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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일기

뛰면 정말 변할까요?

할 수 있다는 효능감!

by Starry Garden
뛰면 정말 변할까요?


운동을 시작했다. 달리기다. 가장 원초적인 운동이고, 언제나 어디서 시작할 수 있어서 정했다. 시작은 가볍게 했다. 3 km, 하루 뛰고 하루 쉬고. 큰 시작은 지속하기 어렵고, 웅대한 목표는 무거워 지레 포기할까 싶었다. 주위에도 알렸다. 다른 이의 시선으로 날 묶으려고 했다.


꾸준히 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너무 추우면 쉬었다. 회복도 운동이라 생각했다. 뛰고 나면 기록을 알려준다. 거리를 늘리는 것도, 시간을 단축하는 일도 즐겁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총 거리다. 최근에 붉은색 배지가 내게 수여되었다.


"총 200 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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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는 일은 자신이 없다. 그래서 꾸준함으로 쌓아가는 일에 더 의미를 둔다. 잘한다는 건 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꾸준하다는 건 쌓이는 증거가 눈에 띄니 할만했다. 달리기를 하며 항상 되뇌는 말이 있었다. "운동을 하면 변할까? 아니 러닝은 사람을 변하게 할까?" 동기 부여 영상을 보면, 단박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처럼 말하기에 기대했다.


현실은? 크게 없어 보인다. 체중은 표준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멋진 몸이 된 건 아니다. 건강에 가까워졌지만, 그렇다고 강건한 사람이라고 자부하진 못하겠다. 뇌건강이 급격하게 좋아져 집중력이 향상되었냐에도 의문이 들었지만, 체력이 좋아진 덕분에 집중하는 시간이 드러나긴 했다.


동기 부여 강의에서 처럼 극적인 변화는 없지만, 하나 바뀐 게 있다. 바로 "할 수 있다"는 효능감이다. 속도와 무관하게 뛰면 이동한다. 숨이 가빠질수록 난 나간다. 앞으로 앞으로. 한 걸음을 뛸 때마다 주변은 내 뒤로 흘러간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실망, 오늘 하루 해내지 못했다는 좌절이 있다 하더라도. 뛰면 앞으로 나간다는 체감을 한다.


하버드 대학교 의과대학 임상정신과 교수인 존 레이티가 쓴 책 <운동화를 신은 뇌>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른다. "운동으로 당장 증세가 완치되지 않지만 최소한의 뇌가 활성화된다. 몸을 움직이면 뇌는 어쩔 수 없이 제 기능을 하게 된다. 그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 나가는 것이 최선의 치유책이다. 우울증이란 결국 뭔가를 성취하려는 행동이 결여된 것이다. (page 188)"


매일 무언가를 성취하는 삶이 있을까? 그런 일은 찾기 쉽지 않다. 열심히 해도 변화 속에 있는 우리는 느끼기 어렵다. 그러기에 하다 보면 하기 싫어진다. 자책을 하고 결국 뭔가를 성취하려는 행동이 결여될 수도 있다. 그렇게 늪에 빠지게 된다. 뇌를 움직이는 일. 뇌가 일하게 하는 일. 바로 달리기가 하는 일인가 보다.


달리기를 통해 스스로가 할 수 있다는 효능감을 느끼면, 내가 꽤 괜찮은 사람, 건실한한 청년처럼 느껴진다. 그것으로도 달리기는 그 목적을 다 달성했다. 다이어트도, 집중력도, 나아가 성공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오늘 하루 뛰었다는 그 작은 성취에 도착할 수 있는 일. 그 일이 바로 달리기다.


이제 200 km 했다. 300 km, 500 km도 머지않아 도달할 테다. 꾸준함은 거짓이 없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조금씩 쌓여간다. 오늘도 뛰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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