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그때 전화를 끊어 것이 후회됩니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봉화 생환 광부께서 출현했다. 칠흑 같은 어둠, 습한 기운과 추위를 10여 일간 버티셨다. 다행히 살아 돌아오셨다.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 마음이 먹먹했다. 방송에 아들이 함께 나왔다. 그날의 기억. 10여 일간의 감정을 털어놓았다.
생환 광부 이야기가 끝나고 다음 출연자가 나왔다. 하지만, 나는 생환 광부 이야기에서 나오지 못했다. 특히, 아들 이야기가 계속 맴돌았다.
사고가 있던 날, 점심. 광부인 아버지는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직장 생활에서 유일한 틈인 점심시간을 고르셨다. 용기를 내어 전화하신 아버지는 아들이 밥 먹는다는 한마디에 전화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10여 일간 통화는 없었다. 앞으로도 없을 뻔했다. 그 통화가 마지막 통화가 될 뻔했다.
끊을 때는 몰랐을 것이다. 그 순간이 마지막 순간이 될 뻔 한 사실을. 아들은 후회를 했다.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무엇이든, 누구든 마지막은 있다. 다만,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일 수도, 내일일 수도 아니면 10년 뒤일 수도 있다. 우리는 당장이 아니라고 믿는다. 뒤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룬다. 특히 자주 미루는 일이 바로 가족에게 표현하는 일이다.
가끔 부모님에게 온 전화를 가볍게 받는다. 어떤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를 끊어내기도 한다. 어떤 때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전화에 종료하기 버튼을 누른다. 그 가벼움이, 그 끊어냄이, 그 종료가 큰 후회가 될 수 있다. 용기를 짜내어 전화를 한 부모님을 뼈에 사무치게 그리워할 날, 후회가 될 것이다.
생환 광부 아들은 그 시점을 후회했다. 다행히 돌아오셨기에 그는 아마 늘 마지막인 것처럼 표현할 것이다. 나도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번쩍인다. 언제가 마지막인지 모르니, 항상 마지막인 것처럼. 후회를 남지기 않게 표현해야겠다. 그럼, 나도 부모님도 모두 후회는 적어질 것이다.
지금 당장 전화해야겠다.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한 줄 요약: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표현하자.
출처: tvN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