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ry Garden Jan 18. 2024

자는 일도 고되지 않으세요?

잠 못 드는 밤에.

자는 일도 고되지 않으세요?


  잠을 잘 자는 편이다. 하루를 꽉 채운다. 물론 모두 의미 있는 건 아니고 깨어 있는 시간을 소란스럽게 움직이는 덕분이다. 가끔은 하루의 시간을 채우고 무언갈 증명하기 위해 노력해 몸의 에너지를 모두 소진 한 뒤, 잠이 오지 않는 날이 있다. 


  잠 못 드는 밤에는 느낌이 온다. 보통 11시를 넘어서면 까무룩 잠이 들어야 하는데, 눈만 뻑뻑하고 잠에 들지 못한다. 아침에 일어나야 할 시간이 고정되어 있으니, 내가 잘 수 있는 시간이 계산된다. 눈을 감고 고요히 마음을 다독여본다. 실패다.


  다음은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를 찾는다. 보통 빗소리를 듣고 가끔은 장작 타는 소리를 켜둔다. 여기까지 오면 70%의 확률로 잔다. 잠에 들지 못하면 최후의 수단을 사용한다. 명상을 한다. 호흡에 집중한다. 코 끝으로 오가는 바람에 신경을 준다. 필살기를 쓰면 95% 확률로 자게 된다. 만병통치약이 없듯, 만병통치 자는 방법은 없다. 낮은 확률 5%를 뚫고 자는 일에 실패한다. 뻑뻑하던 눈은 말똥 말똥해지고, 빗소리는 선명해 상상을 여럿 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자려 노력하지만, 안된다. 이제부터 자는 일은 고되다. 


  계산한다. 얼마나 잘 수 있는지. 얼마나 시간이 남은지. 내일 할 일을 짚어본다. 일어난다. 피곤을 핑계로 하지 못할 일을 지금 한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필사한다. 물론 글은 형편없을 때가 잦고, 책은 읽다 길을 잃기 일쑤며, 필사는 무척 더디게 나간다. 


  잠을 자는 일을 접어두고 다시 소란스럽게 움직인다. 어제 나를 증명하기 위해 충분히 움직이지 못한 내가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다시 시도할 뿐이다. 자는 일은 쉬는 일이지만, 이때는 참 고된 일이 된다. 자는 일조차 지금의 나를 위한 일이 아니라, 내일을 위한 또 다른 일이 된다. 12시에 시작된 부스럭거리던 소리는 새벽 3시까지 다다른다. 



  "좀 쉬어라." 자주 듣는다. 특히 가까이 있는 이들이 되뇐다.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왜 그럴까? 그렇다고 의미 있는 일만 하지도 않는다. 햄릿형 인간답다. 고민을 길게 빼고 생각했다. 문장이 하나 남았다.


  "내가 존재하기 위한 증명을 해야 한다. 부지런히 기록을 남기는 일만이 증명의 길이다."


  길을 걷는다. 나를 태우기 일쑤다. 종종 한계를 넘어선다. 몸이 고장 난다. 때로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증명을 위해 한다. 누구에게 증명한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은 떠오르다 만다. 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 이른다. 마음은 시끄럽다. 몸은 바쁘다.  


  잠 못 드는 밤. 혼자는 아니다. 인스타그램에도, 유뷰브에도 라이브를 하는 이들이, 그들의 영상을 보는 이들이 많다.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고된 잠을 자려 애쓰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다. 다시 햄릿형 인간. 답을 찾진 못하고 빙빙 돌 뿐이다. 질문은 거두었다. 쓰던 글도 멈췄다. 책을 덮었다. 필사를 끝냈다. 새벽 4시. 이제야 침대로 간다.


  고된 잠자리에 들었다. 빗소리를 조금은 더 키우고 누웠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내일을 아니 몇 시간 뒤 오늘을 맞이한다. 마음을 다독인다. 또, 잠 못 드는 반이 되면 질문을 꺼내리라. 나만의 답은 언젠가 찾게 되겠지? 애쓴다. 


  "내가 존재하기 위한 증명을 해야 한다. 부지런히 기록을 남기는 일만이 증명의 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설의 유용함에 대하여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