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을 피할 수 없으니까요.
몸과 마음에 내진 설계를 하고 계신가요?
머리맡에 휴대전화를 두고 잔다. 다음 날 잠에서 허우적거리다 일어나지 못할까 생긴 버릇이다. 11월 마지막날, 높고 날카로운 소리가 날 깨웠다. 허겁지겁 휴대전화를 얼른 들었다. 경주시 동남쪽에서 지진이 발생했으니, 조심하라는 짧은 내용. 새벽 5시도 안 된 시간에 안도하고, 여긴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 하며 다시 잤다.
지진에서 먼 나라라고 생각한 우리나라도 이제는 아니, 언제부턴가는 안전하지만 않다는 생각이 자라난다. 조선왕조실록에도, 그보다 더 먼 기록에서 한반도에서 지진이 일어났다고 하니, 지금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아침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검색을 했다. 지진은 얼마나 어디에서 일어났는지. 행동요령이라는 건 무엇인지 찬찬히 봤다. 생각을 꼬리를 물고 다른 생각을 불러오더니, 내진 설계에 멈추었다.
아주 얇게 본 걸 짧게 끊어서 말해볼까? 내진설계 방식은 여럿이다. 내진구조, 제진구조, 면진구조, 차진구조. 우선 내진구조. 간단하게 말하면 두껍고 단단하게 짓는다. 내구력을 높이는 일이다. 때로는 경제성을 무시하고 벽체와 기둥을 두툼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제진구조. 건물에 추나 댐퍼(차에 있는 shock absorber, 흔히 쇼바라고 하는 것)를 설치하는 것을 이른다. 지진은 진동이다. 진동을 흡수하거나, 진동이 오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흔들어 힘은 낮춘다. 많은 고층 건물들이 선택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면진구조. 건설부터 지진을 대비한다. 땅과 건물 사이에 특수한 바닥을 깔고 공사를 한다. 특별한 바닥은 고무 스프링이 될 수도 있고, 댐퍼가 될 수도 있으며 베어링이 들어가기도 한다. 설치된 장치들이 선물에 지진의 힘을 차단하고 흡수한다. 마지막으로 차진구조. 면진구조의 다음 단계로, 아예 땅에서 건물을 떼어버린다.
내진설계의 서로 다른 구조가 있지만, 목표는 넘어지지 않게 하는 일이다. 어떤 구조를 써도, 결국 건물은 지진에 영향을 받는다. 다만,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삐걱거리지만 남아있게 하는 일이 목표가 된다. 지진의 근원인 진앙이 건물 아래 있다면, 어떤 구조로 사실 방법이 없다.
최근에, 마음이 요동치는 일이 잦다. 거절이라는 지진이 왔고, 탈락이라는 조금은 강한 지진이 오기도 했다. 흔들린다. 늘 진동한다. 살고 있다면, 호흡을 하고, 그러면 조금씩 흔들리기 마련이다. 때로는 강한 지진으로 심하게 요동치기도 한다. 진동도 지진도 피할 수 없다. 마음이 흔들리는 일은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안다. 마음에도 내진 설계가 필요하다.
안다. 내진설계를 한다고 해도, 진동 뒤에도 온전한 건물이 남아있지 못할 수도 있다. 내진설계의 목표가 건물이 당장 무너지지 않게 하는 일이 목표임을 기억하려 한다. 벽을 두껍게 하고, 기둥을 많이 세우고, 때로는 건물 안에 추를 만들어 다가오는 진동을 반대로 내어 버텨낼 수도 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내가 하는 일과 나를 분리하는 면진구조로 만들 수 있다.
내 마음은 다 보호할 수는 없다. 다만,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건물이 있기를 바라고, 버텨내고 있는 건물을 다시 고쳐 쓰고자 한다. 누가 알까? 와르르 무너진 마음에서 다시 튼튼한 건물을 짓는 노하우를 얻게 되어 다행일 수도 있다.
마음을 둘러본다. 외면한 곳에 무너진 건물이 있다. 내진 설계를 했는데, 소용이 없었나 보다. 다시 지어야겠다. 전 보다는 강한 건물이 되는 내진 설계를 해본다. 안다. 지진이 오면 이 건물도 무너질 수 있다. 모양이 조금 어설플 수 있다. 그래도 다시 마음 짓는 일을 한다.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산책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