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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님이 믹스커피를 권하는 이유.
아버지와 어머니는 믹스커피를 즐기신다. 주방에는 믹스커피가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다. 점심을 먹고 어머니가 드시는 믹스커피를 보고 있으니,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 김처럼 피어올랐다.
벤처기업에서 일할 때였다. 다른 부서에 부장님, 차장님이 계셨는데, 간혹 함께할 일이 있었다. 참 좋으신 분들이셨다(현실에 있을 것 같지 않지만, 두 분은 인간적으로나 일적으로 모두 존경할만한 분들이셨다). 회의가 끝나면 차장님은 꼭 내게 믹스 커피를 권하셨다.
"차장님 괜찮습니다."
내 단골 멘트였다. 그렇게 몇 번을 사양하니, 서운하였다보다.
"O박사는 내가 권한 건 먹고 싶지 않은가 봐. 한 잔만 마셔줘."
아차 했다. 즉각 "한 잔 주세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두 분 다 무척 좋으신 분들이다. 아마 거절했다고 하더라도 웃으시면 넘어가셨을 테다)
커피를 한잔 하며 차장님이 입을 떼신다.
"O박사랑 이야기하고 싶어서 그랬어. O박사랑 이야기할 기회가 있어야지."
일은 어떤지, 별일은 없는지를 물어보신다.
"내 딸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거든, 내가 공부를 해봤어야지. 그래서 O박사는 공부를 많이 하고 잘했으니까, 내가 뭘 해주면 될까?"
내가 아는 한 성심성의껏 말씀을 드렸다(공부를 오랜 한 것이지, 잘했다고는..). 차장님과 나는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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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님의 믹스커피는 신호였다. 혹시나 불편할까 자신이 생각하기에 편한 방법으로 권했으리라. 차장님은 믹스커피로 내게 대화를 신청하셨던 것이었다.
먹지 않던 믹스커피를 한잔 먹어야겠다. 누구한테 권해볼까?
대화를 신청합니다.
P.S.
차장님을 만나게 되면 꼭 믹스커피를 한잔 나눠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