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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Mar 16. 2020

너 진짜 성당 안 갈 거야?

Do you know 빅뱅?

"조승현! 너 진짜 성당 안 갈 거야?"


 평화로운 아침, 거실에서 자고 있는 내게 어머니의 잔소리가 날아왔다. 또 성당에 가자고 그러신다. 오랜만에 고향집을 왔어도 어머니는 여지없었다. 동행 요구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잠꼬대처럼 외우던 주문을 다시 한번 뱉었다.

"어머니, 저는 천문학을 전공했습니다. 심지어 천문대장이에요!"


이 말을 필두로 종교 전쟁이 발발했다. 어머니는 반쯤 성을 내시며 말했다.

"근데?"

"우주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사람이 어떻게 성당에 가요!"

"가도 돼"

"안돼요. 빅뱅, 아시잖아요!"

"어휴 과학자 납셨네 아주"


 모자간의 종교분쟁을 해결하는데 난 언제나 천문학을 사용했다. 빅뱅을 운운하며 우주의 탄생을 신이 아닌 과학이론으로 받아친 것이다. 어머니는 한숨을 깊게 쉬고는 등짝을 세게 한 번 치는 것으로 분쟁의 종결을 선언했다. 아침잠도 덤으로 얻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빅뱅 이론은 성당에 가지 않는 핑계가 될 수 없다. 인류는 빅뱅이 왜, 어떤 이유로 일어났는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하지 못했다. 언젠가는 밝혀지겠지만 현재는 과학의 한계점인 것이다. 한 기독교 천문학자는 빅뱅이 신에 의해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 가톨릭 프란치스코 교황님 또한 빅뱅을 인정하며 이렇게 언급했다. "빅뱅은 창조주의 개입이 필요한 이론입니다".

우리 어머니께는 비밀입니다!

토토가 2에 주인공 젝스키스의 모습 (c) mbc 무한도전


 지금은 종영한 예능 <무한도전>에서 추억의 가수 편을 다룬 적이 있다. 일명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로 90년대 추억의 무대를 재연했다. 시청자는 물론 가수들 역시 두 팔 벌려 프로젝트를 환영했는데, 딱 한 사람은 예외였다. 젝스키스의 전 멤버 고지용이었다.

 그는 젝스키스로서 다시 무대에 서기를 한사코 거절했다. 시간 부족과 회사가 이유였다. MC였던 유재석은 삼고초려하며 설득했다. 다섯 명의 멤버들 역시 희망을 품고 옛 동료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끝내 합류를 거절했다. 아쉬운 소식을 들은 나머지 멤버들이 말했다.


"지용이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16년 만에 찾아온 기회였다. 어린 시절 열정을 소비하고 꿈을 키워갔던 멤버들과의 시간이기도 했다. 친구가 동창회에만 안 나와도 서운한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이었다. 나였다면 감기에 걸려 결혼식에 못 왔다는 친구를 대하듯 원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젝스키스 멤버들은 동료의 선택을 이해했다. 억지로 나오라며 채근하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비난하지도 않았다. 참 어른스러운 존중이었다. 다른 선택을 인정하는 그들의 자세가 무대보다도 멋졌다. 그 말에 감동해서였을까, 마지막 무대에는 6명의 완전체 젝스키스가 서있었다.



 아마 어머니는 성당에 가자고 평생을 채근할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천문학 방패를 둘러매고 열심히 동행을 막아낼 것이고. 그러면 아들의 선택에 어머니는 등짝을 한대 치는 것으로 전도를 접을 것이다. 다행이다. 성당에 안 가면 밥을 주지 않겠다거나, 인연을 끊겠다고 협박하는 어머니를 두지 않아서.

  항상 햇살이 뜨면 좋겠지만 장맛비가 내려도 우리는 살아간다. 이따금 가족 간의 종교분쟁이 발발하지만 결국 서로의 선택을 비난하지는 않으니 꽤나 평화롭다. 과학도 종교도 우정도 추억도 모두 존중할 때 빛난다.

 등짝 스매싱의 파워가 야속한 세월로 줄어들기 전에 성당에 몇 번 모셔다드려야겠다. 아들의 선택을 지켜주신 어머니에게 아들이 존중을 보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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