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카페 겸 서점 대표다. 나는 그 서점에서 북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일이라고 해야 서평을 쓰고 책을 함께 정리하는 정도지만. 아침마다 함께 출근한다. 가서는 꼭 하는 일이 있는데, 필사와 글쓰기다. 아침에는 손님이 많지 않아 고요히 시간을 보낸다. 내 자리는 윤슬이 담겨 있는 포스터 옆, 창가 자리 앞이다.
(좌) 동생 서점에서의 내 자리. (우) 카페 겸 서점 내부
그날도 어김없이 필사를 하며 화창한 날씨를 즐기고 있었다. 고요한 시간을 비집고 들어온 사람이 있었으니, 옆 가게 미용실 모녀다. 어머니가 혼자 오는 경우가 잦은데, 보통 오시면 마들렌 하나나 크로플 1인분을 포장해간다.
오늘은 미용실 원장님은 아이의 손에 이끌려 오셨다. 이번에는 아이가 선택해서 먹고 싶은 게 있는 모양이다.
"엄마 나 크로플 사줘"
"엄마는 안 먹어도 되니까 1인분이면 되지?"
"아니 오늘은 2인분 먹을래."
그렇게 몇 분의 실랑이가 있었다. 엄마의 패배.
"크로플 2인으로 주세요."
동생은 "포장할까요?"라고 하자. 아이는 카운터 밑에서 소리친다.
"아뇨 먹고 갈게요."
동생은 아이 어머니와 눈을 마주치곤 결정을 해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포장해주세요."
아이는 강경했다. "먹고 갈래. 엄마 먹고 가자." 이번에도 엄마의 패배.
엄마는 카드를 꺼냈고 동생은 6,000원을 결제했다. 엄마는 한숨을 쉬며 빨리 먹자고 하곤 자리에 앉았다. 동생이 고소한 향을 내는 크로플에 아이스크림을 얹어 가져다줬다. 아이는 손뼉을 치며 포크를 어머니에게 건넸다. 조잘조잘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달콤한 크로플을 끝내곤 아이는 기분 좋게 내 옆을 지나가며 말했다.
"엄마랑 이야기하니까 좋아. 엄마랑 같이 하면 뭐든 좋아."
메뉴판과 크로플
엄마랑 있고 싶어.
일하는 엄마는 눈코 뜰 새가 없다. 미용실 원장님도 바쁠 테다. 아이를 혼자 집에 둘 수 없으니, 일하는 미용실에 데리고 왔으리라. 그리고 아이에게 맛있는 빵을 사주며, 아이의 마음을 다독였다고 생각했을 테다.
바쁜 엄마를 둔 아이는 철이 빨리 든다. 엄마는 돈을 벌고 있으니 나에게 많은 시간을 내어 줄 수 없다는걸 아이도 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아이는 그래도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해 혼자 먹는 1인분이 아니라 함께하는 2인분을 고집한 건 아닐까?
사람에게는 관심이 필요하고,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아이처럼. 아이에게 엄마와 함께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6,000원. 잠시나마 아이는 엄마와의 시간이 즐거웠을 테다.
가만히 글을 쓰니, 나도 있었다. 갑자기 주말 아침에 흔들어 깨워 세차를 하자는 아버지, 뜨개질에 필요한 실을 사러 시장에 가자던 어머니, 커피를 사서 공원을 한 바퀴 돌자던 여자 친구. 세차, 뜨개실, 공원 산책을 핑계로 관심과 시간이 내어 달라고 신호를 보낸 건 아닌가 싶다. 그 아이의 크로플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