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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SIS Sep 11. 2018

개봉동 경리단길을 상상하다.

개리단길의 서막

"

50여 년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질감



구로구 개봉동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공간은 연식이 제법 되어 보이는 건물이 두 채가 있다. 건축주의 얘기로는 68년도 즈음 지어졌는데 당시 세운상가에 납품을 하던 어댑터를 제조하던 공장,  그 옆에는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2층짜리 가건물이 있었는데 당시 공장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던 기숙사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옆 가건물을 허물고 본 건물 2,3층 카페 카페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이다.  그전에 원래 모습을 찾기 위해서 철거작업을 시작했다. 패널이 벗겨지고 앙상한 뼈만 남은 c형강 트러스 구조물들이 보인다. 오랜 세월이 고스란히 담긴듯한 강렬한 질감들을 보면서 버리기엔 너무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50여 년간 다른 마감재들에 가리어져 묵묵히 제 역할을 했던 구조재들이 하루 사이에 기억에서 지워지게 된 셈이다. 자고 일어났는데 자신의 존재가 사라졌다면? 예측도 되지 않는 커다란 공허함이 찾아올 것이다.


-

너희도 주인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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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으로부터 Third position cafe 설계가 시작된다.








변태를 꿈꾸다.


구조재들은 바 테이블이 되기도 하고 액자 속 작품이, 걸 터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는 의자가 된다. 날카로운 질감들을 정리하기 위해 평소보다 2배 정도의 시간이 소비되는 작업이지만, 이렇게 만든 결과물은 달콤하기에 이것이 재사용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재사용" 작업은 비용이 절약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나은 가치를 위해 돈과 시간이 더 투자되는 작업이다. 그래서 제작도, 이를 설득하는 일도 어렵다. 








사소한 대화 속에서 힌트가 얻어지기도 한다.


건축주의 모습이 공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기를 바란다. 전직 발레리나였던 건축주에게서 힌트를 얻어 재미난 소재들로 공간을 연출했다. 50여 켤레의 토슈즈,  금속 발레리나 인형, 토슈즈 끈 모빌... 그중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카페 이름과 로고이다. 사적인 대화 속에서 발레의 기본 동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4번째 동작과 유사하여 사용되지 않는 동작이 있는데 그게 바로 ‘3rd position’이다. 때마침 카페 이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던 건축주에게 화려한 이름을 짓는 대신에 ‘3rd position’이 어떨까요? 라며 강력하게 추천하게 하였고, c형강의 처지와 제법 비슷해 보였던 발 동작은 곧 카페 간판이 되고 로고로 그려지게 되었다. 








서로를 위로하는 곳.


공간은 그곳만의 재료로, 그곳만의 모습으로 태어나게 되었다. 버려질 수 도 있었던 c형강 구조재들은 제 각각의 모습으로 한때 최고의 발레리나를 꿈꾸던 의뢰인의 품 안에서 새 역할을 부여받아 공간 곳곳에 자리하고 이제는 사람들의 손길이 닿는 곳에서 새로이 기억될 것이다. 










Director : Starsis 

Designer Park Hyunhee

Location : 42, Gaebong-ro 24-gil, Guro-gu, Seoul 

Area : 2F-102 sqm / 3F-81 sqm 

Photographer : Hong, Seokgyu 

Collaboration : Yoon, Jayoon  /  Jeong Sunhee  /  Jo Eojin  /  Mr.ssam

Article : Park Hyunhee

Graphic Design : Mr.s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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