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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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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Apr 03. 2023

홍익대 앞 벚꽃길에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

내 꽃이 필 무렵을 기다립니다.

홍익대 앞 벚꽃길에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

지난 주말 모임이 있다. 방탈출을 하고, 평소에 만나지 못한 음식을 먹는 모임이다. 홍익대학교 앞 방탈출 카페에 예약을 하고 만날 시간이 정해졌다. 여자친구와 나는 조금 이른 시간에 가 벚꽃을 보자며 여유 있게 출발했다. 날이 좋았기 때문이었을까? 다음 주에 비가 온다는 소식 때문이었을까? 모두들 벚꽃을 보러 가려는 지, 길이 막혔다.


화창날 덕분에 막히는 길에도 마음은 편했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한 홍대 앞에서 화사한 꽃을 만났다. 환하게 피어난 벚꽃. 상쾌한 바람이 부니, 꽃비가 가랑비처럼 우수수 내린다. 사람들을 따라 벚꽃길을 걸었다. 한참을 걷고 다시 돌아갈 시간이 되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왔던 길을 되짚어갔다.


홍대 앞 벚꽃길

약속 장소로 가는 길을 따라가니, 내 생각도 짚어진다. 벚꽃이 만든 터널 끝. 몸은 약속장소로 향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벚꽃나무 아래에 머물렀다. 생각은 흩날리는 꽃처럼 이리저리 부유하다 질문 남았다.


"다들 왜 벚꽃을 보러 갈까?"



내 꽃이 필 무렵을 기다립니다.


멕시코 음식인 타코를 먹고, 더운 기운을 물러낼 빙수도 함께 나눴다. 흥미진진한 방탈출로 마음은 뿌듯했다.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다음 약속을 잡았다. 서로가 잘 살고 있음에 안도하고, 다음에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자는 말로 모임이 끝났다.


모임은 끝났지만, 내 생각은 여전히 홍대 앞 벚꽃나무에 앉아있다. 몸은 바삐 움직여 집으로 향했다. 집 입구에 있는 벚꽃이 보인다. 아! 생각은 홍대를 떠나 나만의 답을 쥔 채 왔다.


"내 삶에 꽃을 보기 위해서."


우리는 마음속에 나무 한그루 키운다. 나무는 인생의 사계절을 겪는다. 봄처럼 따스한 기운이 새순을 피어나게 하고, 뜨거운 여름이 나를 성장시키기도 한다. 내가 키워둔 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안타까운 시간을 맞이하기도 하며, 시린 겨울을 겨우 버티며 살아가기도 한다. 반복되는 사계절처럼 우리 삶도 반복된다.


벚꽃을 찾아가는 이유는 아직 피우지 못한 내 삶에 꽃을 보기 위해서.

꽃이 다시 나무에 피우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사람마다 다른 시기에 꽃을 피워낸다. 시간만 다를 뿐 우린 반드시 꽃을 피워낸다. 또, 다른 이들과 비교할 수 없는 자신만의 모양을 만들고, 자신만의 향을 내며 피운다. 홍대에서 시작된 질문은 집 앞에서 멈췄다.


기다린다. 내 삶에 어떤 꽃이 펴질지. 또, 믿는다. 반드시 피어내리라.



한 줄 요약: 우리 삶에 꽃은 반드시 피어날 것입니다.



벚꽃 그림 (제가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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