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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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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Aug 01. 2023

코로나 19가 멈춰 세운, 내 일상.

뛰는 순간, 걷는 순간, 넘어진 순간 모두 내 일상.

코로나 19가 멈춰 세운, 내 일상.


    코로나 19에 걸렸다. 주요 포털 사이트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있던 감염자 추이도, 매일 주의하라는 안전문자도 사라진 지 꽤 오래된 시점에 코로나 19에 걸렸다. 지금까지 잘 피해왔으니, 앞으로도 피해가게거니,라는 연관 없는 원인과 결과를 두고 안심한 모양이다. 정말 대차게 걸렸다.


  수요일부터 목과 어깨가 심하게 아프더니, 열이 조금 올라가 추웠다. 그동안 컴퓨터에 잘못된 자세로 앉은 탓이라 생각했다. 다음날부터 심상치 않았다. 온몸을 바늘이 콕콕 찌르듯 아팠다. 가래도 없고, 기침도 없었다. 지나가는 감기라 생각했다. 적을 가볍게 생각한 나는 약국에서 사 온 약을 몇 알 먹고 완전한 태세를 갖췄다 생각했다. 


  방심한 나를 공격한 시간은 밤. 야습을 당해 잠을 못 자니, 몸도 마음도 초토화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병원에 갔다. 접수를 하려 하니, 간호사께서 온도를 측정하신다.


  "해열제 드셨어요? 38.5도예요. 혈압측정하시고, 기다리세요."


  빙빙 도는 머리를 간신히 붙잡고 겨우 버텼다. 몇 분 뒤,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코로나 검사부터 하자고 하신다. 요즘 다시 코로나 19가 늘어나고 있다는 말과 함께. 코에 쿡쿡 긴 면봉을 찌르고 다시 만난 의사 선생님은 짧게 나에게 선고했다.


  "코로나 19입니다."


  세상과 격리했다. 처음 걸린 코로나 19의 기세는 생각보다 강했고, 내가 유지하던 일상은 멈췄다. 책 읽기도, 글쓰기도 모두 멈췄다. 매일 '무슨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글을 쓰겠다고 했던 다짐은 어디론가 흘러가 없어졌다. 사라진 다짐을 잡으려 넣은 손은 허우적거리다, 다시 올라오길 반복하다. 그만두었다. 


  세상 어머니들은 묘한 능력이 있으시다. 불편한 마음이 계속되니, 어머니가 아셨을까?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 생각해." 약을 먹고 다시 누웠다. 며칠이 지나 지금, 쉬고 나니 어깨도 가볍고 마음도 꽤 편해졌다. 넘어진 김에 잘 쉰 모양이다.


  일상을 놓친 뒤에야 소중함을 깨닫는다. "쌀로 짓는 이야기"라 정도로 뻔하다. 하지만, 놓칠 때마다 느낀다. 나를 멈춰 세운 코로나 19가 온 이유를 혼자 만들어본다. 가끔 생각 없이 쉬어가는 일도 귀하고, 멈춘 일상에서 평범한 오늘이 소중함을 느끼는 순간도 필요하다.


  다시 일상으로 걷기 위해 격리 해제만을 기다린다.  



덧붙임 1

  별일 없으셨죠? 잠시 쉬다 왔습니다.


덧붙임 2

  격리가 의무가 아니고 권고 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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