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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Nov 10. 2022

시간을 선물하는 방법.

진심을 담은 편지 쓰기.

시간을 선물하는 방법


가끔 편지를 쓴다. 받는 분들은 많지는 않다. 부모님, 지도교수님 그리고 여자 친구 정도겠다. 특별한 날 선물만 드리기 아쉬워 편지를 쓴다. 실링 왁스로 도장까지 찍어 드리는데, 반응이 꽤 좋다. 편지 내용은 별스럽지 않다. 사실 매번 비슷하다고 하는 게 옳다.


생일에는 건강하길, 스승의 날에는 감사함을 적는다. 단어가 바뀌고, 문장의 앞과 뒤가 바뀌는 정도다. 그래도 받는 이들은 무척 좋아한다. 가끔 나도 편지를 받게 되면 기분이 좋았다. '왜 그럴까?'라는 생각이 잠시 머리에 머물다 이내 사라진다.


주말 저녁 가족이 모여 밥을 먹었다. 텔레비전에 나온 건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2>. 질문이 하나 나온다. 사인을 받는 이유. 출연자인 유현준 교수가 답한다.


"싸인을 쓴 시간만큼은 자기만을 위해 쓴 시간이다."


알쓸신잡 2 (출처: tvN 영상 캡처)


마음 저편에서 '아~'라는 깨달음이 번쩍 거린다. 편지는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었다.


진심을 담은 편지 쓰기


부모님도, 지도교수님도 그리고 여자 친구도 편지를 좋아했던 건 바로 시간을 선물 받았기 때문이었다. 유한 시간 한 조각을 떼어낸 것이 바로 편지였다. 그 조각에는 온전히 자신을 위해 썼기에 좋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나도 그 조각을 받아 들었을 때 감사한 것이었다.


특별한 날이 아니다. 고마운 분들에게 내 시간 한 조각을 떼어내어 편지에 담고 실링 왁스로 꽉 닫아 선물해드려야겠다. 시간이라는 추상적인 것이 편지라는 구체적인 모양으로 나타날 테니 말이다.


편지지를 꺼내어 시간을 담아야겠다.



한 줄 요약: 편지는 시간을 떼어내어 선물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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