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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Oct 30. 2023

네? 신문사요? 기자님이시라고요? 인터뷰요?

당신이 글을 쓰길 바라봅니다.

네? 신문사요? 기자님이시라고요? 인터뷰요?


  "경향신문 김지윤 기자입니다."


  눈을 비비며 다시 봤다. 내가 써놓은 독서모임 글을 보며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제안. 혹시 이상한 사람이 아닌가 검색해 보니, 아니다. 진짜다. 놀라움에 답장을 하니, 전화로 인터뷰를 하거나 보내주신 질문에 답변을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메일이 돌아왔다. 지금까지 글을 쓰며 가졌던 마음이 부유했다.


  글을 쓰고 달라진 게 많다. 우선 내가 달라졌다. 흘러가는 소소한 이야기를 잡아내니, 일상이 소중함을 느낀다. 감정을 걷어내고 내 상처를 관찰하고 보여주니, 마음이 가뿐해지기도 했다. 글을 쓰며 스스로를 치유하고, 주위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찾을 수 있으니 꾸준히, 아니 앞으로 오래도록 글을 쓰리라 생각했다.


  처음에는 글을 발행하고 혼자였다. 누가 내 글을 볼까?,라는 생각이 하나 있고, 누군가 본다면, 너절한 글이라며 비난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도 한 조각 있었다. 그럼에도 쓰고 발행했다.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고 해야 할까? 빠르게 성장하는 분들을 보며 약간 욕심이 나기도 했다. 작은 마음이 자라날 때, 박막례 할머니께서 유쾌한 웃음과 함께 내게 말을 건넸다. 


  "내가 70년 넘게 살아보니까, 남한테 장단 맞추지 말어. 북 치고 장구치고 너하고 싶은 대로 치다 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춤을 추는 거야."


  배시시 웃으며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신기하게, 사람들이 오가셨다. 왔다 갔다며 흔적을 남겨주시고, 소중한 댓글을 적어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그들과 함께 걷기디니 글을 쓸 수 있었다. 곁에 계시는 분들이 글로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진심을 담아 박수를 치기도 했다.


  꾸준히 글을 쓰면 무한한 기회가 오리라는 말을 들으며 시작했다. 믿지 않았다. 기회가 오지 않더라도 글이 나에게 기록으로 남고, 변화시켰으니 충분하다고 믿었다. 글을 함께 써주시는 분들이 있어 좋았다. 내 믿음은 빗나갔나 보다. 기회가 왔다. 지면을 내어주며 글을 써보겠냐는 제안이 오기도 하고, 새로 나온 책을 건네며 감상을 써달라는 요청이 오기도 했다. 멋진 대표님을 만나 내가 지금까지 써놓은 글로 책을 묶을 수도 있다. 


  감상은 끝날쯤, 기자님의 질문지가 도착했다. 답을 했다.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평소에 독서모임을 하며 정리해 두었던 생각을 서랍에서 꺼내어 보내드렸다. 오탈자는 없는지 확인하고 답을 드리니, 바로 답장이 왔다. 앞으로의 일정이 나왔다. 언제 지면에 실리고, 온라인 판은 언제 나오는지. 기자님의 단단한 모습과 꼼꼼한 메일에 배시시 웃음이 나오며, 때를 기다렸다.


  내 상상은 신문 가장 뒤에 자그마하게 내 사례가 나올 줄 알았다. 온라인 신문을 하나 구매하고 뒤로 쓱쓱 넘겼다. 헛! 하며 신음 소리를 내었다. 신문의 중간쯤, 한 면 전체가 기자님의 기사였다. 책친구의 사진이 가장 크게 걸려있었다. 아래로는 인터뷰 내용이 정돈되어 있고, 기자님의 생각이 힘차게 뻗어나가 있었다. 놀라움을 나누고자 가까운이 들에게 보낸다. 내 이름을 찾으며 이게 무슨 일이냐며 소리친다. 


  글을 쓰는 일, 꾸준히 하는 일, 사람들이 볼 수 있게 걸어 놓는 일. 모두 시작은 나를 위해서였다. 마음에서 질서 없이 피어나는 생각에 고통스러웠던 나를 돌보고기 위해서 시작했다. 누가 보든, 그렇지 않든. 보는 분들이 조금 늘어나고,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에 신기해하며 글을 적었다. 그때까지 기회라는 녀석을 생각지도 않았다. 


  난 버릇처럼 글을 쓰라고, 만나는 사람마다 이야기한다.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거창한 말을 숨기고, 나를 돌보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권한다. 물론 쓰는 분들은 없다. 이제는 꾸준히 글을 쓰면 무한한 기회가 오리라는 말을 해야겠다. 잿밥을 잘 보이게 진열해 두고, 이러한 이점도 있으니 한번 해보라고 하고 싶다. 


  나도 시작할 때는 믿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았다. 조악한 글, 소소하다 못해 작은 일들을 기록해 둔 글에 누가 관심을 가지겠냐며 생각했다. 물론 놀라우리 만치 관심이 없어도 괜찮다. 우선 글쓰기는 나를 위한 일이니, 하지만, 하나 말씀 드리고 싶다. 꾸준히 쓰고, 누군가가 볼 수 있게 걸어두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 믿지 않고 바라지도 않은 나에게도 왔으니. 여러분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아마 나보다 더 크게, 나보다 더 빠르게 오리라 믿는다. 




종이 신문으로는 2023년 10월 28일 토요일 열 번째 면입니다.


기회가 올 때마다 생각나는 분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글을 함께 쓴 글벗님들입니다. 지금까지 응원을 해주신 분들입니다. 감사합니다. 지금을 오래도록 기억하며, 감사한 마음을 깊게 새겨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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