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만난 어머니의 밥상.
또 또 간 집- 합정 '난'
내 머리카락은 드세다. 펌을 해도 금방 풀리고, 단단한 탓에 짧게 자르면 밤송이가 된다. 많은 미용실을 전전했다. 그렇게 정처 없이 시도와 실패를 하던 중, 내게 딱 맞는 선생님을 만났다. 합정이다. 동생의 소개로 찾아간 그곳에서 난, 무척 만족스러운 머리를 하게 되었다.
나만 그런 모양은 아닌가 보다. 많은 분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지만 예약을 할 수 있었다. 난 이른 시간에 꼭 예약을 하고 간다. 머리를 하고 나면, 시간이 점심시간에 걸린다. 휴대전화로 휙휙 식당을 찾았다. 걸어서 5분도 채 걸리지 않은 곳에 맛집이 있다. 바로 합정동 '난'이다.
대표 메뉴는 '오늘의 난'과 묵은지 김밥이다. 난 가게 되면 늘 '오늘의 난'을 먹는다. 구성은? 매일 바뀐다. 정말로 어머니의 밥상이다. 이 집이 유명하게 된 계기는 묵은지 김밥 덕분이다. 입구에 당당하게 붙어 있는 생활의 달인 명패가 눈이 부시다.
한 칸 아래로 내려가면 따스한 목소리로 우린 맞이하시는 사장님. 아니 어머니라고 부르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선한 얼굴의 사장님이 계신다. 몇 차례 묵은지 김밥을 먹다, 이제는 오직 오늘의 난만을 주문한다. 묵은지 김밥이 질려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니다. 매번 바뀌는 오늘의 난 구성이 궁금한 덕분이다.
구성은 국 하나, 밥, 반찬 4~5가지, 메인이 되는 요리 하나다. 색은 다채롭고, 싱그럽기까지 하다. 국은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깔끔한 맛이다. 나물은 단정한 맛으로 질리지 않게 하고, 밥을 비벼 먹을까?라는 생각이 기승을 부리기도 한다.
메인이 되는 요리에 고기가 나오면 그땐 정말 축제다. 남성의 소울 푸드라고 할 수 있는 제육이 나오면 매콤한 맛에 포로가 되고 만다. 고기, 나물, 반찬을 한 번 순회하고 나면 밥은 어떤 도둑이 훔쳐 갔는지 잡을 경황이 없을 정도로 줄어들고 만다.
밥 먹는 속도를 늦추고, 반찬을 왕창 덜어다 먹어 속도를 맞춘다. 그럼 슬슬 그릇들의 바닥을 만날 수 있다. 그럼 밥도, 반찬도 모두 자리를 비워내고 만다. 가정식 백반. 아니 어머니의 손맛이 가득 담긴 밥의 마지막은 국물. 마무리를 짓고 나간다.
계산대에 서서 사장님을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따스한 음식을 나눈다는 사실이 마음을 뜨끈하게 한 덕분일까? 따뜻한 말이 몽글몽글 피어난다. 많은 말들을 삼키고 결국 남는 말을 "감사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 활짝 웃음 지으시면 꼭 또 오라는 말을 해주신다.
머리를 하러 가는 일이 기다려진다. 이번에는 어떤 오늘의 난이 나를 맞이할까? 하나 확고한 사실은 바로 맛있고 든든한 끼니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