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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Mar 15. 2017

야누스의 이중성과 제로섬 게임

Appetizer#65 파도가 지나간 자리

야누스와 이중성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설득력
마이클 패스벤더


시적인 제목이 눈에 띄는 <파도가 지나간 자리>의 원제는 <The Light Between Oceans>다. 바다 사이의 빛이란 이 제목은 영화의 주요 무대인 야누스 등대를 표현한 것일 수도 있고, 주인공 톰(마이클 패스벤더)의 인생에 다가온 삶과 희망을 비유한 것일 수도 있다. 곱씹어 볼수록 원제가 더 아름답고 적절해 보인다.


야누스와 이중성

<파도가 지나간 자리>는 악행처럼 보이는 것이 있으나 악인은 없는 영화다. 영화는 전형적인 악인을 배제하는 대신, 인간이 마주한 선택과 딜레마에 관해 묻는다. 바다에서 구한 아이를 제 자식처럼 키운 부부. 그들이 아이의 친부모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파도가 지나간 자리>는 '해서는 안 될 짓이지만, 할 수밖에 없는 일''해야 할 일이지만, 차마 할 수 없는 일' 사이에서 갈등하는 톰이 있다. 그리고 그의 선택엔 ‘사랑’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이유가 있기에 문제는 상당히 복잡하다.


영화의 주 무대인 등대는 ‘야누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야누스는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문의 수호신이며, 영화에서 언급되듯 끝과 시작의 경계에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그리고 두 개의 얼굴이라는 의미도 있다. <파도가 지나간 자리>는 두 개의 얼굴이란 이중성에 초점을 맞춘다. ‘타인의 아이를 기른다’는 선택이 가져오는 빛과 어둠이 영화가 보여 주고자 한 중심 테마다. 특히, 모성의 두 가지 측면에 집중하는데, ‘기른 정’과 ‘낳은 정’ 사이의 갈등이 두드러진다.


알리시아 비칸데르와 마이클 패스벤더

영화의 딜레마를 더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건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표정이다. 그녀의 표정을 따라 이자벨(알리시아 비칸데르)의 기쁨과 희망, 그리고 절망을 겪고 나면 톰이 직면한 문제가 ‘법’이나 ‘정의’의 문제로는 해결될 수 없음을 ‘느낄’ 수 있다.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풍부한 감정 덕에, 톰이 찾아야 하는 해답이 법을 초월할 수 있음에 설득당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의 친부모를 찾아줘야 한다’라는 당연한 명제는 ‘아이의 친부모를 찾아줘야 할까’에서 ‘찾아주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로 점차 바뀌어 간다.


이 딜레마가 한 남자에게 끼친 영향은 마이클 파스벤더의 표정으로 드러난다. 한없이 고독하고 싶던 남자에게 찾아온 하나의 빛, 이자벨. 그녀를, 그 빛을 지키기 위해 톰은 많은 갈등을 겪고, 괴로워야 한다. 신 앞에서 지켜야 할 ‘신성’한 것과 이자벨이 움켜쥔 ‘모성’의 충돌 앞에 죄책감과 고통을 겪어야 하는 것은 온전히 그의 몫이었다. 마이클 패스벤더의 연기엔 번뇌와 사랑 사이의 혼란이 교차하고 있었고, 그의 얼굴에 묻은 감정은 호소력이 매우 짙다.


<파도가 지나간 자리>는 하나의 선택과 두 가지 결과(빛과 어둠)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결과들은 서로에게 윈-윈이 아닌 항상 제로-섬으로 귀결된다. 영화에서 딜레마 앞에 선 인물들의 모든 선택의 결과는 제로-섬이다. 하나가 행복하면 하나가 불행하다. 이 제로-섬 게임에 참여한 모든 플레이어가 너무도 인간적이기에, <파도가 지나간 자리>는 ‘가여운 운명’을 지닌 인간들이 보여주는 슬픈 이야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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