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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Jan 14. 2023

아이로 태어났다가 아이로 돌아간다.

받은 만큼 돌려드릴 수 있을까?

아이로 태어났다가 아이로 돌아간다.


한의원에 갔다. 몸이 불편하시면 가신다. 어머니를 한의원 앞에 내려 드리고, 가까운 공영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간다. 도착한 한의원. 어머니는 이미 진찰을 마치시고, 침을 맞고 계신 모양이다. 대기실에 앉아 읽다가 만 책을 꺼내 읽었다. 


신경이 쓰이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한 분씩 이름이 불리며 들어갔지만, 할머니는 여전히 대기실에 계셨다. 앉아 계시기가 불편하신지 이리저리 자세를 바꾸셨다. 목도 거북하셨는지, 계속해서 가다듬으신다. 그렇게 30분 정도 흘렀을까? 초록색 옷을 입으신 중년 여성이 나오셨다. 어머니와 딸 인가 보다.


"엄마, 침을 맞고 나니 훨씬 편해. 화장실 안 가도 돼?"


같은 말을 반복하시며, 크게 말한다. 눈을 맞추고 손짓을 크게 하신다. 화장실을 가신다는 할머니 손을 꼭 잡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신다. 그렇게 잠시 내 시야에서 사라지신 모녀. 곧 돌아왔다. 중년 여성은 할머니를 편안한 자리에 앉히시고 큰 소리로 말하신다. 


"엄마 이제 곧 끝나. 15분 정도만 기다리면 되니까 잠시만 참아주세요."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시고는 가라는 손짓을 하신다. 할머니에게 시선을 거두고 다시 책에 집중했다. 시간이 금방 흘렀나 보다. 딸은 이내 나와 할머니에게 오셨다. 이번에는 무릎을 굽이고 시선을 맞춘다.


"엄마 덕분에 편안하게 진료받았어. 이제 집에 가자. 고마워."


추운 날씨에 대비하기 위해 모자로 씌우고, 지퍼를 높게 올린다. 딸은 어머니를 한번 다시 찬찬히 살피신다. 어머니와 딸은 손을 꼭 잡고 한의원을 나서셨다. 그 광경을 보고 있으니, 어머니가 나오신다. 한결 편안해지신 표정으로. 계산을 하고 있는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어머니가 자주 하시는 말씀이 떠오른다.


아이로 태어났다가, 아이로 돌아간다. 


받은 만큼 돌려 드릴 수 있을까?


딸은 어머니를 혼자 둘 수 없었으리라. 그래서 모시고 나오셨을 테다. 집에만 있으면 심심하고 가끔 세상 공기를 쏘이기 위해서. 그런데, 같이 와준 엄마에게, 엄마 덕분에 진료 잘 받았다고 말을 전한다.


귀가 안 들리는 어머니를 위해 큰 소리로 또박또박 눈을 맞추고 이야기한다. 혹시나 추울까 지퍼를 올려주고 모자를 씌운다. 걷는 속도를 온전히 어머니에게 맞추며 걸어간다. 불편한 게 있을까 계속해서 묻는다. 아이에게 하는 것처럼.


우리는 아이로 태어났다가, 아이로 돌아간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님은 온몸과 마음을 다해 돌본다. 다치지 않게 조심히 속도를 맞추어 걷고, 의사표현이 어려운 아이를 위해 가만히 지켜본다. 시간이 지나고 약해지신 어머니를 딸은 아이처럼 온몸과 마음을 다해 돌본다.


곰곰 생각하게 된다. 나도 그러한 일을 할 수 있을까? 한의원에서 한결 편안해진 어머니 발걸음에 맞춰 걸어 본다. 괜히 불편한 곳은 없는지 눈을 맞추고 말을 걸어본다. 춥지 않은지 지퍼를 올려 잠그라고 말하기도 한다. 다시 한번 머리에 울려 퍼진다. 


우리는 아이로 태어났다가, 아이로 돌아간다. 


받은 만큼 돌려 드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함께 자라난다. 마음을 다잡는다. 우리가 아이일 때, 부모님이 한 것처럼은 아니더라도, 아이로 걸어가고 있는 부모님에게 최선을 다하리라.



한 줄 요약: 우리는 아이로 태어났다가, 아이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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