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카페 겸 독립서점을 운영한다. 가게는 긴 일자 형태 단층 건물에 있다. 건물에는 쌈밥집, 무인 아이스크림가게, 사무실, 미용실이 있다. 여름에는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단연 압도적인 유동인구를 자랑한다. 사무실은 비교적 조용하고, 미용실은 대부분 예약 손님만 받지만, 아침부터 바쁜 걸 보니 장사가 잘되는 모양이다.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사람이 없다는 게 참 답답한 일이다. 쌈밥집이 그러했다. 한 달 전 쌈밥집이 심상치 않았다. 우리 가게를 중개하신 부동산 중개소 소장님이 오셨다. 안타까운 이야기가 들려왔다.
"쌈밥집 내놨어요. 다른 가게가 들어오면 카페에 손님이 더 올 거예요."
짐작만 하던 경영난이 실체를 드러났다. 교류가 많은 건 아니었다. 그래도 같은 건물에서 장사한다는 건 묘한 유대관계를 준다. 안타까웠다. 그렇게 다시 한 달이 지나자, 간판이 내려갔다. 다른 주인이 정해졌나 보다. 쌈밥집주인이신 아주머니가 다리를 절뚝이며 동생 가게로 찾아오셨다.
아주머니는 관절염도 심해지셨고, 장사가 어려워 그만두신다고 한다. 그동안 고마웠다는 인사까지 하시곤 돌아가셨다. 뒤가 쓸쓸해 보였다. 곧이어 기다렸다는 듯 새로운 간판이 올라갔다. 가게의 흔적은 착실히 지워져 갔다.
삶의 매듭 지워졌다.
새로운 가게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추어탕집. 젊은 부부가 가게로 와 동생에게 떡을 주었다고 한다. 잘 부탁드린다는 말과 함께. 부부는 새로운 시작에 걸맞게 활기차고 당당해 보였다. 이번에는 잘 되길 바랄 뿐이었다.
가게 끝과 시작은 자주 있는 일이다. 무심하게 지나다니던 길에 있는 가게가 바뀌기 일쑤다. '임대문의'가 걸리기도 하고 한동안 불이 꺼지고 새로운 간판이 들어서기도 한다. 이제는 그 일이 처량해 보인다. 같은 업계에 있다는 생각 때문일 테다.
가게가 끝난다고 해서 그분의 삶이 끝나는 건 아니다. 단지 삶의 매듭이 하나 지워진 것일 뿐이다. 가게의 끝은 다른 시작을 안내할 테다. 쓸쓸하게 가시는 아주머니에게 한 마디 건네지 못해 아쉽다.
"아주머니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몸조리 잘하세요. 아직 젊으시니까, 다른 기회가 올 겁니다. 그리고 음식 맛은 최고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