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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Dec 14. 2022

박사 과정 4년 차인 나에게 보내는 편지.

"이 또한 지나가리", "그렇지만 어쩌겠니? 해내야지."


내 박사과정은 4년이다. 길게 하시는 분은 7년이 넘는 시간을 견디시고 어떤 이들은 3년이라는 짧은 시간만에 박사가 되기도 한다. 강렬했던 그 시절은 연차마다 다른 감정으로 지냈다. 1년 차에는 정신이 없어 힘들 줄 몰랐고, 2년 차에는 적응을 했다고 착각해 힘든 줄 몰랐다. 3년 차에는 졸업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고, 4년 차에는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4년 차 1학기가 박사과정을 통틀어 제일 힘들었다. '그 정도 했는데, 논문을 똑바로 못쓰냐. 학위를 딸 수 있겠냐?'라는 소리에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박사를 받을 자격일 있을까? 내 앞에 놓인 논문을 작성할 수 있을까?라는 온갖 생각이 덮친다. 거기다 이제는 돌아가기에도 먼 길을 왔다고 생각하니, 포기하기도 어려웠다.


그 순간에 나에게 내가 편지를 보내본다.



To. 나에게


편지에 당황했지? 어어!! 버리지 마. 별 이야기는 아니지만, 다 읽고 나면 기분은 한결 괜찮아질 테니까. 속는 셈 치고 읽어봐. 그렇게 길지도 않으니까.


힘들지? 그래 힘들 거야. 이야기할 사람도 없고. 교수님이 논문 가지고 뭐라고 하셨지? 매번 그래. 그리고 나한테만 그러시는 것도 아니고, 박사가 되신 분도, 거기다 유학까지 다녀오신 분도 교수님에게 논문 보여드리면 한 소리 듣더라. 너에게만 있는 일은 아니야.


위로가 안 되지? 빛 하나 들어오지 못하는 터널이라 답답하지? 이미 시간이라는 돌릴 수 없는 자원이 무척 매몰되어 그만두기도 힘들지? 두 개의 문장을 편지로 전하고 싶어.


"이 또한 지나가리"

"그렇지만 어쩌겠니. 해내야지"


"이 또한 지나가리"는 슬프기도 하고, 참 위로가 되는 문장이야. 지금 너에게는 위로가 되는 문장이 될 거야. 비도 일 년 내내 내리지 못해. 언젠가는 멈추지. 지금 너에게 닥친 고난도 계속되진 못할 거야. 곧 끝나겠지. 너는 모르겠지만, 꽤나 훌륭하게 해내고 있어. 힘들 때, 가만히 되뇌면 좋겠어.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고"


위로 뒤에는 힘을 내는 문장을 기억하면 좋겠다. "그렇지만 어쩌겠니. 해내야지" 앞으로 모양과 시기를 달리하며 많은 시련이 있을 거야. 마치 장애물처럼. 장애물이 왜 생겼는지 분석하는 일도 중요해. 하지만, 거기에 매몰되면 안 된다. 우선 넘는 일이 중요해. 하나씩 넘을 때마다, 성장할 거야. 성장 덕분에 앞으로 맞이할 장애물이 작아 보이기도 할 테고, 저 장애물을 내가 넘었나?라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할 거야.


두 문장이 내게 중요한 이유는 바로 '태도'를 결정하기 때문이야. 내게 주어진 조건은 바꿀 수 없어. 그것도 단시간에. 영어 실력, 연구 능력, 내 사정...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건 바로 태도뿐이야.


물론 태도를 유지하는 일은 어려울 거야. 위기가 늘 주변을 서성거리며 태도를 무너뜨릴 기회를 찾고 있거든. 버겁겠지. 그래도 바꾸기 어려운 환경을 탓하는 것보다는 자기 태도를 유지하는 일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될 거야. 바꿀 수 없는 환경에 무력해지지도 않고.


두 문장을 이야기하는 건, 지금도 내게 유효하기 때문이야. 과거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내 삶을 이끌어 줄 문장이야. 위로가 되고 힘이 될까? 지금 보니, 너 무척 고생 많이 했어. 그리고 잘 해낼 거야. 편지가 길었지? 고군분투하는 나를 생각하니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아서 그래.


지금 몇 시야? 그만 퇴근하자. 집에 가서 눈 붙이고 내일을 맞이하자. 수고했어. 이 또한 지나갈 테니. 그리고 어려운 일이 계속해서 놓인다고 해도 어쩌겠니? 해내야지. 그럼 다음에 보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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