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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Nov 30. 2023

단 한 편의 글로는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매일 쓰겠습니다. 

단 한 편의 글로는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황보름 작가님 <매일 읽겠습니다>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북토크를 다녀왔다. 장소는 소담한 독립서점에서 진행되어, 참 좋았다. 눈을 하나씩 맞추며,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독서모임의 진화 버전처럼 느껴졌달까? 


  <매일 읽겠습니다>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수다 같았다. 이야기를 하니, 책은 또 다른 책을 소개하고, 문장을 안내했다. 책은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담고, 문장은 노트에 옮겨 적어두었다. 책을 다 읽지 못하더라도, 가득 찬 장바구니를 보면 마음이 든든하다. 읽어야 하는 책은 여럿 있지만, 주문을 하고 말았다. 


  기억나는 문장을 더듬고 있다 보니, 하나가 마음에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황보름 작가님이 소개해준 책 하나와 문장 하나다(page 66). 황인찬 시인의 <나는 매번 시 쓰기가 재미있다.>


  "단 한 편의 시는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진정 의미 있는 시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편들과 다수의 시집들로 구성되는 시인의 시적 궤적이 완성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난 글을 쓴다. 가내수공업 공장에서 만들어 내는 공산품 정도랄까? 별처럼 빛나고 있는 분들의 글을 보고 있으면, 겨우 불량을 면한 정도다. 장인이 예리하게 깎아 놓은 문장이 나도 알지 못한 마음을 해부해 알려주기도 하고, 선명한 메시지로 혼란스러운 순간의 우리를 잡아주는 방향을 알려주는 글도 있으며, 화려해 눈앞에 장면이 보이고 분위기가 느껴지는 책도 있다.


  우연한 기회로 글을 썼다. 집에서 만들고 손으로 겨우 깎아내고 있는 글은 무척 작은 깨달음 조각 하나, 서늘한 마음을 조금 따스하게 만들 수 있는 글 하나가 된다. 만약 한 편의 글만을 썼다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깨달음의 조각은 비와 바람을 맞아 가루가 되어 바람에 날아갔을 테고, 따뜻했던 글은 차갑게 식어 버렸을 테다. 


  황인찬 시인의 말씀하신 문장을 바꾸어 볼까?


  "단 한 편의 글은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진정 의미 있는 글이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글조각들과 다수의 글묶음들로 구성되는 글쓴이의 글의 궤적이 완성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난 운이 참 좋다. 많은 분들이 내 글에 저마다의 방법으로 관심을 남겨주신다. 읽고 갔다고 조회수가 남기도 하고, 읽고 나서 좋아요를 두고 가시며, 때로는 따스한 댓글을 찍어두시기도 한다. 궤적을 보시고 다음 글이 궁금하셔 구독을 누르시기도 한다. 신기한 일이 일어난 건, 한 편의 글이 아니라 지금은 꽤 많은 글들이 쌓여있기 때문은 아닐까? '진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의미 있는 글조각이 모이고, 몇 개의 글 묶음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단 한 편의 글을 썼다면, 얻지 못할 반응. 계속해서 모아두었기에 가능했다. 글쓰기 시작을 주저하시는 분, 글쓰기에 아무런 반응이 없는 분, 글을 썼다고 나를 알아가는 일이 불가하다고 생각하시는 분, 글을 쓰다 멈추신 분. 모든 분들에게 제가 안내받은 문장을 다시 소개하고 싶습니다. 


  단 한 편의 글이 아니라, 쌓이면 반드시 그대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럼 저는 당신이 글을 기다리겠습니다. 물론 저는 글을 쓰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약간의 불량품이 있을 수 있지만, 계속 쓰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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