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빛을 내며 홀로 떠있는 독립서점.
커피문고라는 섬으로 당신을 안내합니다.
공간은 변한다. 같은 장소라 하더라도 계절 따라, 날씨 따라, 시간 따라 다른 모습을 내어놓는다. 빛이 들어오는 각도, 비가 내리는 소리,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조명까지. 거기다, 장소를 채운 물건 위치를 바꾸기라도 한다면, 전에 알던 그곳은 사라지고 생경한 모습으로 나를 맞이하기도 한다.
여러 모습을 가진 공간은 저마다 찰떡인 순간이 있다. 단박에 알긴 어렵다. 오래도록 다양한 시간과 간격으로 방문해야만 알게 된다. 그래서일까? 단골이 되어야, 진정으로 공간을 알 수 있다. 시간이 만든 단골은 공간의 주인과 유대관계도 만들어지고, 나만 알고 있는 그 공간의 멋진 순간을 아는 맛이 있다.
처음으로 잇게 된 독립서점은 '커피문고'다. 동생이 운영하고, 내가 돕고 있는 '커피문고'. 난 그곳의 단골이다.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심야가 최고다. 어둠이 빛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하면 빛을 내며 바다에 홀로 떠있는 섬이 된다.
마음의 작은 통통배를 타고 들어간 서점에는 그윽한 커피 향이 맞이한다. 고요하게 흐르는 음악에 귀를 맡기고 앉아 있다 보면, 고소한 커피가 내게 온다. 따스한 음료가 몸을 따라 흐르고 자그마한 소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책과 음료가 묘하게 균형을 이루는 섬이다.
인간은 참 간사하다. 매일이 똑같이 반복되면 안정을 찾기보다는 지루하다 느끼고 일탈을 꿈꾼다. 반면, 바쁜 나날로 눈코 뜰새 없다면 평화를 꿈꾼다.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눈과 코를 편안하게 뜨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머무는 세계에서는 어렵다. 떠나야 한다. 그때 심야 커피문고가 딱이다.
책을 읽은 섬. 자리 잡은 어둠을 살짝 밀어내어 들어간 섬에서 책을 펼쳐든다. 소설을 읽어 내려가면 순간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로 떠나 마음 얼룩을 지울 수도 있고, 거친 파도에도 굳건하게 서계시며 위기의 조선을 구하는 이순신 제독님 곁에도 서있을 수도 있다.
그뿐일까? 도둑맞은 내 집중력을 되찾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만나 저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팬심이 강한 내 여자친구를 보며 단순한 문화 현상이 아니라, 우리 인류 전체에 도도하게 흐르는 경향을 알아내기도 한다. 지루하던 일상을 사라지고, 바쁜 삶으로 번다해진 마음을 잠잠해진다.
한 시간가량 책을 읽다 보면, 고통과 고민들은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은은한 조명아래에서 밖은 보이지 않는다. 전화를 뒤집고, 연락을 잠시 걷어내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거기다, 섬으로 가는 일도 쉽다. 마음의 배를 타고 가는 일도 쉽다. 바로 커피문고라면 쉽다.
책을 덮고, 소담하게 자라난 책이라는 나무 사이를 거닐어 본다. 작가이자, 출판사 대표이며, 홍보를 담당하는 분들이 만든 독립서적이 초록색 스티커를 등에 붙이고 언제든 읽으라고 권한다. 그들의 인생을 꺼내어 스르륵 넘겨 읽다 보면, 위로를 받는다. 그들의 고통이 거칠게 나오고, 아픈 그들이 오히려 나를 위로하기도 한다. 한편에는 뜨개용품이 자리를 잡고 있다. 시간을 손으로 엮어 만든 가방도, 버섯 모양 키링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밤은 깊어지고, 이제는 섬을 나갈 마지막 배가 곧 출항을 알리는 모양이다. 다음 배 시간을 확인하고, 마음이 번다한 날, 때때로 지루한 날이 섬을 찾고 싶어 질 테다. 문을 열고 나가니 시원한 아니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다. 나만 알고 있는 공간 최고의 순간을 또 찾고 싶다. 마음이 불편한 날, 난 이 섬으로 찾아들고 싶다.
안녕하세요. 여긴 도시에 있는 섬, 그대들의 마음의 안식처가 될 <커피문고>입니다.
독립서점 커피문고는 독립서적과 기성출판물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님, 사진을 찍는 작가님들의 굿즈들이 놓여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간 씨줄과 노력이라는 날줄로 엮여있는 뜨개용품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세상과 잠시 분리되어 나를 위해 떠나는 여행지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