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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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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Feb 20. 2023

내 얼굴에 책임지는 방법.

매일 웃자

내 얼굴에 책임지는 방법.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간다. 소란스럽고, 불편하지만 사람 냄새가 나는 그곳. 어머니를 따라 자주 가게 되니 눈에 익은 분들이 많아진다. 가게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을 가진 사장님들을 알게 된다. 한 분이 특히 머리에 떠오른다. 


방앗간. 가게 앞에 서면 매운 냄새가 코를 찌르고 이내 눈을 아릿하게 한다. 고춧가루가 한가득한 대야가 있다. 그 옆에는 고소한 기름병이 줄 서 있다. 냄새가 지나고 나면 항상 우리를 맞이하는 건 높은 음의 인사 소리와 활짝 웃은 얼굴이다.


"어서 오세요! 뭐 찾으세요?"


그분의 활짝 핀 웃음이 나에게도, 어머니에게도 전염된다. 웃으며 고춧가루 한 근을 주문한다. 봉투를 받아 들고 돌아서는 우리에게 다시금 높은 소리가 들린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추운 날에는 추운 곳에서 장사를 하고, 더운 날에는 더운 곳에서 장사하는 시장. 거기다 매일 변화하는 매출, 가끔 이상한 사람들이 기분을 방해하는 그곳에서도 그분은 웃는다. 웃음이 얼굴에 고스란히 흔적을 남기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살아간다. 


그분은 자신의 얼굴에 웃음이라는 흔적을 진하게 남겼다.


매일 웃자.


돌아가는 차에서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Every man over forty is responsible for his face)" -에이브러햄 링컨-


자주 인용되고 듣는 말이다. 방앗간 사장님은 참 멋지게 얼굴에 책임을 지셨다. 불편한 시장이지만, 그분이 있기에 시장은 유쾌해지고, 즐거워진다.


가만히 멋진 얼굴을 가지신 분들을 보고 있노라면 비슷한 점이 있다. 늘 웃으신다는 사실이다. 기쁜 일이나, 즐거운 일이 있기에 웃는 건 아니다. 그냥 웃으신다. 물건을 사려고 가까이 가는 순간부터 웃으신다. 그리고 소리 높여 환영하신다. 물론 영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영업이 가득한 웃음이라기보다는, 스스로를 위해 웃는다. 그분들이 전하는 웃음은 바로 전염된다. 나도 웃게 된다.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방앗간에서 일하시는 그분처럼, 얼굴에 웃음이라는 흔적을 남기며, 책임 지고 싶다. 웃을 일이 있어 웃기보다는 매일 웃으며 내 얼굴에 흔적을 남기고 싶어 진다. 내 흔적으로 많은 이들이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력을 받으며 말이다.


오늘은 아침에는 샤워하기 전에 거울을 보며 활짝 웃어봤다. 만약 보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슬슬 피했겠지만,  혼자 있으니 크게 상관없다. 샤워를 마치고 나와 다시 거울을 보며 활짝 웃어봤다. 


몸은 말리고, 머리를 단정히 하며 거울을 본다. 다시 한번 웃어봤다. 얼굴에 웃음이라는 아주 작은 흔적을 남겼다. 저녁에 돌아와 세수를 하며 다시 한번 거울을 본다. 활짝 웃어본다. 웃을 일이 있어 웃는다기 보다는 웃으며 웃을 일을 만들어 간다. 


매일 웃으며, 내 얼굴에 책임을 지려한다. 웃음이라는 흔적을 남기며. 시장에서 만난 웃음이라는 흔적을 얼굴에 담고 있는 그분처럼 선한 영향력을 남기길 바라며.



한 줄 요약: 내 얼굴에 책임지는 방법. 매일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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