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쇠질을 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1년에 40만 원쯤 되는 회비를 내고 무거운 철덩이 따위를 든다. 헬스다. 매일 '이젠 몸짱이 되지 않았을까' 하고 거울과 맞서지만 놈은 매정하다. 덤도 보너스도 없이 딱 내가 가진 만큼만 보여준다. 근육을 몇 덩이 더 붙여서 반사하는 거울은 어디 없나요?
몇 년 전 수영을 배울 때, 수영 강사가 말했다. "여러분 사실 말이야 바로하지만, 헬스 그거 돈 내고하는 막노동 아닙니까? 열심히 수영을 하세요!"
그다음 주에 수영장을 그만뒀다. 헬스를 모욕해서 끊은 것은 아니다. 수면에서 나아가야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바닥과 수면 사이쯤에서 허우적대는 통에 실력에 한계를 느껴서였다. '음파 음파' 하며 유연하게 어깨를 돌리는 수영보단 역시 '후하 후하' 센스 없이 밀어대는 헬스가 나와 더 잘 맞는다.
"형, 나 PT 끊었어"
친한 동생 K가 운동을 시작했다고 했다.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어깨와 끝을 모르고 거대해지는 뱃살에 대항하겠다고 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길래 개인 PT를 추천해 주었더니 냉큼 시작했단다. 첫 수업을 마치고 만난 그가 해맑게 물었다.
"PT 받다가 토했는데 괜찮은 거 맞아?"
나는 짐짓 태연한 척을 했다.
"응. 다들 한 번씩은 토해"
"형도 토했었어?"
"당연하지. 스쿼트하다가"
"아, 그럼 나도 토할만하네"
K는 고개를 멈칫거리며 원치 않은 진실을 마주한 표정을 지었다. 헬스 중 구토를 뱃멀미하듯 반복하는 줄로 믿는 눈치였다. 하긴, 헬스장이라는 거대한 바다에 앙상한 돛단배 같은 몸을 이끌고 항해 중이지 않은가. 얼마 가지 않아 이딴 걸 왜 돈을 내고 시작한 걸까, 건강해지려고 운동을 했는데 어째서 온몸이 더 아픈 걸까, 하며 구토와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들 것이다.
뭐라도 대는 양 늘어놓았지만 사실 내 몸은 아이스크림을 닮았다. 잡초처럼 무엇도 주지 않았는데 무럭무럭 자라는 뱃살과, 끊임없이 단백질 셰이크를 들이부어도 줄어드는 허벅지까지. 내가 바라본 거울 속에는 늘 거대한 수박바가 서있다.
몸이 좋아지지 않는 이유는 꾀를 부려서가 아닌가 싶다. 무거운 쇳덩이를 드는데 피 같은 월급을 내어놓고, 어떻게 하면 덜 힘들까를 고민한다. 아주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에게 답이 있나니. 결국 나는 방법을 찾았다. 열심히 운동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덜 힘든 방법이 있었다. 헬스장을 달에 차리는 것이다. 달의 중력은 지구의 1/6이니 달에 도착하는 것만으로도 몸무게가 줄어든다. 무려 1/6로. 노력 없이 체중계 위에 깃털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바벨을 120kg 들어도 20kg을 드는 노력만 하면 된다. 이런 계산을 하는 걸 보니 몸짱이 되기는 글러먹은 것 같다.
달나라에 갈 수 없는 나는 지구에서 열심히 운동 중이다. 다이어트에 완벽한 환경을 두고 생각보다 강력한 지구 중력과 살아야 하는 게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푸른 행성에서 태어났고 이 순간에도 입속엔 과자가 가득한 걸... 그러니 내일도 헬스장에 간다.
선언한다. 나의 몸은 꾸준히 역대 최고 몸무게를 갱신하고 있지만, 이 원고가 책으로 나올 때쯤이면 78kg의 멋진 근육질의 남자가 되어있을 것이다. 물론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럴 줄 알았던 것만 빼면, 이건 정말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