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마다 우리 집에서는 '북데이'가 열린다. 각자 일주일 동안 읽은 책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거창해 보이지만 실은 우리끼리 수다 떠는 시간이다. 아이는 이 시간을 매우 좋아한다. 마주 보고 앉아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질문과 대답이 오가고 거실이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진다.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풍성해지는 시간이다.
내가 고른 책은 오은 시인의 산문집 <다독임>이다. 그중 'Stay weird, Stay different'라는 글을 소개했다. 시인은 어릴 때부터 종종 이상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어린애답지 않은 단어를 쓴다거나 발상이 특이하다는 이야기들. 주황을 좋아한다 했더니 보통은 파랑이나 빨강을 좋아하는데 너는 왜 평범하지 않냐며 되려 걱정하는 눈빛까지. 이상하다는 말을 자주 듣다 보니 오히려 자신의 이상한 부분을 긍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바꾸지 않고 이상한 상태 그대로 있고 싶었다고. 나 자신만큼은 스스로를 이해하고 지지하고 싶었다는 문장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어린 시절부터 특이하다는 말을 듣곤 했다. 공상을 자주 하다 보니 나는 사실 외계에서 온 게 아닐까 생각했다. 지구에는 외로운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없었다. 내 진짜 가족과 친구들은 저 먼 우주 어딘가에 살고 있을 거라 믿었다. '넌 너무 자유로운 영혼이다, 남들과 다른 삶을 산다'라는 말을 듣다 보니 결혼은커녕 한 곳에 정착하기는 틀렸다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난 어떤가. 누구보다 씩씩하게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한다. 건강한 마음으로 스스를 돌보며 글을 쓴다.
나는 '넌 정말 특이해'라는 말을 듣는 게 좋았다. 그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람이라는 말이기도 하니까. 마음껏 상상하고 머릿속을 떠다니는 문장을 모았다. 나의 이상하고 특이한 부분이 내가 쓰는 글을 언젠가 빛나게 해 주리라 믿었다. 그렇게 나는 세상 밖으로 나와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한 오은 시인의 단어와 생각들은 한 편의 아름다운 시가 되었다. 시인과 내가 정말 특이하고 이상한 아이들이었을까? 우리는 그저 남들과 다르게 상상하고 생각을 표현했을 뿐이다.
"Stay weird, Stay different."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극작가 그레이엄 무어가 남긴 유명한 수상 소감이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이상한 채로, 남들과 다른 채로 있어달라니. 아이는 마음에 든다며 문장을 소리 내어 말해 보았다. 남들과 다른 건 이상한 게 아니라고, 오히려 반짝이는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제법 어른스러운 의견도 내놓는다.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생각들이야말로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놓치지 말고 우리 눈과 머리와 마음에 잘 붙들어 놓자고 말이다. 책을 공유하며 우리 사이에 접점이 생긴다. 나는 딸이 좀 다르고 이상해 보이더라도 반짝이는 생각 찾아내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이상하고 다른 것들은 반드시 놀랍고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곤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