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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Nov 13. 2023

이토록 생각하지 못한 인생이라니.

나와 함께 나눈 내 미래 이야기.

이토록 생각하지 못한 인생이라니.


  나이 드는 일을 기대한다. 10년 뒤 내 모습을 이상적으로 꾸며놓고, 시간을 기다린다.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인생의 가을을 지나 수확을 하고 난 모습을 상상한다. 걷어들인 수확물들은 커다란 창고에 넣어두고, 이제 막 땅을 일구고, 무엇을 심을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간이 더 흐르면 성과를 품고 길러낸 땅에는 눈이 내려 예전의 흔적을 흐릿하게 만들지만, 사진 한 컷으로 남기고 싶은 모습이 여전히 남아있다. 기대된다.


  공상은 여기까지 미치고 나니, 불편하다. 어디서 빠졌는지 알 수 없는 나사하나가 덜그럭 거리며 소리를 내는 생각을 손에 꽉 쥐고 가만히 들여다본다. 빠진 긴 빠졌는데, 어디서 빠졌는지 알 수 없는 생각이 날 거북스럽게 한다. 나이 듦. 시간이 쌓여가는 일.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라는 책을 꽉 잡아 펼쳤다.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곁에 누군가 온다. 머리는 하얗고 수염은 구레나룻에서 시작해 턱으로 이어져있고, 코 밑에서 시작한 수염과 하나로 이어져 있고 가지런하다. 단정한 옷을 입고 앉아 있다. 그를 보니, 낯이 익다. 고개를 끄덕이며, 누구시냐는 말을 하려는 찰나, 그가 먼저 주머니에서 생각하나는 꺼낸다. 


  세월을 맞아 색을 바랐고, 녹이 쓴 부분도 있다. 내 손에 있는 생각과 같다.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보니, 빙그레 웃는다. 손에 들고 있는 생각을 흔들며 말한다.


  "지금은 덜그럭 소리가 나진 않아요. 몇 가지 이야기해 주러 왔어요."


  내가 기대하는 나이 듦을 곰곰이 짚어보니, 거의 공상에 가깝니다. 재정에는 문제가 없다. 가끔 해외여행을 편안한 좌석을 타고 가고, 그보다 자주 국내에서 멋진 로비를 가진 호텔에 가며, 거기가 어디든 맛있는 음식을 금액을 보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연극도 뮤지컬도, 교향곡도 가장 잘 보이는 자리가 날 기다린다. 내가 사랑하는 이는 건강하게 내 곁에 있고, 오랜 시간을 함께한 친구들도 가까운 곳에 언제든 만날 수 있다. 


  그뿐 아니다. 지금까지 내가 일한 분야에서는 내게 조언을 구하고, 어린 이들에게 생각을 전하고 내 말에 귀를 기울여준다. 어디를 가도 나를 귀하게 여겨주는 은은한 분위기에 마음이 편안하다. 모든 일의 근간은 건강한 몸이다. 활력이 넘치고, 쉬이 치지 지도 않는다. 생각을 글로 옮기니, 설화에 가깝다. 


  좁은 창문으로 난 미래를 상상으로 그려내 보고 있었다. 진짜 나이 들고 나서는 무엇을 만나게 될까? 쉬이 잊어버리고, 안경을 써야 글을 볼 수 있으며, 조금만 움직이더라도 힘이 부치다. 또, 생각하지도 않은 질병을 만나 무기력해질 수도 있고, 자연재해처럼 사고가 내 발목을 잡고 어렵게 할 수 도 있다. 누가 언제 무슨 실수 가 있었는지, 가까웠던 친구와는 멀어질 수도 있고, 소중했던 사람은 다른 세상으로 떠날 수도 있다. 가진 돈은 오늘과 가까운 미래를 위해 계획을 세우기도 벅차고, 내 생각을 완고하고 고루하다며 외면할 수 도 있다. 덜그럭 거리는 소리는 바로 이것이라 한다. 


  꽉 쥐고 있던 생각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본다. 다시 그를 봤다. 그는 환하게 웃더니, 내 어깨를 도탁 더리며 책을 건넨다.


  "지금부터 이 질문에 답해봐요. 답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거예요. 예전에 써둔 답을 지우고 다시 쓸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잊지 말고 답을 해요. 이어령 선생님이 했던 말 기억하나요? 젊은 이는 늙고, 늙은이는 죽어요. 당신도 언젠가를 마주하게 될 순간을 준비해요. 늦은 순간이란 없어요."


  질문이 가득한 책을 펼쳐 후루룩 넘기니, 답처럼 보이는 생각이 부유한다. 당신이 누구고, 나에게 왜 무슨 말을 하려 왔냐고 따지려 하니, 그는 없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내려다본 책에는 포스트잇이 살랑거린다.


  "노년층은 아직 늙지 않은 이들에게 장래의 이미지이며, 젊은이들은 이 이미지를 꺼린다. 그래서 미래가 보낸 메시지를 직시하라고 채근하는 메신저들을 모욕한다." (page 127)


그를 비난하려는 마음을 삼키고, 종이 뒤편을 보니 다른 문장이 쓰여있다.


  "고독이 고통스럽고 부정적으로 느껴진다면 고독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타협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원치 않는 고독을 혼자서 호젓하게 보내는 시간으로 바꿀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page 51)


  고독 위에는 다른 단어들이 나란히 놓여 있다. '질병', '사고', '상실', '좌절' '외면'.... 40년 뒤 나에게 올 질문들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답을 찾은 이들의 삶이 담겨있다. 누군가는 질병을 계기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누군가는 상실의 빈 공간을 새로운 배움으로 채워간다. 외면을 받아들이고 지금까지의 내 삶을 관조해 통일성을 찾아내어 글을 써 내려가기도 한다. 


  책 마지막에 도달했다. 난 아직 완전한 답을 찾지 못했다. 아니 앞으로 살아가는 날 전체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시간이 되리라. 책 마지막장에 익숙한 싸인이 보인다. 필기체로 휘갈긴 단어. Starry garden. 그가 나였나 싶다. 주머니에 넣어둔 덜그럭 거리는 생각을 꺼내 귀에 가까이 다시 두고 흔든다.


  아까보다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작아졌다. 내 앞에 이토록 생각하지 못한 인생이 있을 줄 몰랐다.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이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 나이가 든 뒤, 나의 모습을 상상해보지 않은 분.

    - 지금 내게 주어진 나이에 허우적거리시는 분.

    - 훗날 고민하게 될 질문을 미리 생각해보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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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옆의자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 대문 그림은 미드저니를 통해 작성했습니다.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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