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고 미안합니다.
나는 가끔 '고미워'라고 오타를 만든다.
글을 꾸준하게 쓰고 나서, 느낀 점이 있다. 바로 오타가 참 많다는 사실이다. 물론 맞춤법이 잘못되기도 하지만, 이때는 어려운 한국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있을 수 있다. 물론 요즘에만 있는 일은 아니다. 논문을 작성하면서도 느꼈고, 발표자료를 하면서도 느꼈다. 거기뿐일까? 카카오톡을 하면서도, 인스타그램 DM을 하면서도 오타는 피해 갈 수 없다.
한글, 워드에서는 이를 보조해 주는 기능이 있다. 붉은색 줄로 찐하게 표시되며, '당신 여기 틀렸습니다. 다시 확인해 보실까요?'라고 한다. 고쳐도 고쳐도 여전한 일을 보니, 이제는 받아들이지만, 민망한 오타에는 마음이 늘 쓰인다.
오타의 원인을 꼭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왼손과 오른손가 누르는 속도가 미세하게 다르기에 때문이라고도 한다. 내가 자주 틀리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고마워다. 오타를 남발하는 나에게 대한 관대한(?) 변명을 그렇듯 한 포장지로 씌어볼까?
고마워는 늘 고미워로 적어낸다. 키보드를 보면 'ㅏ'와 'ㅣ'가 참 가깝게 있다. 휴대전화로 고마워를 누를 때도, 키보드로 칠 때도 마찬가지다. 가깝게 있으니 자주 잘못 누른다. 곰곰 생각해 보면, 강하고 멋진 변명(?) 아니 의미가 있다고 본다. 자주 틀린다는 것은 자주 쓴다는 말이다. 충분히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다른 하나는 내가 고마움을 표시할 만큼 나를 도와주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의미가 아닐까?
한 발 더 가보자. '고미워'를 가만히 보면, 의미가 만만하지 않다. 중간에 있는 글자에서 점을 딱 지우니, 두 개의 단어가 합쳐져 있는 듯 보인다. 고마워와 미안해다. 나를 위해 신경을 써준 이를 위해 건넨 말인 고마워가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다. 짐작해 보면, 나에게 힘을 주는 이들은 '고맙다'는 말 한마디로 충분하다고 한다. 그래서 받기만 하는 순간에 함께 따라오는 단어는 미안해다. 받는 일이 자주 있으면, 돌려주지 못한 마음 때문에 고맙다는 말로는 나는 부족하다.
좋은 마음으로 나를 도와준 이에게 고맙다는 말과 미안 다하는 말을 건네기에는 마음이 불편하기에 고마워 뒤에 미안해를 늘 숨긴 오타가 아닐까? 물론 때가 되고 기회가 된다면 지체 없이 그를 위해 도울 일이지만, 그 때라는 게 나에게는 자주 오지 않아 마음이 좋지만은 않다.
손가락의 미세한 차이가 고맙다는 말에 미안하다는 말을 숨겨 놓은 것은 아닐까? 무의식이 마음을 전달하고, 실수라고 웃으면, 오타라고 주장하며 말이다. 거기다, 자음이 서로 가까이 있다는 참 좋은 명분도 있고. 내가 한 포장은 어떤가? 안다. 무척 과하다는 사실을.
그래도 과한 포장지가 꼭 나쁘지만 않다. 사실 그렇다. 고맙다는 말 뒤에는 내 마음에 미안한 마음이 함께 자리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는 오타를 만날 때마다 반갑게 마주하겠다. 내가 또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마음이 있다는 사실에 즐겁고, 그 마음을 숨기지 않음에 칭찬을 하고 싶다. 숨겨진 미안함을 기억하겠노라 마음을 단단하게 다져본다.
물론, 인생 그렇게 깔끔하게 살 수 없지만, 마음이라도 다져놓지 않으면 미안한 마음이 커질 테다. 아! 지금도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할 사람이 떠올랐다. 실수에 포장지를 씌워 오타를 전해야겠다. 고미워,라고. 받는 상대는 모르겠지만.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에는 이런 말이 있다. "그러고 보니 사람에서 슬며시 받침을 바꾸면 사랑이 되고, 사람에서 은밀하게 모음을 빼면 삶이 된다." 따라 해보면, "그러고 보니 고마워에 점을 하나 빼고 은밀하게 숨어있는 단어를 끄집어내어 보니 미안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