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창한 가을날이었다. 하늘이 엄청 맑다고 얘기해주니 아이들이 우주를 담을 기세로 눈을 키우며 물었다. "그럼 별도 엄청 잘 보이겠네요?". 당연하다고 말하는 순간 환호가 터졌다. "앗싸!". 신이 났는지 별을 보러 갈 때도 한 번에 두 계단씩 올랐다. 아이들은 흩날리는 벚꽃보다 더 빼곡하게 들어찬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진지하게 말했다.
"쌤, 별이 어딨어요!"
"응? 별 많잖아!"
"네?"
"선생님은 100개도 넘게 보이는데?"
"백개는 무슨 백개예요..."
아이들은 밝은 별 몇 개 만을 간신히 보았다. 그리곤 깨끗한 도화지 같은 얼굴에 글씨를 적기 시작했다. 대실망. 아이패드를 기대하며 선물 상자를 열었는데 스케치북이 들어있으면 이런 표정일까. 바닥에 나뒹구는 기대와 실망을 주어 담는 방법은 따로 없다. 원하는 것을 주어야 한다. "애들아 눈을 잠깐 감아봐. 선생님이 신기한 얘기 해줄게."
아이들이 눈을 감았다. 눈꼬리는 쳐지고 입은 삐쭉 나왔지만 그래도 눈을 감았다. 어쩜 이리도 귀여울까, 나는 어렸을 때 까맣고 심술궂은 원시인 같았는데.
잠깐 숨을 고르고 북두칠성의 <일곱 형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 옛날에 우애 좋은 일곱 형제가 살았는데 말이야, 글쎄 중에 넷째가 엄청 말썽꾸러기였대. 너네 처럼. 그래서 북두칠성이 네 번째 별만 잘 안 보이는 거야.
피식. 잠깐 웃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자 이제 눈을 떠볼까?". 밤하늘을 바라본 아이들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쌤! 별이 나타났어요!"
누군가 말했다.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나는 감히 말한다. 별도 타이밍이다. 보이는 순간 몰아쳐야 한다. 초록빛의 레이저를 꺼냈다. 새까만 하늘에 레이저가 닿으니 별이 마구 튀어나왔다. 아이들의 함성도 다시 한번 튀어나왔다. 드디어 아이들에게도 별빛이 닿았다.
별을 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작은 개울에 떼를 지어 움직이는 송사리를 알아보는 것처럼, 얼마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눈을 뜨고 별을 찾기 전에 눈을 감아야 한다. 별이 한 두 개 보이기 시작할 때에는 가만히 별빛에 집중해야 주변의 별까지 알아볼 수 있다. 더 많이 보기 위해선 더 적게 보이는 시간을 소중하게 써야 한다.
몇 해 전 방영한 예능 <효리네 민박>에서 효리, 상순 부부는 민박집을 운영했다. 자신들이 살고 있던 제주도 집이 배경이었다. 어느 날 효리는 집의 모든 불을 끄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탄성을 질렀다. 별이 이렇게 많았나. 효리는 상순에게 안긴 채로 말했다.
"계속 보고 있으면 더 많이 보이고, 더 반짝이지?"
그리곤 이어서 말했다.
"나도 오빠가 계속 봐주면 더 반짝인다"
애교 넘치는 사랑 고백에 상순은 미소를 지었다. 세상에는 오래 볼 수록 더 반짝이는 것들이 있다. 밤하늘의 별처럼, 누군가의 사랑처럼.
별을 만나려면 얼마 동안 눈을 감고 시간을 세어야 한다. 기다림은 때로 지루하고 무섭다. 그러나 그 시간 건너편에서 소중하게 반짝이는 무언가를 우리는 만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