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향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ry Garden Jan 03. 2023

2022년 마지막 맥도널드 초코콘

사라지는 것에 대하여.

2022년 마지막 맥도널드 초코콘


맥도널드 초코콘을 좋아한다. 지나가다 맥도널드 드라이브 쓰루가 있다면 기다리지 않고 들어간다. 기계 너머로 인사가 들리고 나면, 바로 말을 이어간다. "초코콘 두 개 주세요." 앞으로 이동하라는 말에 즐겁게 움직인다. 준비된 초코콘을 받아 든다. 행복한 10분 여가 지나면 나에게는 맥도널드 종이만 한 장 남게 된다. 


참 자주 먹었다. 여자친구도 나 때문에 자주 먹었다. 자주 먹은 초코콘에는 서로 다른 이야기가 담긴다. 더운 여름에 시원한 기억, 꼬독꼬독하게 씹어 내며 제잘 거리던 기억,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말했던 이야기. 내게는 추억이 가득한 아이스크림이다. 최근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 


"맥도널드 초코콘 애플파이 내년부터 판매 중단"


아쉬웠다. 실망했고 슬퍼졌다. 초코콘을 함께 자주 먹은 여자친구에게 기사를 공유했다. 내 마음을 아는 여자 친구는 올해가 가기 전에 자주 먹어 두자며 위로했다. 슬픔을 보이는 이모티콘과 알겠다는 말을 전했다. 


2022년 12월 30일. 마지막 초코콘을 먹었다. 

추운 겨울도 상관없이 마지막 초코콘을 한입 한입 먹었다. 사진도 찍고 여자친구와 지난날 초코콘에 묻어 있는 추억을 생각하며. 10분 뒤, 손에는 맥도널드 종이만 덩그러니 남았다. 


내 정원에 사라지는 것에 대한 생각이 심겼다.


마지막 초코콘


사라지는 것에 대하여.


영원한 것이 있을까? 하나 확실한 일은 모든 것,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는 사실이다. 나도, 어떤 사람도, 어떤 물건도, 어떤 생각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가끔 끝도, 사라지는 일에 대해서도 잊고 산다. 그러기에, 사라지는 순간이 찾아오면 마음이 진동한다. 지진이 난 것 이냥 혼란스럽기까지 한다. 


나도 한동안 잊고 지낸 모양이다. 초코콘이 이렇게 사라질지 몰랐다. 다시금 느끼게 된다. 모든 일은 사라진다는 사실을. 가족도, 나도, 친구도 모두 사라질 수 있다. 아니, 사라진다. 다만, 기억만은 내 안에 남게 된다. 초코콘은 사라지지만, 기억이 담긴 추억은 내 마음에 남게 된다.


아무리 소중한 것도 사라짐을 잊지 말자. 그리고 사라지는 것에 절망하지 말자. 허무주의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현재를 소중히 여기며 오래도록 기억하자. 추억으로 새겨두자. 그 일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오늘도 하나씩 내 곁에서 사라지는 것. 그리고 사라질 수 있는 것을 보며 살아낸다. 

기억하자. 추억하자. 마음에 새겨두자. 현재에 집중하자. 그럼 조금은 더 오래 남아 있을 테니. 



한 줄 요약: 모든 것은 사라지고 만다. 순간에 집중하며, 기억하는 일뿐.





매거진의 이전글 그녀는 청소를 하며 투덜거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