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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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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Nov 01. 2022

잊지 않을게

모른 척했다. 티브이는 피했고, 포털 뉴스도 온 힘을 다해 도망 다녔다. 그래도 눈앞을 지나가는 뉴스 한 조각이 마음에 생채기를 내었다. 아물길 바라지 않았다. 아물면 기억에서 잊힐까 봐. 국가 애도 기간이 정해졌다. 애도 기간 중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피해 다니던 뉴스를 두 시간 동안 봤다. 한 숨이 나온다.


글은 계속 썼다. 그 일로 글을 쓰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내가 감히 짐작도 하지 못할 슬픔에 있는 가족에게 미안해서다. 가족에게는 눈물을 끊임없이 삼켜대는 커다란 구멍이 났을 테다.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고 한 없이 눈물을 빨아먹는 구멍.


이런 적이 예전에도 있었다. 벌써 8년 전이다. 아니 고작 8년 전이다. 그때도 그랬다. 피해 다녔다. 아이들 사진이라도 보면 부끄러워 고개도 못 들었다. 그러다 뉴스를 한참 마주했다. 눈앞은 흐릿해졌다. 눈물이 났다. 지금도 그렇다. 그때 난 마음의 상처는 아물었다. 그래서 더 슬프다. 아물어 버린 상처를 보니 더 미안해진다. 자책이라는 사포를 들어 상처를 밀고 싶어 진다. 잊지 않겠다고 한 내 다짐을 지키지 못함에 벌을 주고 싶다. 그런데 또 그런 일이 내 눈앞에 일어났다.


슬픔은 쉬이 분노로 바뀐다. 유가족들에 비해 보잘것없는 상처다. 그래도 화가 난다. 그들이 슬픔에 주저앉아 있을 때, 대신 내가 소리쳐 나쁜 놈을 찾고 싶었다. 그놈에게 "네 탓이다. 다 네 탓이야!"라고 소리치고 그들 탓으로 돌리면 마음이라도 괜찮아질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내가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겠노라고 다짐할 뿐이다.


아픔이 모양을 바꿔 시간을 달리해 다시 내 앞에 놓였다. 화를 내고 나쁜 놈을 찾는다 해도 그들은 돌아오지 않고, 남은 가족에 뚫린 마음은 채워지지 않는다. 매번 같다. 그래서 무력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이 또한 나를 무력하게 한다.


8년 전 다 지켜내지 못한 일을 다시 하려 한다. 글을 쓰지 않겠다는 다짐 대신 글을 써 기억하려고 한다.


그때에 그 아이들에게, 그리고 지금 이 친구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미안해.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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