여긴 몇십 년 동안 제가 알고 있던 바다가 아니었어요. 바닷물 속이 훤히 비치는 그 자체가 큰 충격이었죠. 역시 사람들이 왜 바다는 동해가 진리라고 말하는지 그제야 알겠더라고요(서해야, 미안해!) 그래서 거기가 어디냐고요?
그곳은 바로 강원도 고성에 있는 아야진과 송지호 해수욕장이에요.
오해하지 마세요. 사람이름 절대 아니고요. 연예인의 활동명도 아닙니다. 정확한 바닷가 이름이 이예요ㅎㅎ
학교 다닐 때 지리시간에 배우기만 했던 강원도라는 곳을 이제 제가 매년 찾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뭐 서울 사람들은 보통 휴가를 강원도로 자주 다녀서 잘 안다고는 하던데 저희 남편도 강릉, 양양, 속초는 알고 있었지만 고성 쪽은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평생 스스로 먼저 사진을 찍지 않는 남편도 자리에 일어서서 사진을 찍더라니까요. 그 정도로 물 맑고 아름답고 눈부신 곳이라서 반할 수밖에 없답니다.
얼마나 좋은 지 글로 설명하고 싶지만 필력이 부족해서 잠깐 사진으로 준비해 봤습니다.
<고성에서 가장 핫플레이스로 유명해진 아야진 해변>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많이 와서 그런지 인기가 많아졌다고 하네요. 극성수기에는 자리 잡기 힘들어서 보통 그전에 가는데요. 요즘 그 앞에 뷰카페 들도 많이 생겨서 바라만 봐도 힐링이 되는 곳이에요.
화장한 날에 펼쳐지는 아야진의 모습은 하늘과 조화를 이루며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날씨가 다하는 날이죠. 바닷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모습을 보면 어느 동남아 휴양지 부럽지 않습니다. 여기서 스노클링 한 저희 딸이 다양한 물고기를 아주 많이 봤데요. 형형색색까지는 아니지만 말 그대로 '예쁜 물고기'가 많다네요.
아야진을 가면 저는 꼭 저녁 먹기 전 분주하게 식사를 준비하시는 친정엄마가 떠올라요. 식구들에게 맛난 음식을 직접 준비해서 맛깔나게 먹이고 싶은 심정으로 아야진은 여기 찾아온 모든 이들에게 바다에 대한 포만감을 안겨준다고나 할까요? 엄마가 해주신 집밥이 항상 먹고 싶은 것처럼 아야진의 바다도 오늘따라 그리워지네요.
<고성에 숨어있는 핫플레이스 송지호해변>
여기는 아야진에서 7Km 떨어진 곳, 차로 10분 내외에 있는 송지호해변입니다. 아야진과 달리 다소 한산하고 평화로운 모습입니다.
송지호를 가면 이번에는 친정 아빠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밖에서는 가장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열심히 일하셨지만 집에서는 항상 따뜻하게 저희 식구들을 품어주셨던 포근한 마음이요.바다처럼 넓고 깊은 아빠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요?
특히나 아빠는 가끔씩 퇴근하실 때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과일과 땅콩센베과자를 자주 사 오셨는데요.
송지호는 아빠의 두 손에 가득 담겼던 선물처럼 바닷속에 반짝이는 비단 조개를 품고 있답니다.
송지호해변은 특히나 아이들이 놀기 좋은 곳이에요. 하루종일 여유롭게 많은 자리를(?) 차지하며 모래놀이도 할 수 있고요. 얕은 바다에서 튜브와 함께 철썩이는 파도를 제대로 만나볼 수 있어요. 게다가 맨 몸으로 바닷속에 들어가 조개잡이까지 할 수 있으니 바닷가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요? 제 딸과 친구의 딸도 여기서 온종일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해맑게 미소 지으며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남편한테 전화가 왔어요. 집에나 일찍 들어올 것을 무슨 전화를 하고 난리야! 뭐라 하려고 하는 순간 8월 중순에 지인들과 함께 놀러 가자네요. 어머! 갑자기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텔레파시가 통한 걸까요? 휴가 날짜가 언제가 좋을지 상의하려고 연락이 왔는데 남편이 글쎄 휴가지로 지인들에게 고성을 추천했다네요. 고성이라 함은 저희에게 아야진과 송지호해변이거든요.
(물론 고성에는 다른 여러 좋은 해수욕장이 많이 있습니다)
저 내일부터 당장 사색을 뒤로하고 검색 들어가야 합니다. 숙소와 먹거리, 코스부터 하나하나 꼼꼼하게 계획해야 해서 바빠질 것 같아요.
올여름 휴가지 어디로 계획하셨나요? 저는 올해도 역시 고성입니다.
올해는 저도 더 늙기 전에 저의 어린 시절에 친정 부모님이 힘든 내색 하나 없이 바닷가에서 하루종일 함께 놀아주셨던 그때의 그 마음을 생각하며 제 아이의 행복한 추억을 또 하나 더하겠습니다. 아이의 어린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이제 몇 년 남지 않았네요. 아이는 금방 훌쩍 커버리잖아요. 다 큰 이후 어릴 때 좀 더 데리고 많이 다닐걸 하는 그런 후회하지 않도록 올여름도 하얗게 불태우고 싶어요.
덧붙임) 친정 엄마와 가끔씩 여름휴가 이야기 할 때마다 지금도 저는 변산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제가 그런 것처럼 먼 나중에 저도 딸과 통화를 하게 되면 여름에 갔던 고성을 이야기하는 그날이 분명 올 것 같아요. 지금은 단지 그날이 좀 더 천천히 오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