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씨 파트2
어렵게 들어온 판타지 스프링스를 그냥 떠나기 아쉬워 기프트샵을 구석구석 한바퀴 돌았다. 디즈니씨에는 여러 개의 기프트샵이 있지만 장소마다 판매하는 제품이 조금씩 다른 경우가 있다고 하여 놓칠 수 없었다. 규모가 꽤 큰 기프트샵엔 구경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는데, 가게 앞에서 엘사 두 명이 즐거워하며 껴안는 장면이 너무 재미있었다. 서로의 코스튬과 그 완성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 귀여웠다. 각자 이 날을 위해 얼마나 준비했을지 눈에 선했고 그 결과물을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동생은 조카에게 줄 더피 인형, 나는 판타지 스프링스 방문을 기념할 수 있는 그림이 그려진 작은 파우치를 하나를 구입했다. 더피 캐릭터 시리즈는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높지는 않은데, 그 컨셉은 미키 마우스의 곰 인형이 팅커벨의 요정 가루로 살아 움직이는 거라고 한다. 도쿄에서는 더피 인형을 디즈니씨에서만 살 수 있다고 하는데, 마침 눈에 보여 구매했다고 한다. 인형 코너엔 더피 인형에 입힐 수 있는 옷들도 다양했다. 다른 오리지널 미키 마우스 시리즈에 비해 그림체가 연해서 어린 아이들이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결제를 한 뒤 점원은 동생에게 더피 인형을 건네줄 때 인형의 팔을 흔들며 웃는 얼굴로 ‘더피~’라고 말하며 줬다고 한다. 서른 넘은 애기엄마가 꽤 당황해버렸다고. 하지만 그 에피소드를 말해주는 동생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했다. 이런 게 디즈니씨가 주는 차별화된 구매경험인 것일지 싶다.
마지막으로 노래를 부르는 라푼젤의 탑과 후크 선장의 배까지 구경 후 판타지스프링스를 떠났다. 힘들게 들어온 것에 비해 나가는 건 너무 쉬워 기분이 살짝 묘했다.
이제는 판타지 스프링스에서 인어공주 구역으로 이동. 가는 길에 줄이 길지 않아, 플랜더스의 작은 롤러코스터도 탔는데, 어린 친구들을 위한 마일드 버전이라고 생각했지만 속도가 빠른 편이라 재미있었다.
인어공주 일가족이 사는 성에 들어가니 마치 바닷속 깊은 곳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물씬 들었다. 조명도 분위기도 꽤 몽환적!
내부에는 키즈존이 있어서 어린이들과 그 부모님들이 곳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해파리 모양 의자에 앉아 통통 튀는 기구를 타며 인어공주네 동네에 놀러온 듯한 분위기를 충분히 느꼈다. 그리곤 잠시 체력에 부쳐 오늘은 운영하지 않는 듯한 실내 어트랙션의 대기 공간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살짝 누울수도 있는 널찍한 공간에 동생은 잠시 눈을 붙이며 체력을 충전.
인어공주의 성을 나와 물 위에서 움직이는 어트랙션 하나, 물 속을 탐험하는 듯한 어트랙션 하나를 타고 알라딘의 구역으로 넘어갔다. 해저 2만리 컨셉의 어트랙션은 진짜 탐험용 잠수함을 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폐소공포증이 있다면 힘들어할 수도 있을 정도.
비가 조금씩 굵어지면서 실내 회전목마에 줄을 서기로 했다. 목마 대신 지니에 올라타며 뭐랄까,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향수를 느꼈다. 알라딘은 내가 알기로 내 인생의 첫 극장 경험을 선사한 만화영화였다. 당시 작은 이모와 들어갔던 극장에서 극장이라면 당연하지만 당시엔 알 수가 없었던 어두움에 적응하지 못하고 내가 울기만 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관람을 방해할 수 없어 결국 영화는 못보고 극장을 나왔다는 슬픈 스토리.
알라딘 컨셉의 구역을 구경하다가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를 감당하기 위해 우비(판초 스타일)를 사 입었다. 한켠에서 아저씨가 낙엽으로 미키 모양을 만들고 계셨는데 아이들이 그걸 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광경이다. 작고 사소한 것에도 마음을 담으면 어떤 것이든 그게 우러나와 주변을 즐겁게할 수도 있는 것이려나.
곳곳에 코스튬을 입고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이 있었다. 할로윈 기간에만 코스튬플레이가 허용된다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원본(?)에 가까운 배경으로 코스튬을 입고 사진 찍을 수 있다는 게 그들에겐 큰 기회인 듯 했다. 물론 이렇게 전문적인 코스튬 착용 그룹도 있지만 정말로 본인이 즐겁기 위해서 코스튬을 입고 온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는데, 50대 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니들도 코스튬을 갖춰 입고 오셔서 (아마 체력 이슈로) 벤치에 앉아 계셨는데, 그 앞을 지나는 또 다른 코스튬 그룹들과 서로를 향해 칭찬과 응원을 나누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아이와 함께 코스튬을 맞춰 입고 온 가족들도 있었는데, 십중팔구 유모차의 아이는 울고 있긴 했지만 그것 역시 색다른 추억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인기 어트랙션 ‘소아린’을 덜 기다리고 탈 수 있는 DPA 티켓을 구매해 타고, 너무나 짧은 러닝 타임에 아쉬워했다. 하늘을 날 수 있는 기구를 타고 온 지구를 구경하는 듯한 컨셉. 하지 못 하는 것에 대한 꿈을 갖는 것은 얼마나 비이성적인 동시에 낭만적인지. 하늘을 나는 꿈이 비행기로 실현이 된 것처럼 언젠가는 순간이동도 가능한 시대가 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날은 점점 추워지고, 체력은 이미 거의 바닥. 오늘은 비가 와서 불꽃놀이도 취소라고 하여 더 기다릴 것 없이 숙소로 가자고 합의가 되었다.
진짜 마지막으로 초입의 디즈니 스토어들과 토이 스토리 구역으로 향하는 길. 비가 와 구름이 가득한 하늘도 꽤 멋지다. 주기적으로 용암이 분출되는 산을 지나 항구 컨셉의 구역을 지난다. 모든 것이 그럴듯하고 멋있게 꾸며져 있어 그 사소한 디테일과 진심에 감동하게 된다.
날이 조금 더 어두워지고, 불빛이 환히 들어온 토이스토리 존은 동심을 흔들었다. 여차하면 기구를 더 탈까 싶기도 했지만 비도 오는데 대기줄이 너무 길어 구경만 하기로. 이 근방에 있던 거의 유일한 무서운 놀이기구 역시 DPA 티켓이 보였지만 이 또한 다음으로 미뤘다. 그래야 다음에 또 오고 싶을 것 같기도.
출구까지 가는 길에 늘어선 디즈니샵을 쭉 둘러보며 걸어갔는데, 이미 사고 싶은 것들은 전부 사서 그런지 체력이 문제인 건지 눈에 들어오는 제품은 없었다.
다시 리조트 라인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오는데, 둘 다 넋을 놓아버려 내려야할 정류장을 놓쳐버렸다. 다행히 순환 열차라 앉은 그대로 한 바퀴를 돌아 내렸는데, 좀처럼 없는 실수에 동생과 나는 웃으며 우리 체력의 현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깨달았다.
숙소에 들어가 호다닥 짐들을 내려놓고 근처 지하 상가에 있는 샤브샤브 체인점에 들어갔다. 뜨끈한 국물이 김을 연신 내뿜는 따듯한 실내로 들어가니 추위로 얼었던 몸이 조금 녹는 기분. 오늘 비가 오면서 부터 계속 달고 다녔던 감기 기운이 싹 없어지는 듯 했다.
오늘은 도쿄에서의 마지막 밤. 내일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러 가야 한다. 지하상가에서 마지막의 마지막 쇼핑을 마치고 길었던 오늘 하루 종료! 오랜 숙원을 이뤄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