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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미래 Jun 29. 2023

10살 여아 생일 파티 때 받은 선물 대공개

생일 선물은 정성과 사랑 그 잡채 아니겠습니까?

드디어 연중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 딸아이 생일이 지나갔다. 일주일 전 아니 한 달 전부터 생일만 기다리던 아이다. 매일매일 본인 생일이 며칠 남았 스스로 숫자 공부를 했다. 여러 개의 달력을 번갈아 가며 D-day를 세면서 한 달을 보냈다. 작년 생일에도 엄마로서 내 돈 써가며 무료 봉사(?)까지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딸생일은 금방이다. 

지난 연말 엄마 생일에는 분명 뭐가 없었...

(본인 생일은 안중에도 없고 자식을 위해서라면 하늘의 별따다 주는 K-엄마 아닙니까?)

1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다니, 네가 벌써 10살이라니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만 나이 도입으로 9살이라 했더니 울고불고 난리다)


작년에는 학교 친구들 5명에게 생일 초대장을 보냈다. (코로나로 조심스러워 안 하려다가 간절히 원하는 너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큰맘 먹고 공식적인 첫 생일파티를 야외에서 진행했다) 단지 내 놀이터에서 가랜드와 풍선을 달고 테이블과 음식을 준비해가든파티식으로 진행했다. 올해는 치어리딩 수업이 끝나고 같이 운동하는 단원들과 함께 간단한 생일 파티를 했다. (서로 부담되지 않도록 엄마들 단톡방에서 선물은 5천 원 정도 선에서 준비하기로 사전 공지되었다)

아이는 어찌 되었든 2년 연속 생일 파티를 했고 생일날 선물을 가득 받았다. 그저 행복할 뿐이다. 그래, 너는 기부니가 구름 위로 떠다니고 입꼬리도 내려올 줄 모르는구나.

(엄마도 카드값은 다음 달이나 돼서 그때 걱정해 볼게. 미리 생각해 봤자 한숨만 나올 테니)

엄마의 통장은 6월 초부터 계속 텅장에 가까워지고 아이방은 선물로 가득 찼다. 더 이상 들어올 공간이 없는 맥시멀라이프 끝판왕의 아이 방에 물건이 자꾸 들어간다. 박스 위에 또 박스를 쌓아야 하나? 방바닥에도 공간이 부족해 곧 까치발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우와! 너 좋겠다! 방에 이거 들어갈 자리 있어?
그래. 일단, 무슨 선물을 받았는지 살펴보자.

 

(사실은 엄마도 궁금했다. 엄마는 정성스럽게 포장된 선물을 받아 본 적이 언제인가? 엄마도 이런 선물 받고 싶어!)


아이가 받은 생일 선물 중 올해도 역시나 부동의 1위는 학용품세트다. 엄마의 어린 시절에도 학용품 세트는 언제나 인기 만점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무난한 선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금 3학년이지만 어린이집 4살부터 받아온 학용품 세트 덕분에 초등 입학 준비할 때도 따로 학용품을 사지는 않았다. 직접 구매한 적이 별로 없는데 오히려 학용품이 점점 쌓이고 있다. 그래도 이번에는 양면 붓펜세트가 추가되었다. 아이는 다음 날 미술수업 시간에 사용한다고 바로 학교에 가지고 갔다.

앞으로도 학용품 세트는 당분간 우리 돈 주고 살 일은 없을 것 같다. 몇 년은 더 버틸 수 있겠다. 아직 대기 중인 볼펜, 샤프, 필통들도 언젠가 세상 밖으로 나와서 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수 있도록 잘 보관해야겠다.


2번째 빠지지 않은 선물은 계절용품이다. 엄마는 지금 이 계절에 생각만 해도 끔찍한 털장갑과 털모자, 목도리를 생일선물로 자주 받았다. 반대로 아이는 이번에도 휴대용 선풍기를 선물로 받았다. 작년에도 분명 받은 기억만 난다. 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올해 나온 신상이라 그런지 더 가벼워졌다. 크기는 더 작아지고 바람은 좀 더 시원한 느낌이다. 요번에 받은 건 스트랩이 들어있다. 목에 걸고 다닐 수 있어 잃어버릴 염려가 덜하다. (제발 물건 좀 잘 챙기면 안 되겠니?)

그리고 요 며칠 계속 들쑥날쑥 비가 오는 장마철이라 그런지 유독 센스 있는 선물이 눈에 띄었다. 바로 우산이다. 게다가 우리 모녀가 좋아하는 은은한 연보라색 우산이라니, 이건 엄마가 좀 써도 될까?


아차! 이걸 빼먹으면 안 되지.

운동 갈 때나 맨발이 허전할 때 신을 여름용 얇은 덧신 두 켤레다. 안 그래도 작년에 신었던 덧신이 작아진 느낌이 들어 덧신과 양말을 주문하려던 찰나였다.

(꽤 실용적인 선물들이 많아서 엄마가 더 만족스럽다)


3번째는 다꾸스티커세트캐릭터 스티커 세트다. 특히 다꾸스는 초딩부터 여자친구들의 핫아이템이라나?

원래 다이어리는 쓰는 게 제 맛이지?라고 생각하는 옛날 사람이다.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의 엄마는 다꾸라는 말 자체가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학창 시절 다이어리는 공부하는 중간에 형형색색 볼펜으로 구분선 넣으며 열심히 써 본 적은 있었지만 뭘 오리고 붙인 적은 거의 없었다. 볼펜 하나도 귀한 시절이었다. 스티커가 웬 말이냐?

근데 요즘엔 다이어리는 쓰는 것보다 꾸미는 게 대세란다. 깨톡의 이모티콘처럼 온갖 다양한 캐릭터 스티커로 다이어리를 화려하게 꾸며야 한다나? 아이고! 늙은 에미는 그런 다이어리 정신 사나워서 적응 안 된다. 아직까지 엄마는 그냥 내 손으로 직접 쓰는 게 좋다. 선물 들어온 학용품 세트 중 볼펜은 빌려 써도 되는 거지? 스티커는 관심조차 없으니까 걱정 마. 네가 한 곳에 잘 모아두었다가 쓰고 싶을 때 꺼내서 꾸미고 붙이면 돼. 대신 덕지덕지 붙이고 다니지만 말아줄래?(책장은 포기했고 냉장고와 거실창은 특히나 주의 부탁드려요)


4번째는 각종 만들기 용품들이다. 미취학 때에는 아이클레이, 플레이도우, 점토, 글라스데코 등이 대세였는데 초등 입학 이후에는 만들기 선물들이 좀 더 업그레이드되었다. 초등에서는 좀 더 높은 집중력과 다양한 기술을 요하는 키링 만들기, 미니어처 만들기, 보석십자수, 팔찌 만들기와 슬라임 등이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이번에는 가방에 달고 다닐 수 있는 키링 만들기와 한식 버전 복날 삼계탕 미니어처 만들기를 받았다. 당분간 각종 잇템들이 많은 덕분에 집콕이어도 걱정 없겠다. 엄마만 부르지 말아 다오!


5번째는 혹시나 했던 인형이다. 인형이 선물로 들어올 줄이야? ㅎㅎ

어릴 때부터 하나둘씩 늘어가던 인형들이 아이 침대를 점령한 지 오래다. (인형 때문에 소리 안 지른 딸 엄마들 있을까요?) 인형이 집안 곳곳에 굴러 다닌다. 밟지 않으려고 피하려다가 넘어질 뻔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결국 인형으로 축구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주변에 깨끗하고 멀쩡한 인형 버리는 집이 꽤 많다. 분리수거  날이면 산더미처럼 버려진 인형들을 여러 번 목격했다. '나만 그러는 게 아니구나'라고 본인 스스로에게 심심한 위로를 해본다.

이제 많이 컸으니까 인형을 안 좋아하겠지? 생각했는데 나만의 큰 착각이다. 아직 멀었나 보다. 다 큰 아이도, 어른들도 인형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인형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싫다고 해서 인형을 숨기거나 몰래 버린다면 아이가 슬퍼할 것이다. 생일 밤 아이가 자는 침대에 새 친구 두 녀석이 곧바로 투입되었다. 기존 아이들과 나란히 어깨를 마주했다. 엄마가 봐도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라 차마 뭐라 할 수가 없다.(치울 방법은 설마 이... 사?^^;;) 엄마가 주는 사랑이 부족한가? 아니면 대화가 부족한가? 아이는 아직도 밤마다 인형들과 심오한 대화를 나눈다. 엄마가 반성한다.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해 주고 얘기도 많이 나눌게. 이제 슬슬 그 많은 인형들 당근에 무료 나눔 하면 어떨까?


마지막으로는 봉투에 든 문화상품권이다. 오예! 우리 애 책 좋아하는 거 어찌 알고 문화상품권이 들어왔나? 싶었다. 엄마와 동상이몽인 아이는 문상을 보고 대뜸 물어본다.

"엄마, 그 교보문고 있잖아. 앞에 팬시점(핫트랙스)에서 이걸로 사고 싶은 거 살 수 있는 거지?"

"응? 아마도??" 불확실한 대답을 했다. 이렇게 많은 문구류와 스티커와 굿즈를 받고도 부족한 거니? 뭘 또 사려고 그러냐? 소리치고 싶었지만 생일이니까 봐줬다. 후아! 마지막까지 꾹꾹 눌러 참고 이제 그만 정리하자는 말과 함께 들뜬 마음이 가득했던 10살 아이 생일 선물 개봉식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정리하고 나서 찍은 일부 선물 사진: 저기 저 짜리 몽땅하지만 너무 귀엽고 깜찍한 문어아가들이 너무 맘에 듭니다. 혹시 저거 뭔지 모르시는 거 아니죠? 사실 저도 몰랐어요>

오늘과 다음 주, 그 담주까지 같이 운동하는 친구들의 생일 파티가 줄줄이 사탕이다. 갑자기 생일 파티가 풍년이다. 아이가 받은 선물 리스트를 이리 정리해 놓고 정작 친구들 생일은 뭘로 할까? 또다시 아이와 함께 고민에 빠졌다. 우리 애 생일 파티 답례품 고르느라 며칠간 검색의 여왕 자리를 차지했었다. 다시 검색 여왕등극 예정이다. 검색 말고 사색을 해야 하는데 자꾸 폰을 들여다보게 된다.


잠시나마  받은 선물을 (몰래) 다시 줄까? 하는 얄팍한 꼼수를 부려볼까도 생각했지만 그건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던 시기, 우리 애 생일 파티에 우리가 준 선물이 되돌아온 적이 있다. 그때의 황당했던 내 기분을 생각하니 차마 그럴 수가 없다. (그 엄마 얼마나 바쁘고 정신이 없었으면 그랬을까? 매달 있는 생일 파티 헷갈려서 그럴 수 있겠다 싶으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애 앞에서 '이건 너무하다'라며 속으로 서운해하는 나 자신이 참 못난 사람이라고 결론지었다)



요즘에는 폰으로 기프티콘을 주고받으며 선물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화되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아이들 생일 파티에는 여럿이 모여 직접 생일 축하 노래도 불러주고 서로 정성스레 포장한 선물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 훈훈하다.


선물이란 자고로 포장 안의 내용물도 중요하지만 준비하는 그 사람의 마음과 정성까지 포함된다. 선물을 준비할 때는 주는 사람의 따스한 마음이 담긴 그 선물을 막상 상대방이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 들지 먼저 생각해 본다. 특히나 아이 친구들 생일 선물 고를 때는 더욱 신중해진다. 절대 내 아이가 아니라고 대충 고르는 일은 없다. 오히려 부쩍 더 신경을 쓴다.


엄마가 아이와 함께 직접 선물을 고르는 것, 내용물을 포장하는 것, 때로는 정성 어린 편지를 써가며 진심 어린 축하를 전달하는 것, 포장지 위에 다시 스티커로 꾸미는 행위가 보이지 않지만 선물 속에 그대로 내재되어 있다. 최대한 예쁘게 꾸미고 포장해서 친구한테 전해주고 싶다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지켜주고 싶다. 또한 그러한 마음으로 선물을 준비하기에 우리가 받았던 선물들을 다시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 친구에게 우리가 주는 선물이 어찌 받아질지 거기까지는 우리가 알 수 없다. 그래도 우리는 할 수만 있다면 우리가 받은 그 이상만큼 선물에 시간과 노력, 정성, 마음과 먼 훗날의 추억까지 가득 담아서 준비할 예정이다. 내 아이가 느꼈던 그 행복과 기쁨이 아이 친구에게도 그대로 전달되길 바란다. 당분간 계속되는 파티 분위기에 아이는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을 간다. 그 사이 엄마는 또다시 사색 대신 검색에 몰입한다.




덧붙임) 그나저나 초등5학년 남자아이 생일 선물은 뭐가 좋을까요? 제가 초등 고학년 남자아이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거든요. 가성비 좋은 제품 아신다면 적극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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