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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Feb 06. 2023

MZ가 "아~ 진짜요?"를 외치는 이유.

서울일러스트레이션 페어가 던진 생각.

서울일러스트레이션 페어가 던진 생각.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이하 서일페)를 갔다. 서일페는 국내외 다양한 예술가가 참여해 자신이 만든 작품을 보이고,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는 축제다. 일러스트레이션에서부터 그래픽 디자인, 웹툰, 애니메이션, 캘리그래피, 그림책, 독립출판 그리고 회화까지 축제에 걸맞게 다채로운 작품이 소개된다.


732명의 참가자, 814개 전시장이 꾸며졌다. 작가는 674명, 기업은 58개 사가 참가했다. 보러 온 사람은 62,450명. 그중에 10대는 17%, 20대는 53%, 30대는 20%이다. 10~30대가 90%를 차지했다. 이른바 MZ 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의 잔치라고 해도 크게 다른 말은 아니다.


(좌) 서일페 입구,  (우) 서일페 참가 부스에서 갈 곳


무척 많은 부스 중 우리가 갈 곳을 정했다. 전략적으로 다니지 않으면 지쳐서 다닐 수 없었다. 자신의 일을 하며 작품을 만드는 사람도 있고, 전업으로 작업을 하는 분들도 있었다. 작품은 어느 하나 비슷한 게 없이 자신만의 개성을 뽐내고 있었다.


관람객과 마찬가지로 작가들도 MZ 세대를 대표하는 나이로 보였다. 굿즈는 물론이고 작품도 구매하며, 작가와 이야기할 수 있으니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다. 원하던 곳을 다 찾아가고 난 뒤, 산책하듯 걸어 다녔다.


꼭 가야 한다는 압박이 사라지니, 이제는 주위를 둘러보게 되었다.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만났던 작가님과의 대화를 머리에서 돌돌 굴렸다. 그렇게 생각을 증류하고 있으니, 진하게 나온 문장 하나가 마음에 남았다. 만난 작가들이 자주한 말이고, 산책을 하며 들었던 문장이다.


"아~. 진짜요?"


Z 세대의 대표인 여자친구에게 물었다. 저 문장을 오늘 하루 동안 참 많이 들었다고, MZ 세대는 저 문장을 왜 자주 쓰냐고?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몰랐다고 한다. 그리고 내 머리 위 물음표가 크게 만들어졌다.


왜?


MZ가 "아~, 진짜요?"를 외치는 이유.


물음표는 바쁜 삶 속에서 뒷자리로 밀려났다. 잊고 있었다. 아는 분들과 이야기를 하다 물음표를 다시 보게 되었다. 누구는 M 세대고 누구는 Z 세대고 이제는 알파 세대까지 생겼다는 말.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아~, 진짜요?" 문장이 커진다. 정확하게 모를 때, 검색해 본다.


'3요'라는 새로운 용어가 보인다.


"이걸요?", "제가요?", "왜요?"


회사에 새로운 물결인 MZ 세대가 자주 한다는 말이라고 한다.



이걸요? =>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업무에 내용과 목적을 정확하게 설명해 달라는 요구.

제가요? => 많은 직원 중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해 달라는 요구.

왜요? => 하게 될 업무를 하는 이유, 필요성 그리고 기대효과에 대한 설명을 해달라는 요구.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소통을 원하는 '3요'로 축약된다. 우연하게도 내 머리에 있던 "아~, 진짜요?"도 '요'로 끝난다. 소통을 원하는 요구가 아닐까? 는 생각이 자라난다.  글 몇 개 보았다고, Z 세대를 다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또, M 세대 끄트머리에 있는 내가 Z 세대의 생각을 알 수 없으니, Z 세대를 대표하는 네 명에게 다시 물었다.


이야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영혼 없을 때

둘은 영혼이 가득할 때.


추임새이자 신호다. 영혼이 없을 때는 이 대화를 끝내고 싶다는 신호가 된다. 말하는 사람은 무척 의미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듣는 MZ 세대에게는 당연한 이야기라고 느껴질 때, 영혼을 빼고 "아~, 진짜요"를 낮은 음조로 말한다. 바로 대화를 끝내기는 것은 예의가 없다고 생각되기도 하니 에둘러 표현하는 추임새다. MZ라고 다 예의 없이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기준으로 대화를 끝내자는 소통을 하는 것이다.


가끔 영혼이 가득한 상태에서 말할 때다. 관계가 편하고 들어볼 만한 이야기에 그들은 '아~, 진짜요'를 외친다. 이야기가 쌀로 밥 짓듯이 당연한 이야기가 아니라, 의미 있는 이야기일 때. 자신의 놀라움을 표시하는 방법이다. 그때 "아~, 진짜요"는 높은 음조로 눈을 마주하며 말을 한다.


MZ의 '3요'에 "아~, 진짜요"를 더해본다. 그들이 말하는 '요'는 소통이다. 그들 나름대로 예의를 갖추며. 낮은 음조로 완곡한 거절을, 높은 음조로 진심을 다하며. 찐한 마음으로 듣고 그 말이 어떤 이야기인지 알고 싶어 하고, 당연한 이야기를 멈출 소통의 방법으로 "아~, 진짜요"를 이용한 모양이다.




M 세대 끄트머리에 있는 내가 생각한 "아~ 진짜요?"는 이렇다.


"불안정한 우리는 진짜를 알고 싶다."


언어 사용은 당대 상황을 반영한다.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공유하는 생각이 담긴 단어와 문장으로 나온다. '진짜'에 주목했다. '진짜'를 계속해서 외치는 이유는 '진짜'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짜에 속을까 두렵다


두려움은 불안으로 바뀐다. 진짜를 찾기 어려운 이유는 많은 정보에 섞여있는 가짜 대문이다. 진실의 반대는 거짓이 아니라 복잡함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혼란 속에서 진짜를 찾고 싶은 MZ 세대들은 진짜를 외치는 것은 아닐까?


나에게도 진짜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깊어진다.



한 줄 요약: 그들 나름의 방법으로 소통하고 있다.




참고자료

  -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 The Seoul illustration Fair 홈페이지

  - 이걸요? 제가요? 왜요? ... MZ '3요'에 임원도 떤다. 기사


O 목차

   - MZ가 "아~, 진짜요?"를 외치는 이유. (현재 글)

   - MZ를 나누는 일이 의미 있을까?

   - 알파 세대는 뭐야?

   - 너희가 X세대, Y세대를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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