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다. 동생이 하는 가게는 추석 당일만 쉬고 영업을 한다. 가끔씩 퇴근하는 동생을 데리러 가는데, 오늘이 그날이다. 추석 연휴 첫날이라 아직 각자의 고향으로 내려가지 않은 사람이 많았는지, 아니면 나이가 든 동네라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지, 동생은 바쁜 하루를 보냈나 보다. 동생의 눈빛은 공허했다.
가게에서 출발한 지 15분. 집 도착. 주차를 하곤 무거운 짐을 양손 가득 들고 내렸다. 출입구에 1층에 사시는 어르신 내외가 나와계셨다. 우리 남매는 밝은 모습의 가면을 쓰곤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그래요."
부드러운 음성으로 우리의 인사를 받으시곤 미소를 보내셨다. 나와 동생은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던 우리를 향해 어르신이 한마디 하신다.
"달보고 들어가요. 오늘 달이 무척 커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검은 하늘에 홀로 떠있는 달은 구름에 가렸지만 밝게 빛났다. 구름의 움직임을 보니 조금만 지나면 더 잘 보일 것 같아 그렇게 서있었다.
"오늘이 100년 만에 가장 둥근 보름달이야" 어르신의 짧은 설명에 "아~"라는 답을 하며 5분 정도를 서있었다.
"감사합니다. 들어가 볼게요. 추석 잘 보내세요"하곤 집으로 들어왔다.
하늘을 보는 처방
하늘을 올려다본다는 게 휴식이라는 동그란 알약을 먹는 시간이었다. 어르신이 본 우리는 지쳐 보였기에 하늘에 뜬 달로 여유라는 약을 처 방해주 신건 아닐까? 잠시 멈춰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라고 말이다.
힘든 오늘을 지낸 나에게 주는 처방.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하늘에만 집중하는 순간. 하늘을 본다는 건 바로 나에게 집중하고 짧은 여유를 가지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