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걷어내어도 존경합니다.
드라마에 가려져 있던 진짜 이순신 장군님 이야기.
"가장 존경하는 역사 인물?"이라는 질문에 답을 한다면, 누가 뽑힐까? 검색을 해보니, 옛날 자료뿐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이순신 장군님이 늘 3등 안에 계신다는 점이다. 나도 한 명을 뽑으라고 한다면,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님 중 고민을 할 테다. 지금 글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한글을 만들어주신 세종대왕님에게 감사하고, 뛰어난 학습능력을 바탕으로 백성을 위해 몸이 부서지며 일한 그분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이순신 장군님은 어떤가? 온갖 고초를 겪으며, 전쟁을 치르셨고 왜란의 마침표 찍는 일까지 했다. 드라마, 소설로 만난 이순신 장군님은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기억을 더듬어 그분의 이야기를 짧게 해 볼까? 어린 시절 어려운 집안 사정을 견디며 무과에 합격한다. 합격 뒤에서 삶이 풀리지는 않는다. 꼿꼿한 태도는 윗사람의 심기를 건드리지 일쑤였다.
파직과 복직이 반복되고 가장 추운 북쪽에서부터 가장 먼 남쪽까지 오간다. 조선이라는 국가를 구하려는 운명인지 이순신 장군님은 임진왜란 1년 4개월 전에 제독이 되어 남쪽을 수호하게 된다. 준비하고 또 준비한다. 고민을 실 줄로 고뇌를 날줄로 대비책을 만든다. 원하지 않았지만, 일어난 전쟁에서 그는 활약한다.
이순신 제독님의 존재감은 커져, 도망친 왕을 넘어선 모양이다. 마음이 좁은 탓인지, 아니면 힘든 순간 판단이 흐려진 것인지 왕은 그를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나태하다는 이유로 파직시킨다. 재판을 해야 한다며 왕 앞에 무릎을 꿇린다. 고문을 당하고 죽을 위기에 죽음의 절벽에 선다. 자신의 목숨을 돌보지 않은 이들이 그를 구명한다.
하얀색 옷을 입고 공을 새워 목숨을 살려준 왕의 은덕을 갚으라고 한다. 이순신 제독이 빠진 수군을 어떻게 되었을까? 초토화된다. 배는 깨어져 바다 아래로 떨어졌고, 장군과 장병들은 흩어져 버렸다. 왕은 다시 그를 부른다. 한 줌 남지 않는 병력으로 그를 보내어 다시 해보라고 한다. 내 관용을 잊지 말라는 말과 함께. 이순신 제독님은 다시 일어난다. 일본은 떤다. 추운 겨울 노량에서 도망가는 이들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한다. 영화로 만들어도 이렇게 극적이지는 않을 테다. 장군님은 흉탄에 맞아 돌아가진다. 전쟁은 끝났다.
내가 아는 이순신 장군님이자 제독님의 이야기다. 모두 사실일까? 그렇다고 믿고 오랫동안 지냈다. 오독하고 있는 모습을 일깨워주는 책이 있다. <이순신 평전>.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착각했던 내 모습을 깨운다. 책을 펼치니, 학창 시절 교과서 종이 냄새와 잉크 향이 얼굴에 훅 끼쳐 온다.
몇 가지만 소개해볼까? 이순신 장군님의 어린 시절은 가난했을까? 아니다. 물론 아버지가 관직에 나가지 못했지만, 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는 높은 관직에 도달한 인물이었다. 그들이 남긴 인적 물적 자산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었다. 그뿐 아니다 어머니인 초량 변 씨 집안도 만만하지 않다. 거기다, 이순신 장군님은 외동딸인 방 씨 집과 결혼했다. 당시 조선은 외동딸인 경우에는 그 재산이 모두 사위에게 간다고 한다.
또 한 사례가 있다. 어린 이순신 장군께서 참외 밭을 가다, 주인에게 참외를 달라고 하셨다. 밭주인이 거절하자, 이순신은 집에 있던 말을 몰아 참외 밭을 모두 밟아 버렸다. 주목해야 할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집에 있던 말. 말은 당시 단순히 교통수단을 넘어서는 큰 자산이다. 귀중한 자신은 언제든지 쓸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그렇게 밭을 박살 내었지만, 문제가 없었다는 점이다. 집안의 위세가 등등하니, 가능한 일이라 추정된다.
다음은 늘 꼿꼿한 태도만을 유지하셨을까? 일부분만 맞다. 청년기일 때, 장군님은 윗사람 눈치보다는 나라를 위하고, 법을 지키는 일이 앞섰다. 계속 그랬을까? 아니다. 전라도 수사가 되었을 때, 자신의 소속의 부하를 육군이 빼앗겼다. 법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기다렸고 좋은 말로 부탁을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명나라 지원군이라고 온 수군 제독에게는 원칙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잔치를 벌여 살살 달래 가며 전쟁을 치렀다. 방법이 바뀐 것뿐이지, 국가를 위한 마음을 그대로가 아니었을까?
이외에도 책에는 내가 알지 못했던 장군님이자 제독님인 이순신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드라마를 걷어내고, 소설을 치워놓으며, 본 이순신 장군님의 이야기는 힘이 빠졌을까? 아니다, 오히려 더 강렬했다. 자신이 가진 마음을 꺾는 순간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외치며 백성을 지키기 위해 혼신 하는 장면도, 몸이 좋지 않아 혼절하는 시간에도 그는 나라를 지켜냈다.
진실을 보는 일은 가끔 두렵다. 불쾌하기도 하다. 하지만, 장군님의 사실을 보는 일은 다르다. 그분의 평전을 읽으며, 한 발짝 더 가다갔다. 더 커진 그분의 발이 보인다. 그분의 마음을 상상하며, 난 오늘을 견뎌본다.
<이순신 평전> 이런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 이순신 장군님의 진짜 모습이 궁금하신 분.
- 임진왜란을 깊게 보고 싶은 분.
- 현실이 힘드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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