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신발을 아시나요?
바리스타 신발을 아시나요?
바리스타 신발이라는 것이 있다. 크록스처럼 단단한 고무로 되어있고 뒤 축이 얕아 신고 벗는 게 편리하다. 거기다 안정적인 착용감까지 있으니, 오래 서서 일하는 바리스타에게 널리 애용된다. 그래서 '액트 플러스 슬립온'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바리스타 신발'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바리스타이자, 서점 주인이며, 카페 사장인 동생도 그 신발을 신고 있다.
지금은 단골인 그녀가 처음 가게에 왔을 때, 바리스타 신발을 신고 왔다. 침울한 기운과 함께.
"초코 라테 한 잔이랑 초코 마들렌 하나 주세요"
주문을 받던 동생 눈에 그녀의 바리스타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주문을 받고는 그녀가 있는 자리로 배달하며 아는 체를 했다고 한다. 오래 서서 일하는 이들 간의 동질감 덕분일까? 그녀도 거부감을 느끼진 않았나 보다.
"오래 서서 일하시나 봐요." 눈은 서로의 신발을 봤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곤 자신도 카페에서 일한다고 한다. 그녀의 웃음을 보니, 동질감은 퍽 위로가 되었나 보다. 동생은 그녀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자 얼른 자신의 자리로 왔다고 한다.
얼마 전 동생이 휴대폰을 들이밀며 말했다.
"그분이 디엠 보냈어"
내용은 '집 근처에 책과 맛있는 음료가 있는 가게가 있어 좋다'라는 내용이다.
그녀가 초코 라테와 초코 마들렌을 주문하는 이유
우린 두꺼운 가면과 튼튼한 갑옷을 입고 집을 나선다. 친절을 빙자한 칼날과 관심을 가장한 타격을 이겨내기 위해서다. 부서지고 구겨진 가면과 갑옷을 벗고 집에 눕는다. 이번에는 가족이다. 가족도 가끔은 날카로운 말로 우리를 찌르곤 한다.
휴식이 필요하다. 주기적인 휴식. 그녀에게 동생 가게는 가면과 갑옷을 벗을 벗고 휴식할 수 있는 곳이었을까? 그리고 초코 라테와 초코 마들렌은 상처받은 영혼을 치료하는 약은 아녔을까?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는 처방을 초코 라테와 초코 마들렌으로 한다는 추측만 해본다.
2주간 모습을 보이지 않는 단골.
서운하기보다는, 상처받는 일이 없어 오지 않으리라는 기대.
언제든지 그녀를 치료할 준비를 할 뿐이다.
그녀가 지친 모습으로 오면 크게 환영하라고 동생에게 부탁해야겠다.
"어서 오세요. 드시던 걸로 준비해드릴까요? 오늘은 서비스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