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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Nov 29. 2023

내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문장을 만들 수 있을까?

단박은 아니지만, 기다리다 보면 나오겠지요?

내 삶을 관통 하는 하나의 문장을 만들 수 있을까?


  글을 쓰고 자주 하는 일이 여럿 있지만, 당장 떠오르는 건 두 가지다. 하나는 사전을 펴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작가님들이 써놓은 글을 읽는 일이다. 단어와 문장을 수집하는 일이 된다. 모아 두고 나면, 서로 다른 이름표를 붙이고 내 노트에 정리가 된다. 명언, 금언, 잠언, 격언이다. 써놓고 보니, 세 가지의 다른 점을 찾으려 또 사전을 펼쳤다.


  명언은 "사리에 맞는 훌륭한 말"

  금언은 "삶에 본보기가 될 만한 귀중한 내용을 담고 있는 짤막한 어구",

  잠언은 "가르쳐서 훈계하는 말",

  격언은 "오랜 역사적 생활체험을 통하여 이루어진 인생에 대한 교훈이나 경계 따위를 간결하게 표현한 짧은 글"이다.


  서로 미묘한 차이를 내지만, 어떤 이름표를 붙여도 같은 점이 하나 있다. "힘 있는 문장"이라는 사실이다. 짧은 문장이 힘든 순간을 견디는 단단한 지지대가 되기도 하고, 지금 내게 처한 상황을 돌파하는 조그마한 단서를 주기도 한다. 때로는 눈물을 왈칵 쏟아지게도 한다.


  볼 때마다, 나만의 문장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커진다.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고, 누군가가 쓰러지지 않게 버텨주는 문장. 고민이 시작되자, '왜?'라는 질문이 계속 따라왔다. 왜, 짤막한 문장이 강한 힘을 가졌을까? 앉아서 보고 있으면, 짧은 문장의 힘의 이유를 어렴풋이 보인다.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면, 문장을 말하는 이의 삶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의 삶은 유한하다. 거기다,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일이 바로 시간이다. 제한된 시간을 나누는 일은 나의 몫이다. 선택을 하고, 책임 지면, 고민을 한 흔적이 사유로 남게 된다. 나온 생각을 잘 깎아내고 다듬어낸다. 물론 의식적으로 할 수 있고, 때로는 의식하지 않고 하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정교해진다.


  말하는 이의 삶을 관통하고 내어 놓는 문장, 끝이 있는 삶을 뚫고 나온 문장이 견뎌온 궤적은 만만치 않다. 힘이 없었다면, 문장을 깎여 흔적을 남길 수 없었을 테다. 거기다, 나온 문장이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입에서 입으로 기억에서 기억으로 넘어가며 버티기 위해서도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문장은 힘이 강하다.


  가끔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하는 짧은 문장에 마음이 울리는 경우가 있다. 무덤덤하게 내어 놓은 문장이 강한 힘을 받아 내 마음에 꽉 박힌다. 시간을 꽉 눌러 만든 문장은 단단하고, 경험의 밀도가 높아 작지만 묵직하다. 명언, 금언, 잠언, 격언은 아니지만 나를 통과한 문장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문장은 대체로 화려하지도 않다. 오히려 심심하고 우리가 늘 쓰는 단어로 만들어져 있다. 고민을 따라, 왜라는 안내판에 나만의 답을 하며 도착한 곳에는 커다란 산만이 남았다. 명언은 고사하고, 나만의 문장을 만드는 일조차도 벅찬 일처럼 느껴진다.


  생각을 정리하고, 다듬는다. 깎다 보면 내 삶을 통과하는 문장이 되길 바란다. 가끔은 거친 경험을 후회하고 탓하지 않고 꽉 눌러 이면에 내가 짚어내지 못한 점을 알아내려고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내 삶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이 내가 상상하지도 못한 순간에 덜컥하고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 아! 나오지 않더라도, 그 과정이 모두 좋다. 그 순간도 내 삶이 될 테니. 유명해지지는 않더라도, 내 곁에 있는 이들을 위한 짧은 문장이 되기만을 바라며, 오늘도 삶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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