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브랜드 반격
2015년 9월 여름의 열기가 식을 때 즈음 만난 두 분의 의뢰인. 규격화된 프랜차이즈 스타일을 싫어하는 의뢰인은 '하나뿐인 공간을 만들어 달라.'라는 요청과 함께 특히 모던한 모습만은 피해달라고 당부한다. 상호명은 '경성 다방' (후에 지번인 999를 추가)이라 정해두었고, 특별한 이야기 없이 공간을 부탁하는 의뢰인에게서 우리를 강하게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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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지역에 미친 존재감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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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는 ‘경성’이라는 단어로부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철거를 끝내고, 속살을 바라보는 모습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많은 영향을 준다. 공간 콘셉트가 철거 후에 완성될 정도이니 막 벗은 공간은 훌륭한 영감의 원천지인 셈이다. 만약 노출로 공간을 그려낼 계획이라면 더욱이 그렇다. ‘경성 999’ 역시 철거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을 지니고 있었다. 누런빛이 나는 타일, 고르지 않은 바닥 그리고 외벽 석재를 잡아주던 거친 시멘트. 철거된 공간에 지나온 사람들의 행위가 그려지는 듯한 모습들은 생각지 못한 감성을 불러일으켰다. 덕지덕지 입혀졌던 헌 옷들을 벗기고 나니 오래된 연식이 느껴지는 흔적들은 제법 강렬한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이 곳에 이야기를 더하면 훌륭한 공간이 탄생할 것이라는 믿음이 왔다.
해체에 맞서는 결합과 집합의 형태는 악착스럽다. 해체됨으로써 부서지거나 못 쓰게 된 형체들은 끈질기게 결합되고 집합함으로써 무기력해진 공간을 단단하게 만든다. 제 몸이 아니었던 것들이 모여 서로 퍼즐 맞춰지듯 하나의 오브제로 완성하면서 버려질 위기를 극복하기도 하고 작은 개체들은 군집된 모습을 만들어 위압적인 형태와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떨어지는 순백의 로구로(목재로 만든 원형 장식. 계단 난간이나 식탁 다리에 주로 쓰인다.)의 모습은 추락이 아닌 변화를 향한 불굴의 기백이라 말하고 싶다. 고정되어 있지만 점차 간격을 벌려 내려오는 듯한 모습은 마치 빠르게 움직이는 듯 역동적인 모습으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공간은 미완 성적인 모습을 의도적으로 연출함으로써 하나의 형체로 이뤄지는 과정을 그대로 노출이 되어 보여준다. 나에게 말을 거는듯한 공간은 방문이로 하여금 흔적, 흔적의 기억을 짐작케 하면서 다음 이야기는 어떠할지 호기심 또한 불러일으켰으면 하는 디자이너의 바람이 있다.
Director : Starsis
Designer : Park Hyunhee
Location : 20, Teheran-ro 114-gil, Gangnam-gu, Seoul
Area : 106 sqm
Photographer : Hong, Seokgyu
Article : Park Hyunhee
Graphic Design : Mr.ss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