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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아 Jul 24. 2015

떡볶이에 들어간 계란을 먹으면 생각나는 사람

비 오던 날 떡볶이에 내가 계란 넣는 걸 좋아한다고 사들고 왔던

비 오는 날이면 떡볶이가 먹고싶다. 즉석 떡볶이 말고 지하철 역 출구 가판에서 파는 그런 떡볶이. 얼마나 졸였는지 가늠도 할 수 없는 그런 떡볶이. 나는 그 떡볶이에 들어간 삶은 계란을 좋아했다. 지금으로부터도 한참 어리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던 때, 또한 어렸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던 사람은 크게 싸웠던 비가 많이 오던 날 떡볶이를 사들고 나를 찾아왔다. 떡볶이를 펼치면서 계란 좋아해서 넣어왔다는 말에 펑펑 울었던 기억. 시간이 그렇게 많이 지났는데 아직도 생생한 몇 사건 중 하나.


그는. 알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은 다 모를, 내 지독했던 첫사랑은 고대생이었다. 그래서 나도 고등학교 땐 늘 고대에 가고싶었고 참 자주도 들락거렸었다.


내부엔 들어가보지 않았지만 껍데기는 여전히 그대로인 고대 학생회관 앞을, 그 당시에 막 생겼던 엠비라운지가 있는 번지르르한 경영관을, 논문 때문에 한 학기 동안 내내 갔다. 문득 참 재미있었다.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께는 새삼 죄송하지만 싸우고 나서 야자 빠지고 거길 간 적도 있었다. 그 정도로 그때는 심각했다. 뭐 어렸으니까. 뭐 영철버거 그런 것도 생각나고. 아직 있는진 모르겠다.


덕분에 나는 성적이 쭉쭉 떨어져 고대에 갈 성적을 못 내고야 말았다. 근데 한참이 지난 지금은 그저 웃음만 나는게 참 재밌는 것이다. 물론 입시 결과 따위 좀 덜 중요하게 느낄 만큼 시간이 지나버려서도 재밌는 거겠지만. 지금의 나를 아는 사람들은 설마 이승아가 뭐 연애 따위에 그리 심각했겠냐고 하겠지만 원래 그때는 다 그런게 아니었을까. 잘 기억도 안나지만.


6호선을 타고 신당역에 와 2호선을 기다리던 밤. 술 먹고 나서도 여기서 거의 막차를 타고 독서실에 들러줬던, 1교시도 없으면서 고등학생인 내 등교시간에 맞춰 꼭 데리러와서 지하철 같이 타고 학교에 데려다주고 갔던, 그랬던 스무 살이었을 그가 그제야 보였다. 지금 생각하면 대단히 귀찮은 일을 그도 스무살이었으니까 할 수 있었겠지 생각하니까 참 기가 막히고 재미있고 좀 찡하기도 한 것이다.


그냥 재미있고 좀 찡하고, 그런 거다. 기억도 잘 안 나지만. 내년 쯤이면 이 이야기도 십 년 전 이야기가 될 거라고 생각하니까 정말 재미있고 그런 거다. 이런게 하나하나 아팠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도 재미있고. 중학교 때 였나, 처음 알았을 때부터 늘 멋져보였던 사람이니까 어디선가 여전히 멋있었으면 좋겠다. 출퇴근 시간 따위에 스트레스 받거나 월급때문에 버티는 그런 직장인은 되지 않았기를. 어렸던 내 눈엔 참 멋졌던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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