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이 지뢰처럼 깔린 아침의 폭격

by 조승현

고3 여름이었다. 독서실에 머무는 시간보다 탁구장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었지만 여전히 고3이었다. 수능생이란 단어는 그것이 지닌 느낌만으로도 모든 것을 짓눌렀다.


피곤이 지뢰처럼 깔린 아침, 나는 일어나지 못했다. 5분 뒤면 어머니의 날카로운 음성이 총알처럼 날아들 것이다. 고3이 정신이 나갔느니, 아침도 안 먹느니, 세수할 시간은 있느니 없느니. 폭격 같은 잔소리를 목전에 두고도 잠은 고결했다. 무엇도 잠과 섞이지 못했다.

문이 열렸다. 뇌는 머리털을 주뼛 세우는 것으로 어머니의 등장을 알렸다. 전장은 고요했고 걸음엔 전투력이 있었다. 어머니가 침대 맡에 앉았다. 그리곤 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들, 많이 피곤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욕이 등장해야 하는 타이밍에 뺨이라니. 사춘기 아들의 뺨에 대어진 어머니의 손은 이상했다. 어색했고, 간질거렸다. 나는 용수철에서 튕기듯 집 밖으로 나와 학교로 향했다. 어머니의 손길은 아들의 잠을 간단히 파괴할 만큼 강력한 힘을 갖는 것 같다.


그날부터였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이 뺨에 닿을 때 나는 사랑을 느꼈다. 가장 위로받고 사랑받는 행위가 그랬다. 나는 기억한다, 뜨거운 쇠공 같은 사춘기에 얹어진 어머니의 손길을. 그 온기는 여전히 뺨에 남아 다른 사랑으로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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