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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Dec 08. 2023

나는 내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일까?

난 아직도 풋어른인 것 같아. 그래서 어려워.

나는 내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일까?


  서점 산책을 즐긴다. 책이라는 숲을 거닐다 보면 지식이 가득 채워진다는 착각을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우연에 기대 책을 만난다. 어쩌다 만난 책이 가슴에 오래도록 남기도 하고, 쓰디쓴 실패를 맞이하기도 한다. 서점 산책은 책에 대한 경험을 쌓는 소중한 기회라는 사실은 명징하다.


  최근 여자친구와 서점 산책을 했다. 그녀는 고맙게도 늘 함께 책 사이를 거닐어준다. 처음 10분 정도는 서로의 보폭에 맞춰 걷다가 이내 각자의 관심사로 멀어진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그녀가 있는 곳에 가 책을 함께 뒤적이기도 한다. 베스트셀러 코너를 돌다 두리번거리니, 그녀가 우두커니 서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곁으로 다가가 보니, 벽돌이 빼곡하게 박혀있는 책에 눈을 떼지 못하고 보고 있었다. 평대에 비슷한 표지를 찾으려 눈을 굴리고 있으니 책을 나에게 건넨다.


  "재미있다. 읽어봐."


  낮게 '오~'라는 말을 하며 받아 든 책은 <순례주택>이다. 순례 씨가 주인인 빌라에서 벌어지는 일이 소설에 담겨있다. 이른바 순례주택에 들어가고 싶은 이들은 줄을 서있다. 낮은 임대료, 생각하지 못한 복지 덕분이다. 무슨 일일까? 자신신에게 필요할 정도만 임대료를 받으니, 다른 건물보다 월세가 싸다. 거기다, 빌라 가장 꼭대기층은 나눠 쓰는 공간으로 먹을거리가 있고, 세입자들이 나누고 싶은 음식이 기다리고 있다. 주인공은 누굴까? 순례 씨의 사별한 남자친구 손녀, 수림이다. 묘한 단어 조합이 몰입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배경 탓일까? 마음이 쓰이는 등장인물이 있다. 한 명은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전임교수가 되려 하는 박사, 교수가 되기 위해 가족의 돈을 가져다 쓴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돈으로 살다, 누나들에게 손을 벌린다. 그러면서 으리으리한 아파트에 산다. 생활력은 1도 보이지 않는다. 


  다른 한 명도 박사다. 전임 교수가 되고 싶지만, 녹록지 않다. 시간 강사를 하며 살기 힘드니, 일을 멈추지 않는다. 순례 주택 청소 담당이기도 하고, 새벽 배송을 하며, 근처 분식집 새벽 김밥도 만다. 생활력은 강하고, 단단하다. 



  나는 어디에 속해있을까? 생활력이란 없고, 부끄러움도 모른 채 누군가의 덕을 보고 사는 박사일까? 무엇이든 하며 삶을 견고하게 버텨나가는 박사일까? 책 전체에 깔린 문장이 마음을 콕콕 찌른다. 아픈걸 보니, 난 생활력도 없고 염치도 없는 박사인 모양이다. 



  "모르는 척하면서, 헛된 희망을 불어넣으며, 본인도 그 희망에 취해서 살아가는 것 같다." (page 106) 

   아프다. 희망이 내 눈을 가렸나?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중략) "자기 힘으로 살아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page 53)

순례 씨와 수림이의 대화가 마음을 콕하고 찌른다. 


  "학교 밖에서 노동을 하며 배우는 게 많다는 얘긴 해도" (page 140) 

생활력이 강한 박사가 하는 말에 마음이 움찔거린다.


  "너는 열여섯이야. 집이 어려우면 용돈 정도는 벌어서 쓸 수 있지. 최저시급 잘 챙겨서 받아." (page 184)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수림이을 보며 순례 씨가 하는 말에 난 고개를 숙였다.


  

    눈을 가리고 있던 희망이라는 안경을 벗었다. 문장에 찔려 피가 나는 줄 알고 마음을 더듬거리니 아무런 이상이 없다. 순례 씨가 한 말 덕분이다. 


  "전체도 어렵고, 처음도 어려워. 풋노인. 나는 아직도 풋노인인 것 같아. 그래서 어려워." (page 225)


  난 풋박사고, 풋어른이고, 풋청년이다. 내 힘으로 삶을 살아가려고 애쓰고 있을까? 내 삶을 관광객처럼 요구만 하며 사는 것일까? 순례객처럼 모든 일에 감사하며 살고 있을까? 우연히 만난 책이 날 일깨워준다. 삶을 순례하며 살아내야겠다. 그들이 내어준 질문을 마음에 품고 걷는다. 질문을 잃어버릴 때, <순례주택>을 펼쳐야겠다. 그들이 내어 놓는 질문에 마음이 콕콕 쑤시는 일이 곧 내 성장이라 생각하며, 읽어내야겠다. 난 지금 풋어른이니까.



<순례주택>, 이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 따스한 이야기로 힐링이 필요하신 분.

  - 나는 잘 살고 있는지 고민이 되시는 분.

  - 풋어른이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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