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 앞에 늘어져있는 여유 말고, 진짜 여유는 웃음이더라고
있잖아. 내가 앞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데 어딘가 마음 한편에 자리하는 큰 공허함. 그걸 난 메우려고 더 열심히 노력하는데 지금은 길을 잃었어. 그 공허함이 무엇인지, 어떻게 메우는지도 모르겠어.
나는 스스로 굉장히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부할 만큼 인생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기 좋아하고, 목표가 있으면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스스로를 이겨보겠다는 오기인 건지, 한계를 넘어보기 위한 도전정신인 건지, 항상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는 불가능함이 없도록 했다. 모든 계획한 일들을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돌아보았을 때 이만하면 됐다, 미련 없이 추억할 정도까진 늘 열성을 다 하곤 했다.
여기까지 읽으면 필자는 지금쯤 마크 저커버그가 되어있거나 어느 잘 나가는 창업주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대로는 바라는 바를 향해 더 열심히 달려가는 원동력조차 잃을 것만 같다.
Hey, take a chill pill bro
룸메이트가 자주 나한테 해주는 말이다. 내가 조급해할 때마다, 일을 그르칠까 걱정할 때마다, 혼자 일을 수습하려 머리를 싸맬 때마다, 내 룸메이트는 티브이를 켜며 여유롭게 콜라 한 캔을 들고 옆에 소파에 반쯤 눕듯이 걸터앉고 “여유를 좀 가져, 친구” 하고 얘기한다.
나는 여유롭지 못하다. 주말에도, 방학에도, 집에 가만히 누워있기만 하면 살아 숨 쉬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여유가 주는 행복은 그런 나른한 주말 오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것은 새벽 4시에 유튜브에서 이미 다 본 예능 프로그램 하이라이트 영상을 다시 보면서 혼자 웃던 순간이었다.
웃음이 주는 여유. 그 여유의 결핍으로부터 오는 공허함을 예능프로그램으로나마 달래는 자신을 보고 얼마나 큰 실망을 했는지.
웃음이 필요하다.
다른 목표들과 달리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답이 보이지 않아 더 웃음과 멀어지고 있다. 겨울이 유독 긴 시카고 근방의 잿빛 하늘은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나는 아직도 웃음을 찾아 매일 고민을 한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하루에 사소한 웃음거리를 제공해주는 모든 것이 감사해지기 시작한다. 사람을 웃게 만드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는 깨달음과 함께 더 열심히 여유를 찾고 있는데, 여유는, 아니 웃음은, 찾는다고 찾아지는 것이 아닌가 보다. 그러다 가끔 자기 전 오늘 나는 무엇 때문에 웃었는지, 어떻게 웃었는지 생각해보면 웃게 해 준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전해주고 싶다.
웃음은 내가 찾는 게 아니라 모르는 사이에 다른 이가 전해주는 것이기에, 혼자 하기 가장 어려운 숙제다. 아마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그룹과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