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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Aug 28. 2023

기술자 80%, 글 쓰는 사람 20%가 본 오펜하이머

그들도 직장인입니다.

기술자 80%, 글 쓰는 사람 20%가 본 <오펜하이머>.


  <오펜하이머>를 보고 글을 썼다. 제목은 기술자 20%, 글 쓰는 사람 80%가 본 <오펜하이머>. 영화 이야기와 역사를 중심으로 써냈다. 오펜하이머가 남긴 이야기는 분열하고 있던 중, 기사 하나가 생각분열을 빠르게 했다.


  최근 R&D 예산을 잘라냈다고 한다. 기사와 영화가 섞이더니, 마음 정원에서 나무 한 그루가 빠르게 자라났다. 글감 나무에 가장 크게 보인 열매는 '과학자'다. 영화에는 과학자들이 참 많이 나온다. 주인공인 오펜하이머는 물론이고, 아인슈타인부터 닐스 보어까지. 최소가 아이비리그에 교수고, 기본이 노벨상 수상자일 정도다. 그들은 고민했고, 세상을 파괴할 무기까지 만들었다.


  그들은 과학자들의 과학자이고, 이공계에서는 인간계를 아득하게 넘어 있는 존재처럼 빛나는 별들이다. 그럼 지금의 과학자들도 그런 모습일까? 아! 우선 우리나라 직업군 중에 과학자라는 직업인가? 주변에 혹시 과학자라는 직업을 가진 분을 보신 적 있을까?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과학자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과학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사람. 주로 자연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을 이른다."


  과학자를 상상해 보자. 흰색 가운을 입고, 실험을 하거나, 연구실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는 방에서 책과 종이에 쌓여 있는 곳에서 연구를 하고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들은 어떤 직업을 가진 분들일까? 대학교수나, 연구소 연구원쯤 될까?


  그들은 세상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곳을 탐험한다. 자연과학자들은 지금 당장 필요 없는 곳까지 간다. 산이 있기에 오르 듯 간다. 평생 연구한 일이 커다란 원에 뾰루지처럼 아주 작은 부분을 개척할 수 있고, 어떤 분은 시대의 요구에 절묘하게 맞아 세상의 삶을 바꿀 수 있으며,  때로는 오펜하이머처럼 세계를 파괴하는 힘을 만들기도 한다.


  그들이 하는 일은 신비롭게 보인다. 무슨 말하는지 좀체 알아들을 수 없다. 같은 한국말로 하더라도, 통역사가 필요할 정도다. 한 발만 떨어져서 볼까? 그들은 학교에서 월급을 받는 교수이고,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 되기도 하며, 연구 프로젝트를 따와야 하는 개인사업자처럼 보인다. 연구소 연구원은 어떨까? 비슷하다. 월급 받는 직원이고, 어떤 팀에 팀장 일 수 있으며,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하는 프로젝트 관리자이기도 하다.


  그들은 사실 일에 치이는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장인이다. 물론 별처럼 빛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난 아직 실물로 본 적은 없다. 내가 공부를 하며 본 과학자 카테고리에 들어갈 수 있는 분들 곁에 있기도 했고, 이야기도 나눴다. 물론 그들은 새로운 세계를 밝혀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 일을 발견하는 것을 즐거워한다. 하지만, 직장인으로 월급에 대한 걱정,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불안,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겪는다.


  대부분 과학자들은 연구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다. 성과 내는 일에 쫓기며 살고, 돈을 주는 사람의 기침에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물론 그들은 국가를 이끌어가는 기초 체력이다. 과학과 기술이 우리의 삶을 이끌어가는 엔진 중 하나이긴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우리가 볼 수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인에 가깝다.


  가끔은 자신들이 선의로 만들어 놓은 기술이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일이 있다. 납을 넣은 휘발유를 만들거나, 납 페인트를 만들어 놓아, 전 세계인들의 체내 납 함유량을 높인 경우도 있고,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오존은 스프레이로 파괴하는 일도 있었다. 그뿐일까? DDT라는 천상의 소독제라며 이야기한 물질은 생태계를 어지럽게 하기도 한다.


  납을 넣은 휘발유는 세계 굴지의 정유 기업들이 돈을 대고 문제가 없다고 홍보했고, 납 페이트의 아름 다운 색을 홍보하며 괜찮다고 했다. 스프레이는 무해하며 값싼 물질이라고 떠들어 댔고, DDT는 해충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리라고 들떴다. 하지만, 문제는 생겼고, 과학자들도 사람들의 재판정에 서 공격을 받았다.


  르네상스 시대 교육자인 라블레는 과학에 대한 일침을 남겼다.


  "양심이 없는 과학은 영혼을 파괴할 뿐이다."

  "Science without conscience is the ruin of the soul."


  맞다. 다만, 그들도 노력하고 있지만,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고, 인간으로 할 수 있는 판단하는 힘의 한계가 있다. 과학자인 그들이 인간세계를 뛰어넘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도 인간이다. 그렇다면, 직장인에 가까운 과학자들은 말해 무엇하겠나. <오펜하이머>를 감독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에서 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출처: 알쓸별잡 영상.


  그들은 당시 주어진 정보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을 테다. 물론 그들이 한 선택이 모두 옳을 수는 없다. 과학자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답이 없는 문제에 간단한 답이 있을 리 없다. 복잡한 문제는 계속해서 논의돼야 한다. 과학자 집단만이 아니라, 철학자, 역사학자, 윤리학자, 사회과학자, 법률학자... 그렇게 답을 찾아가야 되지 않을까? 과학자가 큰 짐의 한 축을 담당하는 건 맞으나, 모든 짐이 그들에게만 가는 일이 마음이 편하진 않다.


  이번에 연구비를 깎는다고 한다. 국가발전, 세계발전의 기초 체력이라 하고, 국가 경쟁력에 필요하다며 열심히 해달라고 하면서 돈을 깎는다.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과학자들은 눈치를 보게 될 테다. 그들도 생활인이고, 직장인이니 말이다. 물론 연구비 사용에 부정이 있다면 단호히 잘라내야 한다. 다만, 효율만 앞세워 통폐합을 하고, 12개의 미래 전략 기술만 따라간다면, 당장 필요 없는 연구는 바로 뒤로 밀려날 테다. 연구는 우리 예상하는 곳에서 터지지 않는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터진다.


  과학자들도 직업윤리를 지키려 한다. 최선을 다해. 회초리를 맞아야 할 때가 있지만, 가끔은 따스한 말로 응원이 필요하다.


기술자 80%, 글 쓰는 사람 20%가 본 <오펜하이머>.



덧붙임

  잠시 연구원으로 몸을 담고, 연구를 하시는 분들 곁에 있으며 느낀 바를 조금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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